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쟁, 그 뒤의 나 - 체리Cherry [도서]

글 입력 2020.08.24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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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계열로 만든 감각적인 겉표지. 책 Cherry의 겉표지만 보면,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일 것 같기도, 파란만장한 성장소설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Cherry는 전쟁과 마약을 주제로 한다. 정확히는 전쟁의 뒷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붉은색 겉표지를 벗기면 드러나는 이 책의 진짜 표지인 검은색 표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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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인간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전쟁이다. 무기에 변화만 있을 뿐 아주 오랜 시절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도 많다. 국내 영화만 해도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인천상륙작전> 등 여러 작품이 떠오른다.

 

국내 전쟁 영화가 적지 않은 이유는 역시 우리가 전쟁과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6.25 전쟁을 겪은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휴전 국가다. 내일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다. 전쟁은 결코 남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전쟁은 남 일처럼 느껴진다. 북한의 도발에 익숙하다 못해 무감각해졌고, ‘이제 핵전쟁이라 전쟁 나면 한 번에 다 죽는다’ 따위의 말을 들어서 인지도 모른다. 이유가 뭐든 전쟁 한가운데 있는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전쟁이 나면 나는 어떤 것을 보고 겪게 될까. 진짜 전쟁은 어떤 것일까.

 

이런 의문은 Cherry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Cherry는 평범한 한 인간이 전쟁을 겪고, 그 후에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주목할 점은 주인공이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화려하거나 멋지지 않다. 우울하고 처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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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의 주인공인 ‘나’는 이라크에 위생병으로 파병된다. 그는 ‘cherry’다. 전쟁에 처음 투입된 군인이라는 의미이다. 당연히 그는 전쟁에 익숙하지 않고, 의학적 지식도 충분하지 않다. 위생병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주인공은 이런 상태로 전쟁에 참전해 전쟁을 목격한다. 거창한 전쟁의 대의나,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전투는 없다. 주인공은 일개 병사일 뿐이다. 내장이 쏟아지는 시체를 치우고, 어제 함께하던 동료가 지뢰 밟고 죽는 것이 일상인.


 
우리는 온종일 인가를 수색했다. 보르헤스가 강아지 얼굴에 총을 쏘았다. 7.62밀리미터로. 그외엔 아무 일도 없었다.

 

- p173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백하게 표현한다. 그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이 마치 아침을 먹는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런 감정의 절제는 폭력에 익숙해진 주인공을 효과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사건을 더욱 참혹하게 느껴지게 한다.

 

주인공은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몸이 멀쩡하다고 정신마저 멀쩡하진 않다. 그는 엄청난 전쟁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그런 그를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마약이다. 그는 여자친구 에밀리와 함께 마약 중독자가 된다. 그는 마약에 의존하며 정신과 육체 모두 망가져 간다. 장학금을 비롯한 모든 돈을 마약에 쏟아붓는 것은 물론이고, 마약을 사기 위해 은행강도가 되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책의 마지막 장까지 마약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어찌 보면 인생의 막장에 다다른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


전쟁 관련한 작품이 으레 그렇듯 이 책은 어둡다. 이런 이유로 전쟁 관련 작품을 즐겨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겼던 이유는 전쟁의 민낯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총성이 난무하는 긴박한 전쟁 모습은 자주 노출되지만, 그 뒤에서 희생되는 개인은 잘 보여주지 않으니 말이다.

 

책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다소 지루했던 것은 사실이다. 책의 후반은 퇴역 후 마약중독자가 된 주인공이 마약을 구하러 다니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그 내용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하나의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는 비슷한 에피소드가 짧게 반복되는 형식이라 더욱 그랬다.

 

Cherry는 작가 니코 워커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는 실제로 이렇게 끊임없이 마약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좋은 마약을 구하고, 마약상에게 사기도 당하고, 마약이 없으면 고통을 느껴 결국 또 마약을 찾아다니는 악순환을 반복했겠지. 이런 생각에 이르면, 내가 느낀 지루함이 미안해진다.

 

 




<출판사 서평>
 

 

엄청난 양을 몸속에 찔러 넣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양 날개를 천천히 펼쳤다. 우리는 구원받았다. 천사가 느낄 법한 기분을 만끽했다.

 

- 374p

 

 
'체리(Cherry)'는 미국에서 전쟁에 처음 투입된 군인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작가 니코 워커가 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과 마약중독이 한 젊은이를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자전적 데뷔 소설이다.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의 어두운 민낯을 과장 없이 그려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헤로인에 찌든 채 파멸해 가는 모습을 진실하게 고백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설득력을 더했다.
 
주인공은 어떤 상황도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겪은 일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지도 않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고 결국 일그러져 버린 삶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헤로인에 중독되어 은행강도가 된 현실 또한 원망하지 않는다. 자기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쓰레기라 여기며 차츰 파멸해 가는 모습을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중독에 대한 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영웅 없는 전쟁의 무의미함을 담담하게 폭로한다.
 
에밀리를 만나고 이라크에 파병되고 헤로인에 중독되어 은행강도가 되기까지 긴 여정을 담았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 여운은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전쟁에 참전하거나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지만 지친 일상 속에서 때때로 솟구치는 욕망을 갈구하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분명한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은 파멸로 이끄는 것은 무언인지.






체리
- CHERRY -


지은이
니코 워커(Nico Walker)
 
옮긴이 : 정윤희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영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32쪽

발행일
2020년 07월 27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90234-07-8 (03840)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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