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밀어두었던 '진짜 나'를 만날 시간 -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 [도서]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 리뷰
글 입력 2020.08.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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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테라피스트가 알려주는

미묘하고 복잡한 내 감정 표현하는 법

 

10년간 그림책 테라피스트로 활동해온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다양한 감정의 파편들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책은 스스로의 감정 표현에 부끄러워하는 우리에게 쉽고 친절하게 감정 찾는 길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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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동화책)을 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짧은 분량과 간결한 내용으로 인해 얼핏 보면 동화책을 쓰는 것이 소설 등을 집필하는 것에 비해 쉬워 보이곤 하지만, 주요 독자가 ‘어린이’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이미 어린 시절을 잊어버린 어른은, 아이로서의 시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수강했던 영화 관련 교양에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곤 했다. “어린 시절을 되짚는다는 것은, 내 안의 ‘예술’을 일깨우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좀 더 넓게 해석한다면 모두의 어린 시절은 ‘예술가’였다는 셈이다. 편견에 물들지 않으며 찬란한 꿈을 꿀 수 있었던, 어른과는 다른 마음을 지닌 시절이었다.

 

이처럼 ‘예술가’인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모두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듯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일 수도 있고, 내가 어떤 동화를 읽고 자라났는지 궁금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음으로써 그 시절의 ‘나’를, 잊어버린 채 밀어두었던 ‘진짜 나’를 다시 만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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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올해 봄에 문화초대로 관람했던,

한 편의 동화 같았던 영화

<환상의 마로나>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심심찮게 ‘존버는 승리한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물론 나도 많이 쓴다). 당장에 원하는 욕구를 억누르며 열심히 노력하여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나 보상을 받았을 때는 그 말을 생생하게 실감한다.

 

하지만 감정만큼은 ‘존버’가 위험하다. 울고 싶은 마음, 아픈 마음을 끊임없이 억누르다보면 승리는커녕, 더한 슬픔과 아픔으로 되돌아와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

 

‘아이처럼’ 엉엉 울거나 깔깔 웃는다고 표현하듯이, 어른들 또한 감정에는 ‘아이처럼’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어른이니까’라는 생각은 책임감과 사명감에는 통할지 몰라도, 감정에는 하등 소용이 없는 잘못된 ‘어른 부심’일 뿐이다.

 

 

진정으로 나를 위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입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은 없습니다.

 

p.191

 

 

물론 내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타인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취급하라거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 감정에만 충실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저자 또한 문득 힘들고 아픈 감정이 밀려들 때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보거나, 홀로 견디기 힘들 땐 주저 없이 전문가를 찾으라는 조언을 반복적으로 서술한다.

 

모든 순간의 나에게 솔직했던 어린 시절처럼, 어른이 된 나의 감정도 진솔하게 대하며 초라하고 약해진 나까지 모두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나를,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내가 지니는 모든 감정 또한 끌어안아야 할 나의 일부이기에, 미워하는 대신 안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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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호평과 함께 종영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함께 곁들여도 좋을 듯하다. 모든 대사가 빠짐없이 따뜻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를 고르라면 단연 마지막회에 등장한, 문영의 질문에 답하는 강태의 이 대사일 것이다.

 

 

“상태 오빠가 좋아, 내가 좋아?”

“나는...내가 제일 좋아.”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였다면 당연히 ‘네가’ 좋다고 말할 타이밍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내가’ 가장 좋다는 이색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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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시청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듯, 고민 없이 이 대답을 하게 되기까지 강태는 치열하게 노력했다.

 

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거쳐 왔지만 곁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때로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노력의 종착지는 ‘행복’이었다. 모두가 간절히 원하지만 가장 얻기 힘든 것을 당당히 차지한 것이다.

 

이 책이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혹은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단정 짓지는 말았으면 한다. 어린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듯이, 행복을 찾는 일에도 예외란 없다.

 

*

 

이 책의 소재가 된 그림책과 함께 음미해도 좋고, 혹은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을 떠올리며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왕이면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밤중에 은은한 조명을 켜놓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 사실 언제어디에서라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라면 ‘수업’을 받기에 완벽할 것이다.

 

 

마음의 변화를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작은 들꽃을 보고 감동하는 삶, 나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마음이 흥겨워지고 계곡의 물소리에 행복해지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먹구름이 잔뜩 낀 당신의 마음에 환한 빛을 뿌려줄 때입니다. 당신을 그런 삶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pp.114-115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내 마음 회복하는 법-

 

 

저자 : 송귀예

 

분야 : 인문>심리학

 

발행일 : 2020년 7월 31일

 

판형 : 신국판변형

 

면수 : 288쪽

 

값 : 15,500원

 

ISBN 979-11-88545-89-6 (03180)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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