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 속 깊은 어두움을 보는 시간, 체리

글 입력 2020.08.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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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_팩샷_앞표지+띠지_도서출판잔.jpg

 

 

장마가 끝나고 최근에 폭염이 다시 시작되면서 나는 비타민을 보충하듯 체리를 사 먹었다.

 

때마침 체리를 신나게 먹던 시기에 이 책을 받았다. '체리'라는 제목을 보면 내가 먹은 여름 과일이 떠오르겠지만 이 책은 과일처럼 달콤하고 상큼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어둡고 불안정한 상황과 마음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어두울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아....'라는 반응이 저절로 나왔다. 그만큼 주인공이 경험했던 사건은 극심한 트라우마였고 주인공의 삶을 흔들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라크 파병에 참여 전 주인공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학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고 마약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순 없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 삶을 살아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라크 파병에서 돌아온 후 마약에 더욱더 빠져나올 수 없게 되고 은행 강도가 된다. 파병 후의 삶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인 외상이 큰 주인공을 보면서 그것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상황을 내버려 두고 고통에 시달리며 결국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체리_팩샷_이너표지_도서출판잔.jpg

 

 

이 책을 읽고 나는 불현듯 외가 친척들이 생각났다. 내가 직접 뵌 분은 없지만,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전쟁에 참여 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으셨다는 친척,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충격으로 쓰러지셨던 친척이 있었다.

 

전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떠올리며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겠지만, 외가 친척들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으셨던 분들도 참 많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을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치료는 없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고 주인공 역시 치료를 받을 수 있던 상황이 아니라 마약에 의존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에 취한 젊은이로 사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세상에 있을까.

 

- p.304

 

 

계속해서 파멸해가는 주인공, 자신을 쓰레기라고 지칭하는 주인공의 내면에는 아무런 희망도 소망도 없었다. 그저 약에 취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내가 그동안 살면서 읽은 책 중에는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던 책도 있었다. 하지만 책들 대부분이 어두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상황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체리'도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저 주인공의 삶이 끝없이 반복되는 우울감과 고통을 보여준다.

 

처음에 이 책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문득 내가 생각하고 희망하는 것이 100% 정답이 아니듯 이 책도 다른 상황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현실도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고 나는 이런 현실은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희망차고 밝고 긍정적인 게 좋다고만 생각하고 어둡고 무거운 다른 현실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 나 스스로가 편협하게 느껴졌다.

 

영화가 개봉하면 나는 보러 갈 것이다.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끝나고 나서까지 아마 마음이 무거울 테지만 이런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내 관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게 할 영화이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장르와 비슷한 내용의 책만 접한 사람들에게 색다른 '체리'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책 소개>
 
 
루소 형제 감독 · 톰 홀랜드 주연
영화 《체리》 원작 소설
 

 

"뜻밖에 나타난 문학의 기적, 위대한 업적이다. 이 추진력 있는 페이지들을 통하여 워커는 자기 자신과 조국의 악마에 사로잡힌 평범한 젊은이의 마음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 《워싱턴 포스트》

 

"《체리》는 최근 미국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일면을 그려냈다." - 《뉴욕 타임스》

 

 
2019년 가장 창조적인 인물(MOST CREATIVE PEOPLE 2019)에 선정된 작가 니코 워커의 자전적 데뷔 소설. 2020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루소 형제 감독 · 톰 홀랜드 주연의 동명 영화 《체리》의 원작 소설이다.
 
타고난 문학 재능과 신선한 창의력으로 수많은 젊은이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 전쟁의 어두운 일면을 그리고 있다. 끝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전쟁의 실체와 그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마약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잔인한 일상과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출간 전부터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전 세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뉴요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벌처》 등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에밀리를 만난 건 2003년, 클리블랜드의 대학에 들어갔을 때다. 좀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그녀를 본 순간 단번에 이끌렸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아프게 할 운명으로 엮인다. 나는 마약에 취해 에밀리와 사랑을 나누며 현실에서 도피하다 의료 특기병으로 군대에 입대한다. 하지만 나와 에밀리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결정이었다.
 
에밀리와 결혼하고 이라크에 파병되어 갔지만 의료 특기병으로서 준비되지 않았고, 하나씩 둘씩 죽어 가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영웅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에밀리와 함께 헤로인에 중독된 채 서서히 삶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나날이 이어지는데…….
 
 
*
 
체리
- CHERRY -


지은이
니코 워커(Nico Walker)
 
옮긴이 : 정윤희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영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32쪽

발행일
2020년 07월 27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90234-07-8 (03840)

 

 

김지연.jpg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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