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악마는 치킨을 먹는다? 웹툰 ‘지옥사원’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8.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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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사원. 제목에서 무엇이 연상되는가? 제목에서 ‘사원’은 지옥을 모시거나 지옥에 있는 사원(寺院)이 아니고 사원(社員)이다. 그렇다면 ‘지옥에서 올라온’ 것만 같은 냉혹한 회사원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지옥’같은 회사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는 회사원의 이야기일까?


둘 다 아니다. 지옥에서 온 한 악마가 인간계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는 이야기이다. 악마는 어쩌다 ‘헬조선’이라는 한국에 와서 회사에 다니게 된 것인가.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8월 12일까지의 연재분을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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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집 나가면 개고생!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지옥은 인간들이 불행해질 때 만들어지는 ‘불행구슬’을 원동력 삼아 운영된다. 불행구슬을 더 많이 채취하기 위해서 악마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는 ‘휴먼 다이버’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쿼터’는 휴먼 다이버로 인간계에 갔다가 지옥에는 없는 인간계의 음식에 빠져버린 악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인간계에 방문했을 때 너무나도 음식을 사랑하게 된 나머지 구마를 당해 지옥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 뒤로 10년간 인간계에 가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쿼터의 팬을 자처하는 악마 ‘루테로스(줄여서 루테)’는 휴먼 다이빙을 할 수 있는 로켓을 만들어 쿼터가 몰래 인간계에 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게 쿼터가 무사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왔다면 이 작품은 악마 시점 맛집 웹툰이 됐을 것이다.

 

다행히도 무작정 인간계로 떠난 쿼터는 간신히 들어갈 몸을 찾아 다이빙에 성공하지만 이내 교통사고를 당한다. 원래는 영혼이 몸에 머물며 정보를 제공하고 악마는 인간인 척 연기를 해야 하지만, 교통사고로 몸 주인이 사망하게 됐고 영혼이 육체를 떠나고 말았다.


하필 들어간 몸이 ‘고순무’라는 아주 착하고, 바른 인간의 몸이었기에 악마인 쿼터의 말과 행동은 주변의 의심을 사게 된다. 결국 악마라는 사실을 주변에 들키지만 고순무를 다시 살리기 위한 그의 연인 ‘아리’와 몇몇 사람들과 쿼터는 고순무로서 인간계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딘가 이상한 지옥도(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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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까지 전개된 내용은 이야기는 쿼터-고순무의 취업 전후로 구별할 수 있다. 취업을 기점으로 주인공이자 핵심인물인 쿼터-고순무가 주로 활동하는 배경이 달라지다보니 작품에서 주로 보여주는 모습도 변화가 생겼다. 자연스레 그 안에 담기는 내용도 조금은 달라졌다.

 

취업 전까지는 쿼터가 고순무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스스로가 고순무의 집이나 아르바이트하는 식당 등을 겪고 관찰하며 알아가는 내용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회고도 주요 정보였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쿼터가 인간계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적용하여 고순무의 상황과 사회적 위치를 알아내는 과정은 의사가 환부를 들여다보듯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효과를 가져왔다.

 

가령 21화에서 ‘불행구슬’을 얻으러 돌아다니는 쿼터-고순무의 여정을 살펴보면, 마트에서 벌어지는 갑질부터 가족과 이별하는 훈련소 앞 풍경, 고시 생활, 배려 없는 공개 프로포즈처럼 일상의 여러 단면을 스쳐지나간다. 악마들은 ‘인간은 스스로 불행구슬을 만들어내는 생물’이라고 정리할 만큼 우리의 삶에는 불행할 구석이 너무나 많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불행보다도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황, 더 나아가서는 국가나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불행함을 느끼는 것’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쿼터-고순무가 목격하는 외부 세상은 집약적으로 인간 ‘고순무’의 삶에 녹아 있다. 그는 바르고, 착하고 성실하다.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운전에 능하다. 그러나 부모님은 계시지 않고, 발렛파킹 아르바이트를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가족, 학벌, 재산과 같이 인간에게 중요하다 여겨지는 조건들을 갖추지 못했다. 그의 곁을 지키는 것은 취준생 시절부터 함께한 연인 ‘송아리’뿐이다. 이러한 순무의 삶을 통해서 바르게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받지 못하는 세상 구조에 의문을 갖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덕적이지 않은 쿼터가 고순무의 몸에 들어오고 난 후 고순무는 아리와 같은 대기업 ‘선호식품’에 입사하게 된다.

 

현실의 부조리함은 지옥의 상당한 공명정대함과 비교되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작품이 지옥과 인간계를 기반으로 펼쳐지다보니 두 세계의 비교는 필연적이다. 우리의 통념대로 죄를 지은 자들은 지옥에 가서 벌을 받는다. 살벌하고 잔인할 것 같은 지옥은 의외로 ‘인간적인’ 지옥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쿼터의 회상에 따르면 지옥은 노력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곳이었다. 인간의 도덕과 윤리보다도 공명한 질서를 가진 것만 같은 지옥의 모습은 ‘지옥보다 못한 세상’을 채운 질서가 누굴 위한 질서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쿼터-고순무와 고순무-김중규의 거울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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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고순무는 여러 운을 타고 무사히 선호 그룹에 취업한다. 그 과정에서 ‘악마’의 모습이 ‘능력 있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쿼터의 비도덕적인 행위가 상식을 벗어나는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에 늘 확실을 갖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 쿼터-고순무는 회사의 관습 등을 부수며 나아간다. 기업은 현대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축이다. 이러한 기업의 구조를 가볍게 여기면서 생각한 바를 실행하는 쿼터-고순무의 모습은 사이다처럼 그려진다. 그의 행보는 구조 내부에서는 어렴풋하게 알거나 미처 모르고 있었을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낸다. 독자는 쿼터를 따라 외부자의 시선으로 기업과 자본주의도 살피게 되는 것이다.

 

쿼터-고순무가 회사에 들어가 겪는 연수원 생활부터 첫 업무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수직적인 기업 문화, 성차별적인 관행들, 효율과 비용으로 측정되는 수많은 요소가 드러난다. 고순무의 주변인들도 자연스럽게 문제 상황을 보여주는데 일조한다. 실은 그것이 일상이기에 문제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기는 할테지만.

 

일사적인 상황에서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일삼는 쿼터-고순무의 모습은 통쾌하지만 씁쓸하다. ‘악마’가 ‘능력 있고 멋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은 사회의 가치관이 비인간적인, 비도덕적인 모습을 권장하는 것이자 '악마'가 아니라면 문제제기도 쉽지 않는 현실이기 때문이다.선하고, 따뜻한 고순무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 웹툰에서 재미있는 지점은 쿼터-고순무가 악마다움으로 기업에 침투했다면, 고순무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쿼터가 빠르게 지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악마들은 고순무의 영혼을 인간계로 보내 쿼터를 돕도록 한다. 물론 그 대가는 고순무가 살아나는 것. 그렇게 고순무가 들어가게 된 인간은 ‘선호 식품’의 라이벌 기업인 ‘골드그룹’의 회장 ‘김중규’였다.

 

김중규는 최근에 세상을 떠난 회장의 아들로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가진 것은 지위뿐 능력도 없는 안하무인인 인간이다. 쿼터와 모든 면에서 정반대의 ‘휴먼 다이빙’을 한 것이다. 알바생과 회장(사회적 지위), 선한 인간과 안하무인(성격), 인간계로 복귀와 지옥으로 복귀(목적). '골드 그룹 회장'이라는 직책 상 사업적으로 중요하다보니 이야기 전개에서도 고순무-김중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쿼터와 고순무의 비교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살펴보면 쿼터와 고순무는 색 반전을 한 듯 정반대의 캐릭터다. 어쨌든 이들은 쿼터-고순무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고순무-김중규도 고순무 스타일로 회사일을 해나간다. 착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세간의 인식을 뒤집을 만한 결과를 보여줄 것만 같다는 기대가 쌓이고 있다.

 

*

 

쿼터의 ‘사이다’ 한방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우리 모두 마음 한 구석엔가 고순무를 데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순무의 고군분투가 더욱 와닿고 그의 성공이 간절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의심이 드는 세상에서 ‘인간다운 인간’의 성공은 우리가 아는 인간다움이 아직 가치롭고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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