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범고래는 왜 'Killerwhale' 일까? [영화]

글 입력 2020.08.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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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묻고 싶다.

 

범고래를 아시나요?

 

'들어본 적 있는데 걔네 무서운 애들이던데요, 무리지어 다니면서 다른 바다생물들 괴롭히던데'라는 대답을 예상한다. 범고래의 영문명이 '킬러웨일' 일 정도니까. 어떤 시선에서는 그게 범고래를 설명하는 정확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블랙피쉬'에서는 시선을 바꾸어본다. 범고래에게로. 범고래의 시선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지 같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씨월드로 잡혀오다


 

1983년 북대서양의 아이슬란드에서 수컷 범고래 한 마리가 잡힌다. 나이는 두 살이고 몸길이는 3.5m에 달한다.

 

사람들은 이 커다란 범고래를 틸리컴이라고 이름 지었다. 틸리컴은 사람들에게 잡힌 순간 야생 범고래들과 다른 신체적 특징이 한 가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등에 있는 지느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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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사람들에게 잡혀 해양 테마 놀이공원인 씨월드로 잡혀오게 된 틸리컴이고, 아래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범고래이다. 자세히 보면 틸리컴의 지느러미는 휘어져있고, 야생 범고래의 것은 꼿꼿하다. 원래 범고래의 등 지느머리는 야생 범고래의 것처럼 곧게 뻗은 모양이다.

 

인간이 범고래를 포획하는 과정에서 등 지느러미가 휠 뿐.

 

 

 

동료 범고래들이 괴롭히다


 

그렇게 틸리컴은 휜 지느머리를 가진 채 씨월드에서 살아간다. 낯선 범고래들과.

 

인간으로치면 처음 본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야생의 범고래는 혈연을 중심으로 무리를 지으며 살아가나, 수족관에서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틸리컴은 난생 처음 본 범고래들과 함께 인위적으로 무리를 지어 살아야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순조롭지 못했다.

 

수족관에서 살던 범고래들이 새로 온 틸리컴을 괴롭힌 것이다. 그 시작은 '협동 훈련'이었다. 씨월드에서 범고래들의 주된 임무는 범고래쇼를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틸리컴은 처음에 쇼를 아예 몰랐을 터.

 

씨월드는 틸리컴을 수족관에 길들여진 범고래와 함께 훈련시키기로 한다. 인간이 명령하면 범고래가 따라하는 방식으로. 틸리컴이 명령을 알아듣지 못하면, 조련사는 두 마리 고래 모두를 굶겼다. 먹이를 안주는 벌을 내린 것이다. 길들여진 범고래는 먹이를 받지 못하게 되면 틸리컴을 이빨로 깨물었다. 그것도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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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컴을 비롯한 범고래들은 공연이 끝난 밤에는 강철로 된 작은 상자같은 공간인 듈에 갇혀있었다. 오후 다섯시부터 오전 일곱시까지. 밤을 꼬박 그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고 보면 된다.

 

영화에서는 전직 씨월드 범고래 조련사들이 나와서 그 때를 회상하는데, 듈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의 표정에 미안함과 착잡함 등이 섞여보인다. 특히 틸리컴에게 미안했다 말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듈을 살펴보면 틸리컴의 몸에 상처가 가득했었다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다


 

틸리컴의 고통을 상상하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매일 사람들에게 공연을 몇 차례 한 후, 밤에는 자신을 싫어하는 고래들과 한 공간에 갇혀야 한다니. 이건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살게 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틸리컴이 야생에서 살았다면, 공격을 받을 때 도망갈 곳이 사방에 있었겠지.

 

하지만 고작 몇미터 밖에 안되는 작은 콘크리트풀에서는 도망갈 곳이 없다. 그대로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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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월드에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틸리컴은 눈에 띄게 예민해졌다. 그리고 이것은 함께 훈련하는 조련사에게 표출되었다. 틸리컴이 조련사를 공격한 것이다. 1991년의 일이었다. 뉴스에서는 익사로 나왔지만 실상은 고래들이 그녀를 물속으로 끌어당겼다.

 

그 후 씨월드는 어떻게 했을까? 상식대로라면 문제가 된 고래들을 더이상 조련사와 함께 두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넓은 바다 속으로 풀어줬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조련사와 고래 모두에게 안전한 해피엔딩을 택했을 터지만, 씨월드는 그렇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틸리컴을 쇼에 다시 사용했다.

 

 

 

죽고 나서야 수족관을 벗어나다


 

포획된 야생동물들은 모두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지능이 높은 범고래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범고래는 인간을 제외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이고, 감정이 상당히 정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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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월드측의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틸리컴의 정서적 문제는 깊어져갔다. 공격성 역시 자주 보였다. 한번 공격성을 보인 범고래는 번식에 쓰이면 안되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씨월드는 그럴리 없었다.

 

틸리컴의 정자를 지속적으로 보관하여 쇼를 위한 범고래 생산에 사용했다. 씨월드는 틸리컴이 벌어다주는 막대한 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틸리컴이 자신의 짜증, 분노를 발산할 방도는 없었다. 여전하고도 당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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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컴은 34년간 좁은 풀 안에서 살다가 2017년에 사망했다. 씨월드에 가서 이 이야기를 꺼낸다면 "범고래의 평균 수명은 20년 정도이고, 오래 살면 30년이랍니다"라고 말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휘어버린 등지느러미처럼.

 

사육 당하는 범고래들의 수명은 야생의 범고래들의 반도 안된다. 야생 범고래들의 수명은 60~80년이다. 틸리컴은 사망한 후에 비로소 자유를 얻어 수족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수족관에서 잠들던 숱한 밤, 틸리컴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꿈을 꿨으려나. 꿈에서만큼은 넓은 바다에서 곧은 지느러미를 세우고 유유히 헤엄쳤기를 바란다.

 

*

 

구글에 범고래를 검색하면, '악마, 살인자'라는 수식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틸리컴은. '틸리컴이 수족관에 있는 동안 총 3명의 조련사를 죽였다'라는 자극적인 이슈를 이용해 온갖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붙인다. 틸리컴이 조련사들을 죽인 것은 사실이다. 근본적 문제는 따로 있는데.

 

틸리컴의 몸과 정신이 상처받고 피폐해질 때까지 놔둔건 누구인지. 과연 틸리컴이 야생에 살았어도 인간을 세 명이나 해쳤을지. (실제로 야생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

 

진짜 잔인한건 인간이다. 인간은 본인들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동물을 한평생 욕조와 다름없는 작은 공간에 키우면서 온순한 곰인형이 되길 바랐다. 인간이 범고래를 킬러 웨일이라고 부를 만한 도덕성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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