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Fringe – 2020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예술가들의, 예술가들에 의한, 예술가들을 위한 축제
글 입력 2020.08.24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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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올해의 주제는 ‘예술가들의 ________ 축제.’ 빈칸을 채우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햇빛이 쨍쨍 내리 쬐는 8월 16일,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방문했다.

 

행사가 열리는 문화비축기지에 방문하자 색색깔의 천 포스터가 우리를 반겼다. 푸르른 나무들 틈새로 보이는 옛 석유탱크들은 마냥 정답게 느껴졌다. 무더운 날씨에 갈증을 채우고자 프린지 살롱에서 시원한 오렌지주스 한잔을 마시고, 티켓 부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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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보려고 계획했던 공연은 네 개였지만, 친구와 계획을 수정해 ‘넌 그게 문제야’, ‘산다는 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만 보기로 정했다.

 

 

 

프로젝트 사공오의 '넌 그게 문제야'


 

첫 번째 보게 된 공연은 프로젝트 사공오의 ‘넌 그게 문제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딸이 상담실에 찾아와 벌어지는 일들을 풀어낸다고 해서 기대가 컸던 공연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 30분 전 입장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다가 공연이 진행되는 T4로 향했다.

 

공연장은 탱크 바깥 쪽 그늘 한 귀퉁이. 조명도, 마이크도 없는 작은 공간에 간이의자들이 깔려 있었다. 관객들이 입장해 착석하자 곧 까만 옷을 맞춰 입은 배우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관객 앞 의자에 앉아 대본을 펴고 낭독극을 시작했다.

 

공연은 오롯이 배우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대사 위에 얹힌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배우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우리는 세트가 없다는 것도 잊은 채 극 속에 빠져들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똑닮은 성격의 모녀가 서로에 대해 헐뜯다가도 상담사를 상대로 어느새 한편이 되어 똘똘 뭉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열심히 연습한 배우들의 수고가 보이는 공연이었다.

 

 

 

프로젝트 반함의 '다시래기'


 

쏟아지는 햇빛에 지친 몸을 쉬고자 잠시 카페에서 숨을 돌린 후, 수박씨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보러 T6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안부 여성들의 이야기와 대물림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극이라고 해서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것 아닌가(!)

 

아쉬운 마음으로 헤매던 중, 같은 시간대의 ‘다시래기’라는 공연을 보게 되었다. 공연장 입구부터출연자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을 탁 트인 야외공연장으로 인도했다. 그들을 따라 공연장으로 들어가 네모난 돌의자 위에 앉았다.

 

다시래기는 본래 전라남도 진도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출상 전날밤에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고자 한 전통행사이다. 이 공연에서도 망자의 영정사진 앞에서 중, 봉사, 봉사의 마누라 등이 북, 장구, 꽹과리를 비롯한 악기들의 반주에 맞춰 신나게 창을 한다.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맛깔나는 추임새와 전라도 사투리가 극에 재미를 더했다.

 

극의 마지막에 봉사의 마누라는 아이를 출산하는데, 한 사람의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이 동양의 불교적 사고방식과 연결되는 듯 했다.

 

 

 

소동 X 스튜디오BESISI의 '산다는 게'


 

마지막으로 본 공연은 소동 X 스튜디오BESISI의 ‘산다는 게’였다. 운동장에서 모인 관객들은 ‘산다’라는 이름의 게, 집을 구하는 여주인공 하나, 공인중개사인 거북이와 함께 문화비축기지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색한다.

 

유치 시절에는 바다를 힘차게 헤엄쳐 다니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엄중한 현실에 순응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그저 남들처럼 살아가는 넙치와 가자미, 그때 그때 가능한 목표를 세우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사는 문치 등. 정어리 떼가 된 관객들은 산다와 함께 여행하며 자신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다.

 

 

 

예술가들의, 예술가들에 의한, 예술가들을 위한 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8종 포스터.jpg

 

 

이러한 공연들을 보며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던 것은 예술가들의 열정이었다. 소재선정부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까지 예술가들의 고민이 녹아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나하나 고심하여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공연의 요소 하나하나를 선정했을 그들의 숨은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들의, 예술가들에 의한, 예술가들을 위한 축제’라고 빈칸을 채워보았다. 이번 2020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고통받았던 프린지페스티벌과 예술가들이 다시금 불씨를 피워내는 장이 되었던 것 같다. 부디 예술계가 이 작은 불씨에서 아름다운 불꽃을 피워낼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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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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