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첫 온라인 페스티벌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20 온라인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20> 온라인을 즐기고 나서
글 입력 2020.09.06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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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집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한 소포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귀여운 상자가 “현실에서는 관객이었던 내가 이 세계에서 주인공?!”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 게임 아이템을 얻은 것 같은 느낌도, 또 소중한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단정하게 묶인 끈을 풀고 박스를 열어보자 맥주 사탕부터 시작해서 열쇠 모양의 USB, 문진표, 페스티벌 팔찌 등 여러 가지 물품들이 있었다. 상자 안에서 꼭 작은 페스티벌이 일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로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해보게 된 것 같다.

 

 

 

온라인 세상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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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먼저 사용 설명서를 읽었다. 8비트 스타일로 작성된 설명서에는 예전 오락실의 향기가 물씬 묻어 있었다. 사용 설명서대로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열쇠인 USB를 꽂았다.

 

새로운 세계에 접속하자마자 온라인 페스티벌이 도래된 시대를 스타워즈 오프닝처럼 표현했다. 그리고 시작된 세계는 8비트 포켓몬스터 게임을 오마주한 듯해 보였다.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세계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캐릭터를 꾸미고, 곧장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이리저리 게임 속 세상을 쏘다녔다.

 

 

 

김규년의 Thing and Video 3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은 김규년의 Thing and Video 3였다. ‘선풍기’라는 같은 대상을 두고 3명의 비디오 감독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풀어낸 영상을 다룬 작품이었다. 그 공간에서는 특이하게 회전하고 있는 선풍기의 뒤에 빔프로젝터가 얹혀있었다. 쏘아진 빔은 공간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첫 번째 영상은 선풍기를 담담한 소설처럼 풀어낸 것 같았다. 대상을 하나하나 천천히 보여주며 담담하게 풀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담백한 영상의 문체가 꼭 가을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영상은 첫 번째 영상과 다르게 선풍기를 거대하게 그려냈다. 선풍기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촬영되었으며, 실제 선풍기의 크기보다 훨씬 크고 거대하게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선풍기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중압감이 느껴졌다.

 

마지막 영상은 좀 더 공포심을 유발했다. 선풍기를 그로테스크답게 그려냈다. 다른 영상들과 달리 빔프로젝터가 움직이는 것을 좀 더 잘 보여줬다. 공포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영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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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세 작가의 각기 다른 영상을 나열하기만 한 영상을 보며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같은 대상을 왜 굳이 다른 시각으로 또 찍는지, 그리고 그 영상들을 왜 일반적인 나열을 한 것인지 의문이 갈 뿐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기획 의도를 따라가며 여러 번 영상을 보다 보니, 작가는 ‘개인의 관점’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이 예술은 공통적인 대상을 다른 시각으로 촬영한다. 즉, 한 영상만 보는 사람은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한 개인의 주관적인 내용이 듬뿍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만연한 ‘색안경’의 이야기라던가 ‘헛소문’, ‘조작’ 등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사람이든 영상이든, 한 방향으로만 보는 버릇을 고집하다간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김규년 작가는 그 이야기를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했던 것 같다.

 

 

 

고붕어의 자석


 

고붕어는 자석의 3가지 성질을 보고 현대 무용을 구성했다. 같은 극끼리 만나면 멀어지는 성질, 다른 극끼리 만나면 서로 만나는 성질, 그리고 서로 맞는 극을 만났을 때 자석의 물체가 가지는 시너지 효과 등이 그것이다. 그것을 통해 작가는 ‘자석’이라는 물체가 가지는 성질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

 

영상에는 두 여성이 나온다. 두 여성은 같은 디자인의 서로 다른 색, 정확하게는 검정과 흰색으로 나뉜 옷을 입고 있다. 두 여성은 어딘가 묘하게 서로 닮은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바라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딘가 묘했다.

 

두 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현대 무용을 한다. 영상은 원테이크로 진행되며, 음악의 변화와 함께 안무도 변화한다. 첫 번째 성질은 상극이라 할 만큼 ‘싸운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두 명은 서로 비등한 기세로 밀고 밀리면서 관계를 이어나간다.

 

두 번째 성질은 서로 떨어트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물씬 드는 안무였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그 관계가 역전된다. 계속 보다 보니 둘은 서로에게 귀찮을 만큼 기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곤 했다.

 

마지막 성질의 안무는 ‘상호 보합’이라는 생각이 제일 크게 들었다. 두 여인은 서로의 기운을 주고받으며 잘 어우러졌고, 누군가가 큰 목소리를 내면 누군가는 그 목소리를 받아주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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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붕어 작가는 자석의 세 가지 성질을 구분 지어 나타내고자 했다고 자신들의 기획 의도를 밝혔지만, 그들의 무용을 보다 보면 꼭 인간관계의 적절한 온도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서로를 죽일 듯이 밀어내는 사이는 생각보다 꾸준하게 힘이 들어가야 하는 피곤한 일이고, 또 다른 한쪽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사이는 서로에게 기대다 보니 서로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일을 말이다.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20 ‘온라인’


 

생애 처음으로 온라인 페스티벌을 즐겨봤다. 그것도 내게 경험이 없던 독립 예술을 말이다. 처음에는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던 예술들이 두 번, 세 번, 네 번 재생하며 보니 작가의 기획 의도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되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의 감상이 작가들의 기획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오프라인 경험의 최고봉인 페스티벌을 즐긴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페스티벌 기간 내내 들어가다 보니 어느샌가 화면 속 안의 캐릭터에 정이 갔다. 마스크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온라인 페스티벌로 좋았던 점도, 그리고 아쉬웠던 점도 많이 남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코로나에 굴복하지 않고 예술가들의 창작 의욕을 독려하고, 관람객 간의 소통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예술을 위해 형태를 변화한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20’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2021년의 프린지 페스티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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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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