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적 감정조절 - 새로운 예술담론을 위한 제시

글 입력 2020.09.0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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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정조절

버거운 감정을 손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비법

 

 

표지.jpg

 

 
감정은 사람에게 여러모로 필요하다. 문제적이라고만 타박해서는 도무지 길이 없다. 오히려, 고유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효과적인 측면에 주목해서 이를 긍정하고 슬기롭게 활용하는 절대무공의 경지에 오르자.

예컨대, 감정을 잘 다룰 줄만 안다면, 이는 그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반려자이다. 삶의 의미 한번 진하게 맛보도록 도와주는. 즉, 감정은 적이 아니라 동지다. 그리고 서로 간에는 '협업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은 다양한, 그리고 의미 있는 ‘예술담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래간만에 향유한 도서였다. 익숙한 출판사명과 ‘예술적 감정조절’이라는 제목을 보고 예술 철학적인 내용일 거라 지레짐작했다. 어렵지만 읽을만한 책을 생각했는데 이게 웬 걸. 수강신청에 실패해 아무 정보 없이 타과 교양수업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낯설고 난해하고 정리되지 않는 혼란스러움을 안고 책을 읽어나갔다.

 

작가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ESMD, 감정조절표는 장황하고 그걸 이용하는 방법은 한없이 복잡하기만 했다. 버거운 감정을 손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비법을 담았다는데, 저자는 ‘찰나의 안도’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는데 한 장 반을 할애했다. 책으로 봤으니 다행이지 말로 들었으면 까마득하게 느껴졌을 내용이다.

 

또, 저자는 책에서 전작을 여러 번 언급하는데, 당연히 이 책의 독자가 전작도 읽었으리라 가정하고 있는 듯했다. 두 책의 성격이 비슷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 전작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독자로서는 ‘옴니버스인 줄 알았는데 시리즈물이었나’ 순간 헷갈리게 된다.

 

 

 

감정조절표, ESMD(Emotion, Shade, Mode, Direction) 기법


 

example.jpg

 

 

책의 이론은 내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을 우선적으로 분석하는 ESMD 기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감정형태와 감정상태, 감정방향 법칙을 지나 감정조절표가 등장한다. 그 다음으로 감정조절 직역표가 나오는데, 찰나의 안도라는 감정을 직역하면여러모로 말이 되고, 두루 매우 신경을 쓰며, 남에게 매우 터놓고, 나라서 그럴 법하며, 대놓고 확실하고, 아직은 신선하며, 이제는 받아들이고, 감상에 젖으며, 매우 호전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가 된다. 저자 역시 상황과 맥락에 맞는 자연스러운 의역이 요구된다고 했으니 일단 그렇게 이해해본다.

 

이어 등장한 감정조절 시각표에 따라 찰나의 안도를 직역하면 “대칭이 매우 잘 맞고, 전체 크기가 매우 작으며, 가로폭이 매우 넓고, 깊이폭이 얕으며, 사방이 둥글지도 각지지도 않고, 외곽이 쫙 뻗은 형태에, 신선해 보이고, 느낌이 부드러우며, 색상이 흐릿하지도 생생하지도 않고, 형태가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으며, 질감이 윤기 나는 생태에, 매우 앞으로 향하고, 아래로 향하며, 가운데로 향하는 방향이다.”가 된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감정을 무언가로 표현하기 서툰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라고 할 때, 혹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왠지 감정조절표는 감정해석보다 표현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걸 "ESMD(0)="0/2"=[찰나의 안도] “극균극소극횡천직형 청유습상극전하극앙방”이라는 기법 공식과 표기법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유의미하게 적용될지 모르겠다. 이때부터 나는 책을 ‘아 그렇구나’가 아닌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읽었다.

 

일례로 표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 표26은 감정조절법 실천표인데 이 표는 두 쪽에 걸쳐 소개되었다. 많은 내용을 단순하게 표로 함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표를 지나 표를 건너 표가 나오면 그때부턴 복잡함을 벗어날 수 없다. 책의 1/3을 지날 때 나는 지치고 말았다.

 

 

 

감정조절표, 실전 적용편


 

나는 이론이나 공식을 배우는 것보다 실제 사례에 적용해서 설명하면서 무언가를 이해하는 편이라서, 실제편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읽던 도중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저자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저자가 비교하는 두 가지 작품의 선정기준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책의 남은 2/3를 읽는 동안 끊임없이 저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찾으려 들 것만 같았다.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첫 작품이 등장했다. 모르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 나온 건 저자의 해석표였다. 작품에 대한 백그라운드는 그다음에 등장했다. 다소 당황스러운 구성이었지만 작품 설명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작품에 대한 기초정보를 읽고 작가의 기나긴 해석을 읽으면 해석표가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10쪽 넘게 이어지는 설명은 장황하게 느껴진다.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표와 기나긴 설명이란 구성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도 책을 읽다 보니 처음에 느껴졌던 당황스러움은 차츰 사그라지고 작가의 투머치투커적인 면모도 익숙해졌다. 감정조절표의 형, 상, 방의 14가지 주제에 맞는 작품 두 점을 고르고 비교하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재밌게 느껴진다. (의도가 재밌다는 것일 뿐 내용이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독자가 책에 정이 들 시간이 필요하다. 단숨에 읽어낼 수 없는, 길들이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없고, 감상을 정리하기도 까다롭다.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고 호기롭게 표도 뜯었지만, 앞으로 이걸 다시 꺼내들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책은 감정을 다루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과 다르다. 새로운 예술담론을 위한 제안이 필요한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motion Icon

예술적 감정조절

 

저자: 임상빈

출간: 박영사

분야: 예술일반

판형: 신A5판

쪽수: 512쪽 

발행일: 2020년 07월 30일

정가: 24,000원

ISBN: 979-11-303-1056-5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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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이불
    • '수강신청에 실패해 아무 정보 없이 타과 교양수업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이 표현 정말 와닿네요,, 그런데 교수님은 무척 신나있는 강의를 듣는 기분! 아마 전공자들에게는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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