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백수가 되었다 [사람]

글 입력 2020.08.1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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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되었다.


휴학 없이 3년을 달려왔고, 신입생이었던 내가 4학년이 되어 있었다. 꿈같았던 교환학생 시절을 보내고 첫 휴학을 했다. 고민이 많았던 마지막 학기까지 마치니 5년간의 대학 생활이 모두 끝나버렸다.


더는 학생이 아니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주 치과에서 “학생이세요?”라는 의사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졸업했어요”라고 대답한 순간, 확 와닿았다.

 

아, 나 이제 학생 아니구나. 평생 학생일 줄만 알았는데 이제 백수라는 생각에 심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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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아트인사이트에 ‘어중간한 스물셋 휴학생의 이야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했을 때의 고민을 털어놓은 글이다. 모든 학기를 마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약 일 년 전의 내 모습이지만 한참 어려 보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취업 이야기에 지나칠 정도로 예민했다. 엄마가 취업의 ‘ㅊ’자라도 꺼내려 하면 괜히 짜증부터 냈다. 갈등이 생기는 게 싫어서 최대한 진로 이야기를 회피하려 했고 엄마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엄마가 심한 잔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날 재촉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짜증을 냈을까.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내가 이제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저런 고민은 많은데 생각하기조차 싫었고 그저 피하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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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이 많지만 작년보다는 덜하다. 이제는 현실을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스스로 인생 계획을 세우고 취업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인정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취업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내게 엄마는 오히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인정해야 할 것은 내가 ‘취준생’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다. 짧게는 5년간의 대학 생활 동안, 길게는 24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인정해 주기로 결심했다. 내가 날 낮추고 깎아내리면 아무도 내 능력을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 애쓰기 전에 일단 나부터 나 자신을 믿고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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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친구를 만났다. 사실 친구를 부러워할 생각으로 나갔다. 로스쿨이라는 명확하고 안정적인 진로가 정해졌으니 고민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는 만나자마자 요즘 너무 불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 세상에 쉬운 길은 없고,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마음속 불안을 꺼내놓으며 서로를 토닥였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것은 불안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학교가 아닌 더 큰 세상으로 나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나 자신을 믿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이 고민의 끝이 보일 것이고, 또 지금을 추억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 세상 모든 백수들, 같이 힘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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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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