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존재들의 위대한 논쟁 -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글 입력 2020.08.12 06: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라스트세션] 공연사진_이상윤,신구(2)(사진제공_파크컴퍼니).jpg

 

 

연극 <라스트 세션>은 실제로 만난 적 없는 두 실존 인물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극이다.

 

그들은 무신론과 유신론에 대해 너무나 반대되는 입장을 가졌다. 프로이트는 종교적 신념을 일종의 강박으로 보고 무신론적 세계관을 과학적 세계관이라 칭했다. 루이스는 수많은 저서를 통해 기독교 변증을 펼친 20세기 대표 유신론자다.

 

루이스는 자신의 자전적 소설에서 프로이트를 나타내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극 중에서 프로이트의 초대를 받은 루이스는 자신의 책이 프로이트의 기분을 붎편하게 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묻고 싶었을 뿐이다. “선생같이 똑똑한 사람이, 한때 내 신념에 동조했던 사람이, 왜 갑자기 진실을 버리고 간교한 거짓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난 그걸 알고 싶소.”

 

진실. 신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다. 자기 생각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만 많을 뿐이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논쟁은 끝없이 이어져 왔다.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끝없는 논쟁을 펼친다. 무거울 것만 같은 연극은 쫀쫀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이 진행된다.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평소 유머를 즐겼던 루이스와, 농담에 대한 연구를 남겼던 프로이트의 위트가 대화를 더 재치 있게 만든다. 그들은 고통과 욕망, 유머에까지 주제를 확장 시켜 도발적인 토론을 이어나간다.



[꾸미기][크기변환]포스터.jpg


 

공식 포스터를 보면 두 명의 학자 프로이트와 루이스 캐릭터의 측면 실루엣을 조명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보도자료에서는 이렇게 밝힌다.


 

암흑 같은 시대에 어둠을 밝힌 두 사람의 학식과 지성을 형상화했다. () 이번 포스터는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에도 섬광처럼 빛을 내는 두 학자의 열띤 논쟁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극 중 시간적 배경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이다. 그때 프로이트는 실제로 구강암을 앓고 있었다. 극이 진행되는 도중 전쟁과 죽음은 예고 없이 그들을 조여온다. 이러한 설정은 그들의 논쟁에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하나, 죽음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았다.

 

극 중에서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서로를 설득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하는 생각을 내보일 뿐이다. 아마 그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사실은, 바꿀 필요가 없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 그들이 논쟁을 벌인 주제에 대해 명확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들의 지적 논쟁을 관전하며 대화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하던 나는 루이스의 대사에 약간은 맥이 빠졌다. “시대를 초월한 최대의 미스터리를 하루 아침에 풀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죠.” 하지만 뒤이은 프로이트의 대답에서 나는 논쟁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딱 하나 더 미친 짓이 있지. 그렇다고 생각을 접어버리는 거.”

 

나는 명확한 걸 좋아한다. 예술 작품을 빼놓고는 뭐든지 명확한 게 좋다. 가끔 모든 게 보잘 것도 쓸모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가진 회의주의와도 맞닿는 것인데, 너무 작은 존재인 인간들이 하는 생각과 논쟁들이 이 세상에서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다고 생각을 접어버리는 건 정말 미친 짓이라는 것. 인간은 세상 속에서 작은 존재일지 몰라도 우리 개인의 의식은 모두 하나의 세계에 맞먹을 만큼 신비롭다. 그런 개인들이 신과 종교, 삶과 죽음 등 명확히 풀릴 수 없는 주제들을 가지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굉장히 재미 있고 흥미로웠던 연극이다.

 

 

[라스트세션] 공연사진_이석준,남명렬(3)(사진제공_파크컴퍼니).jpg


 
라스트 세션
- Freud's Last Session -


일자 : 2020.07.10 ~ 2020.09.13

시간
화, 수, 금 오후 8시
목 오후 4시
토 오후 3시, 6시
일 오후 2시, 5시
 
*월 공연 없음
*08/09,16,23,30 일요일 2시 공연만 있음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3관

티켓가격
전석 55,000원
  

주최/기획

(주)파크컴퍼니


관람연령
14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90분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5557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