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도서 '예술적 감정조절'

글 입력 2020.09.0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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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정조절(임상빈)_입.jpg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엄마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미술에 관심이 있던 나는 당연히 루브르 박물관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거대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작품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실제로 내가 유명한 명화를 맞닥뜨린 감동에 눈물이 나온 건지, 치열함을 다루고 있는 작품의 내용 때문에 눈물이 난 것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누가 볼까 얼른 눈물을 닦기에 여념이 없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파리를 계속 여행하면서도 그림을 마주했던 순간이 생각나 울컥하는 마음을 여러 번 다잡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유명한 명화를 마주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커다란 캔버스, 만지지 않고도 거친 느낌이 드는 유화, 인물들의 세심한 표정과 정교한 배경들이 나의 마음을 자극했었기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시각적인 느낌으로만 내 마음을 자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시각 요소를 제외한 그 '어떤 것'이 무엇인지를 여행이 끝난 몇년 후인 지금까지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론 미술작품 속 인물들은 말이 없다. 따라서 미술작품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러다 보면 비로소 한 점의 '자화상'이 완성된다.

 

- P. 141

 

 

도서 '예술적 감정조절'은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통해 한 편의 '자화상'을 완성할 수 있으며, 이런 '마음의 초상화'를 통해 다시 미술 작품을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저자가 기술한 <감정조절표>와 <감정조절법>를 통하여 마음의 초상화를 찾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단순한 관람에서 끝내지 않는다. 이를테면 일리야 레핀의 <프세볼로트 가르신>과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이 두 개의 작품을 놓고 비교표를 통하여 그림에 담긴 감정을 비교한다. 레핀의 작품은 '참기 힘든 마음'으로, 로댕의 작품은 '생각에 잠긴 마음'으로 분류하여 그 속에서 세밀한 감정을 찾아낸다.

 

큰 분류를 통하여 1차적으로 감정을 나누고, 그 속으로는 정밀한 감정 심사가 이루어진다. 앞서 말했던 '참기 힘든 마음'은 '씻을 수 없는 상처', '참기 힘든 우울', '창작의 설레임' 으로, 또 '생각에 잠긴 마음'은 '앞날에 대한 걱정', '몰려오는 불안', '끝도 없는 의심' 등으로 그 감정의 폭을 넓혀나간다.

 

이렇게 독자는 저자가 분석한 작품의 감정들을 통해 미술 작품 속에 빙의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더라도 그 속에 빙의해보면 의외로 긍정적인 감정을, 따뜻해 보이는 작품이더라도 그 속의 차가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빙의'를 통해 우리는 우리 내면의 자화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작품 속의 감정에 공감하며 '어, 나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의 경험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자신이 느꼈던 원인 모를 감정들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감정이 단순한 것이 아닌 복합적이고 깊이있는 것이라는 사실과, 자신이 겪은 혼란스러운 감정도 결코 나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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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 속에서 미술사를 배웠다 하더라도 미술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던 적은 본 적이 없었기에 도서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비록 내용이 쉽지는 않아서 이해가 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지만, 계속 반복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점점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겉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처럼 보일 지라도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감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한 없이 부정적인 인간이 되고는 하는데,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만 아니라 내면에는 긍정적인 감정도 실려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마치 내가 틀린 사람 임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을 현재 마음이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도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으며,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어 나갈 수많은 감정의 혼돈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예술적 감정조절
-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


지은이 : 임상빈

출판사 : 박영사

분야
예술일반

규격
153*225

쪽 수 : 512쪽

발행일
2020년 07월 30일

정가 : 24,000원

ISBN
979-11-303-1056-5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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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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