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나만 불편해 [영화]

글 입력 2020.08.2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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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 구하소서’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뚫고 호평을 받고 있다. 전체적인 영화의 호평은 다음과 같다. ‘박정민의 인생 연기’.

 

하지만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더 정확히는 동의하기 싫었다. 그저 나에게는 불편한 영화일 뿐이었다.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혹은 옳은 시선으로 바라본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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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란 배우를 좋아한다. 새로움을 도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가 독립영화를 할 때부터, 드라마의 조연으로 나올 때부터 사람이기에 그의 앞날에 빛이 있기를 원했다. 어쩌면 영화 ‘파수꾼’으로 처음 봤기에 그 영화의 쓸쓸함과 흔들리는 인물을 표현한 ‘희준’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응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박정민이란 배우가 아닌 박정민의 캐릭터를 응원하고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의 빛을 보기 위해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모두 보고 있다. 작품성이 떨어지든 뭐든,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 박정민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껏 (랩 장면을 제외하고) 그의 연기가 모두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찬란하였고, 도전하였으며, 각각의 캐릭터 속에 이야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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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흔들리는 청춘을 이야기하던 박정민 배우가 이번에 다시 연기 변신을 했다. 영화 ‘다만 악에 구하소서’에서 트레스젠더역으로 등장하는 그는 검색해보니 많은 이들에게 칭찬받고 있었다. ‘좋은 연기, 좋은 변신’ 하지만 나는 그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다. 글쎄 좋은 연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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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배우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태를 연기한 적 있다. 그 당시 그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이들을 따라 하고, 그들을 따라 하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이 본 이들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편견에서 만들어 낸 캐릭터가 아닌 그저 그 이야기 속의 ‘진태’를 만들어 내고 싶다며 인터뷰를 한 적 있다. 당시 참 좋은 배우구나,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배우도 한국 영화계에 필요하니깐. 하지만 그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그래, 대변신이라고 통칭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배우가 아닌 세계의 배우라면 ‘대변신’이라고 통칭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중 ‘테일 오브 더 시티’란 작품이 있다. 그 속에서도 트렌스젠더가 등장한다. 또한 ‘디스 클로저’란 작품은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드라마 ‘포즈’에서도 등장한다.

 

앞서 말한 작품들에서 ‘트랜스젠더’는 정말 다양하게 표현된다. 편견 속에 그려진 인물들이 아닌 각각의 성격, 이야기, 태도가 존대한다. 위와 같은 드라마로 다양성의 서사를 본 사람으로서 이 영화 속에서의 ‘유이’는 그저 편견 속에서 나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트랜드젠더’를 그저 똑같이 이행하여 그려낸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좋으며 옳은 배우였던 그가 이번에는 그저 좋은 꼭두각시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의 연기에 전적으로 배우 박정민의 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는 다같이 만드는 작품이니 말이다. 감독, 작가, 카메라 감독, 조감독, 상대 배우 등을 포함한 수많은 스텝이 다 같이 만드는 작품이니 말이다. 이 말에 책임은 서로 덜게 되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이 모두 편견으로 무장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니 말이다. 또한 인터넷을 살펴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그 말들이 더욱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편견을 부시자고 말하는 21세기에서 그 편견 속의 작품에 박수를 쳐주고 있다.


여성성, 남성성이란 단어가 있다. 이 시대는 그 ‘여성성이란 것이 무엇인데, 남성성이란 것이 뭔데?’라고 소리치면서 그저 인간다움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같이 내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차별적인 캐릭터 구상을 그저 ‘대변신’이란 타이틀로 환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편견을 깨부수고자 외치는 사람들이 또 다른 이를 편견에 사로잡혀 보고 있다.


 

“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건 트랜스젠더가 더 다양하게 그려지는 거예요.” 작가 겸 배우인 트랜스 여성 젠 리차드의 말이다. 그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비판받는 트랜스 여성의 여성성 수행이 “(트랜스 여성 다수가 성 노동자로 내몰린 현실에서) 신체를 극한으로 여성화해야만 고객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을 위한 행동”에서 비롯한다고 이야기한다. 성 노동자가 아닌 다양한 트랜스젠더의 삶이 미디어와 현실 양편에서 계속해서 ‘발명’된다면, 시스젠더 여성도 트랜스젠더도 더 이상 가부장제가 만든 고정관념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 경향 신문, [리뷰]트랜스젠더에게 ‘다음’이 당연한 세상이 온다면···. 넷플릭스 다큐 ‘디스클로저’. 김지혜 기자

 


좋은 연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좋은 영화는 무엇인가. 세계의 유명한 영화 거장들도 내리지 못한 정의를 내가 여기서 쉽게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세상에 좋은 아니더라도, 옳은 방향은 존재한다.

 

편견 속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 세상의 다양성을 모두 담아내는 것, 소수에게도 발언권을 주는 것 조금의 관심이 더 나은 예술계가 되는 길이 될 것이다.

 

 

[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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