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위하여: 도서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

글 입력 2020.08.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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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삶의 무의식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들도 있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삶 가운데 외부적으로 표출하는 감정은 속 안에서 삭히고 정리하는 감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좋은 감정이건, 어두운 감정이건 우리는 마음 속에서 정리하는 경우들이 더 많다. 왜냐하면 나이가 한참 어린 유아라면 모를까, 커가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미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은, 어쩌면 한 개인의 삶이 갖는 무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보다도 훨씬 더 큰 무의식처럼, 감정도 빙산의 일각만 외부로 드러나고 나머지는 속으로 침잠하니 말이다.

 

페르소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들이 들이닥쳤을 때, 더 이상 어렸을 때처럼 싫다는 소리를 마음껏 하지 못하는 순간이 언젠가는 온다. 그런 상황을 두고 우리는 흔히 어른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어른은 페르소나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고, 동시에 본인의 감정을 잘 갈무리하여 속내를 훤히 내보이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잘 유지해나가는 존재니까.

 

그러나 과연 감정을 속으로 삭히는 것만이 답일까.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봤자 뾰족한 해결책이 되지도 않고, 내 감정을 받아내는 타인도 힘들어지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을 속으로 삭히다 마음이 제대로 지쳐버리면, 그제서야 알게 된다. 감정을 속으로 삭히는 것은 그저 마음의 에너지를 써가며 버티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도서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을 읽어보았다. 그림책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책 소개 >


'감정 다루기'는 아이부터 어른까지의 공통 관심사이다. 부모는 어린 아이에게 수많은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고,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부모가 된 어른 역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려 노력한다. 아이 시절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지만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숨기는 법을 알게 된 어른들은 참다 참다 욱하는 감정에 일을 그르치며 후회하고 자책한다. 감정은 우리의 욕구가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하는 것을 발견하면 설레고 가슴이 뛰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두려움이 든다.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우리의 생각과 삶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감정을 억누르고 살다보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알기 어려워진다. 심한 경우에는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이 아닌 타인이 나에게 바라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법을 터득했다. 기분이 좋아도 나빠도 그렇지 않은 척한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도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 감정을 알아채야 한다.

 

10년간 그림책 테라피스트로 활동해온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다양한 감정의 파편들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강아지가 꼬리로 주인과 세상을 향한 감정을 표현하듯이 우리도 내 안에 감춰져 있는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나간다면 과거의 상처로 형성된, 해소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를 제거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스스로의 감정 표현에 부끄러워하는 우리에게 쉽고 친절하게 감정 찾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저자는 가장 먼저 우리에게 내 감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었다. 수많은 어른들이 감정을 숨기고, 삭히고, 때로는 외면하는 방식을 취해왔던 것과는 달리 내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고 직시하면서 그 감정을 억누르지 말 것을 주문한다. 감정을 억누르면 그것은 최종적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과 나를 분리하고, 감정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감정일기를 써보는 방법 역시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감정을 객관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일 것이다. 감정을 구분해보는 것은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인 동시에 감정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작업인 듯하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 속에서 요동치는 수많은 감정들을 정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셈이다.

 

감정의 표현 그리고 감정의 객관화에 이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를 돌보는 마음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하게 군다. 남들에게는 용서할 수 있는 문제를,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한 경우에는 오히려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건 서글프게도 남보다 자기 자신을 상처입히는 게 손쉽고 상황을 빠르게 끝맺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 베풀던 그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독인 뒤에 생기는 그 충만함으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내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내가 내 감정을 살피고 다스릴 수 있게 되는 순간, 삶의 변화는 이미 시작될 것이다. 결국 감정을 살피는 모든 작업은 당장의 현재를 안정감있게 그리고 슬기롭게 풀어나가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처음에는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내 생각과 달라서 놀랐다. 그림책으로 읽는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그림책들의 삽화 정도는 같이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출판된 어린이용 그림책들을 예시로 들어서 설명을 한다곤 하지만, 다른 출판사의 책들이기도 하고, 삽화도 저작권이 있을 테니 이 책에 함께 실리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림이 주가 되지는 않더라도 같이 그림이 들어갔더라면 그 그림을 보면서 심신이 안정되길 바랐던 나로서는 예상 외의 구성이었다.

 

그러나 책을 덮을 무렵에는 저자가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그림책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원작의 그림을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림이 펼쳐지듯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새삼 어린이 그림책에 이렇게 심오한 내용들이 다 들어가 있었나 하는 놀라움을 느꼈다. 아이의 시선에 맞춰 쉽고 간단하게 그림으로 풀어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어른들에게도, 아니, 어른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인생의 진리였다.

 

예전에 감정적으로 바닥을 찍어보기 전에는 감정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 것인지, 그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얼마나 사람이 공허해 지는지를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이전에도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항상 위로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나 피상적인 위로들이었다. 물론 그 당시의 나로서는 매번 진심을 다해 위로했지만, 내가 겪은 바 없는 감정들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감정의 스펙트럼을 알게 된 것이 타인을 위해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스스로 힘들었던 점을 생각하면 굳이 겪어야 했나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험이 되고 자산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감정의 바닥에서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온 뒤, 나에게 다시금 중요해진 것은 바로 하나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본문 246쪽 중에서)"

 

저자가 왜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가장 마지막 챕터로 준비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감정을 알고, 감정을 털고 나면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고, 또 다지게 된다. 그리고 남는 것은 단 하나, 미래다. 감정을 이해하고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상태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 결국 저자는 독자 모두가 그 출발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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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이 모든 이들의 감정에 해결책을 내려주지는 못할 것이다. 감정의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섬세하며 동시에 견고하다. 한순간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시간을 들여야 하고, 꾸준히 보살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것들은 순식간에 배우고 습관이 되는 반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늘상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내 것이 되는 이상한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복잡한 생각 없이, 감정 그 자체에 대해 짚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서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은 차분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당신의 그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지, 당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변화한 당신이 어떠한 지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부드럽게 알려 줄, 감정의 선생님이 되어 줄 책이다.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

- 내 감정은 소중하다 -

 

 

지은이 : 송귀예

 

출판사 : 빌리버튼


분야 : 인문>심리학

 

규격 : 153*225


쪽 수 : 288쪽

 

발행일 : 2020년 07월 31일


정가 : 15,500원

 

ISBN : 979-11-88545-89-6 (0318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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