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박 2일 시즌4는 어떻게 1위를 탈환했나 [TV/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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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복귀를 선언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과 화제성 역시 저조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전적을 덮고자 제작진과 멤버를 전격 교체했으나, 특별해 보이지 않는 멤버 구성, 과도한 레드오션의 여행 예능 포맷을 고수한 새로운 시즌은 새로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꽤나 어드밴티지가 됐을 타이틀 정도가 자산이라고 볼 수 있었겠다. ㅡ (구)방송 3사의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층(일정 연령에 고착화된)을 보유한 전통예능이 돌아온다!
MBC 예능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새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나영석PD의 <1박 2일 시즌1> 멤버를 활용한 <신서유기> 시리즈, <삼시네세끼> 등 최근 메이저 예능은 출연진, 연출진은 유지하되, 다른 환경을 쥐어주는 식으로 장수 예능 플롯을 조금 비틀어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특히 <놀면 뭐하니?>의 경우에는 다수의 도전에서 일인의 도전으로 축소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프로그램명 외에 변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러나 최소한 프로그램명 교체가 불가피해보였던 것과 아주 대조적인 시도로 <1박 2일>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탈환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PD가 교체되었으며, 교체된 PD가 매우 젊다는 것이다. 육아관찰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초기부터 최근까지 연출진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준 방글이PD가 총괄 프로듀서로 자리했다. (이미 예시로 들었던 전통 예능과 계속 비교해보자면 각 PD와 나이 차이는 띠동갑 정도이니 아주 회춘한 격이다.)
주말황금시간대의 간판예능에 실험적인 젊은 연출진 배치부터, 그들의 선택까지 충격적 행보가 계속 됐다. 구설수 뒤에 오랜 기간을 두고 복귀하는 만큼 보장이 되는 기존 예능인 혹은 화제성 있는 멤버를 영입하는 안전망을 선택하지 않은 것. 오히려 B급에 가까웠다. 중심축은 차치하고 소위 말하는 2인자도 없어보였다. 거기다가 너무 배우같은 배우들까지.
혹자는 ‘연출의 말을 잘 듣는’ 멤버 구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근 방영된 여름방학 특집 등을 통해 보이는 방PD의 모습을 본 시청자라면 굳이 다루기 쉬운 출연자를 뽑을 필요가 없는 리더십과 성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묻고 싶다. ‘말을 잘 들을’ 출연진을 뽑아 연출진과의 분리 대립을 최소화한 것이 아니라, 소통이 잘 될 프로그램 ‘팀’을 꾸린 것이 성공적 재기의 요인이다. 프로그램은 전통적이나, 적용한 리더십은 혁신적인 형태로, 최초의 분화를 제거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친화적인 수평적인 형태의 대화를 시도했다.
아주 간단하게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13학년’ 김종민의 롤 변화이다. ‘바보’라는 일차원적 캐릭터에 갇혀 매 시즌 같은 모습만 보여주었던 김종민은 노하우를 가진 베테랑의 면모와 그동안 다져진 역사적 지식을 통해 입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출 측에서 새로 부여한 멘토 롤은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제는 음식의 맛 표현 등에서 발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하여 꺼려하지 않는다. ‘13학년’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해 ‘김종민의 재발견’으로 새 극을 그리고 있다. 다른 멤버들이 김종민을 필요로 한다.
연출진이 김종민 외에도 롤을 구석구석 부여한 것이 인상적이다. 출연자를 향한 섬세한 연구 관점과 관찰시선이 드러난다. ‘예능 뽀시래기’ 김선호, ‘열정훈’ 연정훈 등 자연스러우면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캐릭터는 누구도 소외되는 것을 막으면서 모두의 역량을 이끌어내며 시너지를 자극한다. 연출진과 출연진이 서로를 ‘이겨먹어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연출은 기존의 충성도가 높았던 시청자들에게도 생소한 출연자들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방안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즌 4의 [키워드] 전략은 ‘유니콘’. <체험, 삶의 현장> 마스코트이기도 했던 유니콘을 활용한 인력사무소 컨셉 역시 기존 포맷을 유지하겠다는 상징으로 기존 시청자의 이탈을 막는다.
메인PD가 멤버들을 대하는 방법 또한 인상적인데, “안됩니다.”가 유행이기도 했던 지난 시즌의 <1박 2일>을 돌아보면 진라면 순한맛이 따로 없다.
완전하게 끼니를 굶는 상황을 강제하는 등 타인의 고통을 관전하는 지배적 즐거움을 강요하지 않는다. 출연진의 협상 요구에 마땅히 응하며, 합리적이면서도 예능의 성격을 헤치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제안한다. 플랜 B, C 까지의 꼼꼼한 설계와 유연한 전환 능력이 매 회 빛난다.
배신에 배신이 판을 치던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시즌 4의 연출진이 결코 독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예능의 판도인 힐링 예능을 꿰뚫어, 보다 편안한 오락 프로그램을 구성해 흐름에 맞춘 것. 사뭇 그간의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을 기저에 두었던 것이 불편해지게 만들어 준 <1박 2일>의 의미있는 주말예능 순위권의 재탈환을 환영한다.
[박나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요즘 1박2일 챙겨봐요
다들 순한맛이라 보면서 거슬리는부분이 적다고해야하나?
보기 편합니다
예전의 유행하던 웃음 코드는 이 형 이 진짜 못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못생겼냐 바보라 아는게 없다 이런식으로 사람을 깔아뭉게는 것들이었지요.
저도 예전엔 그런 웃음코드를 학습하여 그런 상황에서는 웃어야한다고 생각해 웃었지만 이제는 다들 그런 부분에서 탈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람을 존중하고 가학적이지 않은 극적 상황 연출력의 방글이 피디님의 방식이 현 사회의 트랜드와 잘맞아 떨어진것 같습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공중파 방송은 소위 늙었다 라는 이미지였는데 이런 트랜드에 발맞추는 젊은 감각이 무척 좋습니다.
더군다나 멤버들의 불필요한 폭력적 갈등없이 화합하는 모습이 주말의 가족시청 예능으로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순한맛"이라고 해서 웃음이 없지 않고 매우 재미있고 감동적인 부분도 적절히 나와서 어느새 일박이일 시즌4를 챙겨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앞으로 이런 예능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