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 속 깊은 어두움을 보는 시간,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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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최근에 폭염이 다시 시작되면서 나는 비타민을 보충하듯 체리를 사 먹었다.
때마침 체리를 신나게 먹던 시기에 이 책을 받았다. '체리'라는 제목을 보면 내가 먹은 여름 과일이 떠오르겠지만 이 책은 과일처럼 달콤하고 상큼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어둡고 불안정한 상황과 마음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어두울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아....'라는 반응이 저절로 나왔다. 그만큼 주인공이 경험했던 사건은 극심한 트라우마였고 주인공의 삶을 흔들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라크 파병에 참여 전 주인공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학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고 마약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순 없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 삶을 살아가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라크 파병에서 돌아온 후 마약에 더욱더 빠져나올 수 없게 되고 은행 강도가 된다. 파병 후의 삶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인 외상이 큰 주인공을 보면서 그것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상황을 내버려 두고 고통에 시달리며 결국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불현듯 외가 친척들이 생각났다. 내가 직접 뵌 분은 없지만,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전쟁에 참여 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으셨다는 친척,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충격으로 쓰러지셨던 친척이 있었다.
전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떠올리며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겠지만, 외가 친척들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으셨던 분들도 참 많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을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치료는 없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고 주인공 역시 치료를 받을 수 있던 상황이 아니라 마약에 의존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에 취한 젊은이로 사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세상에 있을까.
- p.304
계속해서 파멸해가는 주인공, 자신을 쓰레기라고 지칭하는 주인공의 내면에는 아무런 희망도 소망도 없었다. 그저 약에 취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내가 그동안 살면서 읽은 책 중에는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던 책도 있었다. 하지만 책들 대부분이 어두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상황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체리'도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저 주인공의 삶이 끝없이 반복되는 우울감과 고통을 보여준다.
처음에 이 책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문득 내가 생각하고 희망하는 것이 100% 정답이 아니듯 이 책도 다른 상황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현실도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고 나는 이런 현실은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희망차고 밝고 긍정적인 게 좋다고만 생각하고 어둡고 무거운 다른 현실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 나 스스로가 편협하게 느껴졌다.
영화가 개봉하면 나는 보러 갈 것이다.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끝나고 나서까지 아마 마음이 무거울 테지만 이런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내 관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게 할 영화이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장르와 비슷한 내용의 책만 접한 사람들에게 색다른 '체리'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책 소개>루소 형제 감독 · 톰 홀랜드 주연영화 《체리》 원작 소설"뜻밖에 나타난 문학의 기적, 위대한 업적이다. 이 추진력 있는 페이지들을 통하여 워커는 자기 자신과 조국의 악마에 사로잡힌 평범한 젊은이의 마음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 《워싱턴 포스트》
"《체리》는 최근 미국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일면을 그려냈다." - 《뉴욕 타임스》2019년 가장 창조적인 인물(MOST CREATIVE PEOPLE 2019)에 선정된 작가 니코 워커의 자전적 데뷔 소설. 2020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루소 형제 감독 · 톰 홀랜드 주연의 동명 영화 《체리》의 원작 소설이다.타고난 문학 재능과 신선한 창의력으로 수많은 젊은이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 전쟁의 어두운 일면을 그리고 있다. 끝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전쟁의 실체와 그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마약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잔인한 일상과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출간 전부터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전 세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뉴요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벌처》 등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에밀리를 만난 건 2003년, 클리블랜드의 대학에 들어갔을 때다. 좀처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그녀를 본 순간 단번에 이끌렸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아프게 할 운명으로 엮인다. 나는 마약에 취해 에밀리와 사랑을 나누며 현실에서 도피하다 의료 특기병으로 군대에 입대한다. 하지만 나와 에밀리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결정이었다.에밀리와 결혼하고 이라크에 파병되어 갔지만 의료 특기병으로서 준비되지 않았고, 하나씩 둘씩 죽어 가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영웅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에밀리와 함께 헤로인에 중독된 채 서서히 삶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나날이 이어지는데…….*체리- CHERRY -지은이니코 워커(Nico Walker)옮긴이 : 정윤희출판사 : 도서출판 잔분야영미소설규격130×195(mm) / 페이퍼백쪽 수 : 432쪽발행일2020년 07월 27일정가 : 14,800원ISBN979-11-90234-07-8 (03840)
[김지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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