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에 관련된 TMI를 나눠보아요 – 책 좀 빌려줄래?

글 입력 2020.08.23 09:1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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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에게 천천히 정을 붙여가는 스타일이다.
 
관계를 맺는 것에 신중해서 상대에 대해 길게 탐색하고 처음에 마음을 주지 않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관계를 농밀하게 만들어간다. 마치 시간이 지날수록 깊게 우러나오는 찻잔 속의 한 잔의 차처럼 말이다.
 
관계 맺음의 법칙은 사람이 아닌 취미에도 해당되는데, 오래된 취미일수록 해를 거듭하여 애정이 쌓이고 더 깊게 알고 싶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는 것은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이고 시간이 쌓여감에 따라 여러 기억들이 덧대어진 소중한 나의 생활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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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는 ‘세상의 모든 책덕후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라는 부제목과 귀여운 그림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들로 책장을 넘기는 걸 멈출 수 없게 한다.
 
이를테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들이 유난히 반가웠다. 책 읽기 좋은 곳,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 책 읽기 목표처럼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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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은 곳’을 예를 들어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 읽기 좋은 곳은 편안한 침대, 푹신한 의자, 좋아하는 카페 정도일 테다.
 
하지만 이 책엔 귀여운 그림체로 조금 말이 안 되고 비현실적인 유머들이 그려져 있다. 가령 특이하게 생긴 나무라든지, 업무상 점심 식사 자리라든지, 심지어 요가 교실이라든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그림 속 장난스러운 책의 세계에서는 왠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엉뚱한 상상에 멈춰 계속 피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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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사소한 TMI는 애서가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책이 훼손되면 마음이 아파서 책갈피는 최대한 얇은 종이를 선호한다. 두껍고 입체적인 책갈피를 오래 끼워두면 책에 움푹한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애용하는 책갈피는 전시회나 공연의 티켓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티켓은 밋밋한 흰 종이와 검은 글씨의 조합에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얇은 종이이기 때문에 책에 무리가 가지도 않는다. 급하게 짐을 챙겨 나오다가 책은 챙겼는데 책갈피를 빠뜨렸을 경우에는 급한 대로 지갑에 있는 영수증을 끼워 넣기도 한다. 책갈피의 핵심은 얇은 종이니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해 어떤 책을 꼭 읽겠다고 하는 책 읽기 목표도 있을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작년 연말에 세운 책 읽기 목표를 적어둔 기록을 살펴보았다. 2020 북킷리스트 중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모두 읽고 소설 <제인 오스틴 북클럽> 읽기, 찾아둔 서간체 소설 모두 완독하기, 원서 4권까지 읽기가 있었다. 이외에도 목표가 4개가 더 있으니 참으로 야무진 계획이었다.
 
하지만 책 읽기의 목표란 늘 틀어진다. 갑자기 앎의 욕구가 발동하면 새로운 책을 찾아봐야 하고, 전작을 재밌게 읽었던 작가의 신작이 발표되면 읽어야 하고, sns에서 사귄 애서가들이 추천하는 책들이 있으면 읽어봐야 하니까! 어쨌거나 책과 관련된 사소한 정보들은 나눌수록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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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의 진정한 ‘성덕(성공한 덕후)’은 직접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책 좀 빌려줄래?>는 책에 관련된 흥미로운 정보들을 다룬 뒤에 직접 글을 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이야깃거리도 제공한다. 글쓰기에 관한 조언들 중 가장 중요하게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한 점은 ‘일단 써라’였다.
 
최근 나는 글쓰기의 과정 중 많은 부분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쓰는 걸 자각하고, 최대한 고민을 짧게 하고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데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의 조언은 의미 있게 와닿았다. 아마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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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그러면 다시 앞 페이지들을 뒤적일지도 모른다.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그려진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상상과 글쓰기에 대한 조언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자극으로 다가갈 것이다.
 
 



<책 소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만화 에세이.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에 만화를 연재하고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를 수상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랜트 스나이더가 쓰고 그렸다. 본업은 치과의사지만,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책 중독자'라고 답하는 저자는, 처음 책을 만난 유년시절부터 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고 지금은 탐독가, 애서가, 장서가로 불리며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책 컬렉터이자 작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인 그가 책에 보내는 오마주 같은 책이다. 책을 향한 한 사람의 애정이 14개 주제, 85개 에피소드로 담겨 있다. 출간 이후 전 세계 책덕후들의 입소문을 타고 SNS에서 빠르게 퍼졌으며, 국내 문학 독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어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시적인 글과 재치 넘치는 그림을 한 컷, 한 컷 따라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밀려오는 위로가 있다. 재밌어서, 외로워서, 더 알고 싶어서 책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모이고 모여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기를 보는 듯 공감할 것이고, 앞으로 책을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덕후들의 평범한 듯 특별한 삶을 관찰할 수 있다. 작가의 탄생에 얽힌 비화와 깨알 재미는 덤이다.
 
책덕후라면 한번쯤 해봤을 말,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듣기 두려운 말이 있다. "책 좀 빌려줄래?" 빌려서라도 '그 책'을 꼭 읽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책이자 우정의 책이며 유머의 책이다.
 
 
*
 
책 좀 빌려줄래?
-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

 
원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홍한결

출판사 : 윌북

분야
독서 에세이

규격
153*210mm

쪽 수 : 1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284-6 (03800)
 

 

[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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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당분
    • 와 이 책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역시 재밌을 것 같군요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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