[REVIEW] 만화, 재난을 말하다 - 지금 만화 Vol.6 [도서]

글 입력 2020.09.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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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메르스’의 끔찍한 악몽이 2020년에 또다시 재현되었다. 코로나가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챙겨야 하며, 손 세정제와 물티슈가 상가 곳곳에 놓여있다.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고, 학교, 회사를 가지 못하고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소통하는 사회로 변해갔다.

 

우리는 ‘코로나가 끝나면’이라는 말로 안부를 전하고 랜선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여름 휴가 내내 비가 내리고, 계속해서 태풍이 몰아치는 등 이상기후를 체험하기도 했다. 2020년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재난의 시대’다.

 

사회와 문화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특히, 콘텐츠 분야는 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사회 변화에 따른 콘텐츠가 생산되거나, 현재 시대 이슈에 관한 과거의 콘텐츠가 재평가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지금, 만화》 6호는 2020년 당대의 사회적 현실 문제와 만화를 연결하고자 했다. 메르스가 창궐할 때도 영화 ‘감기’가 인기 검색어에 등장했고, 코로나 사태 때도 역시 영화 ‘감기’는 다시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지금, 만화》 6호의 ‘재난’이라는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사실, 코로나가 지금을 지배하는 중에 이를 대체할 주제도 없었을 것이다. 이 팬데믹 시대가 언제 끝날지, 아니 끝나기나 할지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시대에, 《지금, 만화》 6호는 '재난'과 '만화'를 연결 지어 만화(웹툰)가 세상을 보는 눈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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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편집인 《지금, 만화》 발간위원회

발간사 팬덤북스

발행일 2020년 7월 31일

쪽수 192쪽

분야 잡지

3,000원


 

이번 6호는 '재난+만화'라는 큰 주제 아래 여러 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본격적인 비평에 앞서, ‘Cover Story’에선 지난 만화 비평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설명이 있다. 재난이라는 장르의 정의와 의미, 국가별 재난 만화의 차이, 영웅적 주인공의 서사 전개 방식 등을 분석한다.

 

 

 

재난이란 무엇인가


 

재난 만화를 이해하기 앞서 재난이란 무엇인가를 집고 가야 할 것이다. 재난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지진, 해일, 쓰나미 등 자연적 원인에 일어난 재난을 ‘자연적 재난’이라고 한다. 단순한 자연적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재난이 있는데, 주로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인위적으로 일어난 ‘사회적 재난‘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선 주로 자연적인 재난보다는 화재, 붕괴, 환경오염 사고 등으로 일어난 사회적 재난이 많다. 사회적 재난은 사람의 고의나 실수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재난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문제점을 고발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에 사회, 국가마다 재난이라는 장르를 묘사하는 콘텐츠가 차이가 있다. 게다가 매체마다 재난을 보여주고 극복하는 과정이 다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재난 장르 영화(작품)의 경우엔 백인 우월주의, 영웅주의, 가부장적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작품에선 영웅이 등장하면서 세계를 구한다. 결말에선 미국이 세계의 대표, 중심임을 상기시키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미국이 갖고 있는 테러나 외부 위협 세력에 대한 불안함을 재난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p.13)


우리나라 재난 만화의 경우 2010년 이후로 재난 장르가 주목받으면서 변화의 시점이 일었다. 미국, 일본과 다르게 사회 문제점을 담담히 고발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며, 사회를 원망하기보다는 단지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서사도 있다.

 

그 밖에도 재난 만화에서 어떻게 캐릭터는 영웅이 되는가를 설명하기도 했다. 아들러 심리학의 ‘열등감 극복’, 시련을 극복하고 집으로 복귀하는 ‘오디세우스 인물’, 예언을 통해 택함을 받은 ‘모세형 인물’, 자기희생적인 '그리스도 인물형’ 등 신화의 원형적 이미지를 채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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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란 무엇인가, 서사구조, 영웅화된 캐릭터 등 재난이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이 집약되어 있다. 재난 웹툰 속에서 언택트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일본의 재난만화를 통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조심스럽게 그려본다. 재난 만화는 단지 공포, 스릴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고 사회의 모순점을 깨닫는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지금, 한국 재난 만화 비평


 

'이슈'에서는 유례없는 자가 격리의 도래와 감염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라는 생활방식 때문에 급증하는 각종 스트리밍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른바 빅3(네이버웹툰, 다음웹툰, 카카오페이지)로 일컬어지는 대형 웹툰 플랫폼의 독과점 형태와 사라지는 웹툰 플랫폼의 의미를 짚어본다. 현재 콘텐츠 소비 스타일을 분석한 글, 만화 산업의 동향, 만화를 소비하는 웹 플랫폼 문제와 함께 앞으로 만화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슈 카테고리에선 전문 비평 잡지에서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이 부분이 전문 비평 잡지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독자를 돕는다. 게다가 만화 산업 종사자의 인터뷰를 통해 만화 산업의 동향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격 만화비평인 '크리틱'은 <야후>, <하이브>, <심연의 하늘>과 같은 한국형 재난만화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재해와 위기 속 인간을 면밀히 탐구한다. 그리고 '만화 에세이'에서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다양한 만화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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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이럴 땐 이런 만화’에서는 재난, 또는 힘든 삶을 지내고 있는 독자에게 위로가 되는 만화를 소개한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모퉁이 뜨개질>, 팬데믹 속 이전 학교생활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대학 일기>, 코로나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 보여주는 <의룡>등 현재 상황과 관련이 있는 만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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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비평적으로 읽을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렇기에 만화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읽어봐야 할 잡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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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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