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필요한 거 말고 갖고 싶은 거

마음을 채워주는 그것
글 입력 2020.08.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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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것을 필요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왠지 비겁한 타협같고”

 

오정희, 「꽃핀 날」

 

*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은 다르다. 사람이 사는 데 꼭 있어야 하는 것이나 지금 당장 결핍되어 있어 충족해야만 하는 걸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갖고 싶은 건 내 생존과 아무 상관 없이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이다.

 

나의 원동력 중 하나는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없다고 죽지 않고 없어도 의식주에 지장 없지만 내 마음에 영향을 끼치는 것, 그게 없으면 안 된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갖고 싶은 것이 있냐고 하면 갖고 싶은 게 있더라도 당장 필요한 것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필요한 게 없으면 생활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만족감이나 내 마음은 뒤로 밀고 당장 먼저 채워 넣어야 할 것만 같다.

 

나는 쓸데없는 걸 잘 모은다. 잡동사니 얘기할 때 나는 빠질 수가 없고, 누군가는 내 방을 보고선 신기한 게 많다고 했다. 지금 내 시야에는 선물 받은 무드 등과 오르골이 보인다. 이건 나의 습성을 잘 아는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로 요청했던 것들이다. 눈을 돌려 책장을 보면 선물 받았거나 내가 산 장식품들이 늘어져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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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실용성은 없고 예쁜 걸 좋아했다. ‘예쁘다’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사는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내 취향에 맞으면 그 외의 것들을 따지지 않는다.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나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소니의 핸드폰을 사용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고 기능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후로는 정말 취향에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정식 발매되지 않은 모델을 사서 썼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비슷한 게 나오지 않아서 매일 손에 쥐고 사는 필수품을 디자인만 보고 결정했다.

 

불매를 다짐했지만, 여전히 몇 년 전 여러 가지 이유로 사지 못했던 소니의 특정 핸드폰 모델이 한 번씩 생각난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만큼은 꽂힌 걸 꼭 쓰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의 나는 며칠째 한국에 출시 예정이 없는 구글의 핸드폰을 주문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

 

위에서도 말했듯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중요하다. 필요한 걸 충족시켰을 때와 달리 충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갖고 싶은 걸 손에 넣었을 때의 그 넘치는 기분. 사람은 고양감을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 활력을 불어넣고 삶의 자양분이 되는 그런 기분.

 

어렸을 때 눈치를 보면서 갖고 싶은 걸 포기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상당히 아쉬웠다. 그때의 감성을 지금 와서 충족시킬 방법이 없어서 뒤늦게 후회했다. 그때 채우지 못한 감성은 그대로 구멍이 되어 남는데 구멍이 점만큼 작았을 때는 그걸 몰랐다.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만으로 실행에 옮길 이유가 충분했는데, 주변 눈치를 보다가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 의미는 사라지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시간 지나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제때 채워야 넣어야 한다.

 

가지고 싶은 것이 허세에 기반했거나 과소비를 불러온다면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건 물질로 채울 수 없어서 사람을 계속 허기지게 만든다.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내 손으로 나를 후퇴시켜선 안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앞서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충만함과 고양감을 이야기했다. 의욕을 만들어주는 나를 위한 나의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내 삶을 무탈하게 굴러가게 한다. 갖고 싶은 것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의욕을 만들어준다. 마음속에 가지고 싶은 것을 품고 살자. 사소하더라도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품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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