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을 읽다보니 질문이 생겼다. - 출판저널 518호 [도서]

나는 왜 책을 읽기로 했을까? 그리고 도서관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08.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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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을 읽으니 두 가지 질문이 생겼다.


 

왜 책을 읽는 걸까? 문득 생겨난 물음에 나는 다음 증으로 채 넘기지 못한 출판 저널의 귀퉁이를 만지작거렸다. 이번 호의 출판저널에선 도서관이나 여러 기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이 어려워지며 책을 못 읽게 된 사람들 또는 사회적 격리 기간 동안 이것저것 해보다가 독서에까지 손을 뻗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책을 읽는 행위가 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기에 우리 생활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로 거론되는 걸까.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에 왜 나는 넷플릭스를 한참 보다가 결국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을까?

 

- 코로나로 밖에 나갈 수 없는 이시기에, 책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면 좋을 텐데, 하필이면 도서관이 휴관이에요. 도서관 휴관이 잠깐풀렸을 때 도서대출 수가 매우 많았다고 해요.


- 저도 한동안 넷플릭스를 많이 봤는데요. 보다 보니까 콘텐츠가 고갈됐어요. 한도에 도달한 느낌이에요. 볼만한 것들은 이미 다 봤고, TV도 계속 볼 수가 없잖아요. 코로나로 인해 활동 자체가 여러 가지로 다각화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 중에서 독서가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코로나가 닥치며 나는 넷플릭스를 의미없이 쭉 내렸다가 올렸다가 제목만 훑은 후 폰을 끄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렇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손에 넣은 것은다시 또 책이었다. 그 동안 미뤄왔던 책 아니면 너무 좋아서 다시 읽고 싶은 책. 나는 왜 결국 책을 잡은 걸까?

 

일단 책 옆에 둔 이면지에 적었다. '나는 왜 책을 읽는 걸까'. 마저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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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도서관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서관이 안전한 공간인지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하며 그 신뢰관계가 깨져버렸다고. 도서관은 믿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믿음을 다시 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해결책 (반납된 책은 소독 / 전자책 홍보 / 야외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 제시됐다.

 

내가 집근처 구립도서관을 다닐 때가 생각이 났다. 북적거릴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차 있진 않았지만 책장을 지나칠 때마다 사람과 마주칠 수 있어 작게 '실례합니다'를 소근거렸던 기억. 두세 권씩 책을 쌓아놓고 하나하나 읽고 있던 사람들. 지금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어디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도서관의부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 어느 도서관에서 독서의자를 준비해서 야외에서 의자를 펼쳐놓고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읽도록 하더라고요.

 

- 미국이나 유럽 도서관에 가면 마당이 있어요. 그리고 이용자들은 마당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실리콘밸리의 한 도서관은 도서관 마당에서 반려견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해요. 아이들이 반려견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거예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고, 도서관 마당에서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인식도 심어 주죠. 도서관이 내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거죠.

 

- 우리나라는 도서관을 지을 때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지역에 있는 도서관은 도서관 자체가 예술 작품이거든요. 예술 작품이라는 것이 다 다르잖아요. 어떻게 보면 도서관은 공공건축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최고의 건축가가 최고의 예술작품을 우리 지역민들에게 보여준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봐요.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내 질문은 결국 이렇게 방향을 틀었다.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 걸까? 사람들이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곳, 쉽게 책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 곳. 더 나아가서 그 지역의 문화적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곳. 또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잘’읽을 수 있는지. 도서관은어떤 공간인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은 출판저널을 보며 떠올랐고 이에 대한 해답 또한 출판저널에서 찾을 수 있었다.

 

 

 

01. 왜 책을 읽는가 (특히 코로나 시국에)


 

“코로나 시대, 당신의 독서생활은 안녕하십니까?”라는 타이틀이 정확히 내가 가졌던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언택트가 됨에 따라 사람들은 모두 서로 간에 거리를 두고, 접촉을 피하면서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중략)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독서일 것이다. (중략) 그러나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결국 고독을 온전히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고독을 더욱 평온하게 향유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동시에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즉 독서생활은 이 코로나 시대에 고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인 동시에 인간성의 성숙을 도모할 수 있는아주 깊은 성찰의 계기인 셈이다.”

 

아! 했다. 아 이거구나.

 

케이블 채널을 돌려가며 여러 예능 재방송을 보다가도. 넷플릭스로 유명하다는 해외 드라마를 보다가도 나는 종종 답답했다. 여러 명이 웃고 떠드는 장면을 봐도 공허했다. 그래서 TV를 끄고 내 방에 들어가 폰을 켜 인스타그램을 주룩 훑어도 오히려 혼자 있다는 사실만 더 실감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그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책을 펼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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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미뤄두었던 ‘코스모스’를 펴 지구의 크기를 가장 근접하게 쟀던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 기뻤다.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를 다시 펴서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었는지 되짚을 수 있었다.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에 나는 혼자라서 가능한, 혼자일 때 더 좋은 ‘독서’를 택한 것이다. 내 내면을 더알차게 채우고,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02.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제일 앞, 에임하우스 에임란트 도서관에서 찾았다.

 

복합문화센터 안에는 미술관이 있고, 그 옆에는 도서관이, 그 위에는 예술학교가 있다. 도서관 저체 홀은 사선으로 되어 있는데 계단 끝 통창으로 시내 광장이 보이며 이웃들의 삶이 펼쳐진다고 한다. 문화와 건축이 만나 일상이 이루어진 곳, 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가뿐하게 받는 에임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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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센터인 에임하우스 안에 미술관, 아카이브, 도서관, 예술학교가 있다. 에임 광장이 앞에 펼쳐져 있다. 

거대한 에임하우스, 아래층과 지하는 미술관, 1층은 연결된 카페와 도서관 로비, 2,3,층은 도서관, 

4층은 예술학교로 네덜란드의 10대 아름다운 도서관 중의 하나로 알려있어 

도서관 순례자들이 감동하는예술적 성지이기도 하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문화센터안에 있는 광장을 거닐며 레스토랑, 카페, 상점을 둘러본다. 내가 그 곳에 가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어떻게 움직일지벌써 눈에 선하다. 이런 게 일상과 가깝다는 걸까? ‘책 보러 가야지’뿐만이 아니라 ‘간 김에 책 읽어야겠다’고 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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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외관적 내관적 특징은 높은 천장이다.

 텅 빈 공간의 마력을 충분히 보여준 베를린 대학 도서관처럼 이 도서관에서도 분명 그러한 공간의 매력이 빛나고 있다. 

무 기능도 할 것 같지 않은 잉여 공간에서 절로 점유되는 여유로움은

 빼곡히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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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책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하지만 책을 넘어선 무언가로 가득 채워질 쓸데없는 공간이 많이 있어야 하겠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꽂아 둘 당장엔 그 쓸모 없는 공간이 우리가 드나드는 도서관에는 많이 구비되어야 한다.

 

 

예전에 브레인스토밍이 가장 잘 될 때는 걷고 있을 때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시험기간에 공부를 끝내고 도서관에서 나오면 30분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그 날 공부한 것을 머릿속에서 복기했다. 아, 이런 경우도 있다.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는데 머리가 꽉 막힌 기분에 답답할 때 나는짐을 싸서 일단 무작정 걷는 사람이었다.

 

자, 이제 생각해보자. 일단 새로 들어온 책 앞에 서 있다. 여러 제목을 스쳐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뽑았다. 그 자리에서 두세 페이지를 읽는다. 자리를 잡아 몇 장 시간이 되는 대로 더 읽는다. 책을 덮는다.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두고 걷는다. 책 아니면 사람, 그리고 뻥 뚫린 공간을 보며 나는 방금 전에 본 책을 떠올린다. 하릴없이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 튀어나오는 대로 잡아본다.

 

생각은 길게 이어지진 않는다. 걷는 중이라서 뇌가 퐁퐁퐁 다양한 주제를 생각해보라며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그러다가 낮에 본 미술관 전시도 생각나고, 티타임을 즐겼던 카페의 커피 향도 떠올려 본다. 다시 책 생각이 난다. 아, 작가는 그 뒤에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안달이 난다. 뒷부분을 마저 읽을 날을 기대하며 집으로 향한다.

 

이런 도서관을 가 보고 싶다.

 

 

 

질문을 하자, 출판저널을 읽으면서


 

출판저널은 왜 책을 읽는지, 서점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도서관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지. 서점 주인의 이야기, 해외의 도서관, 코로나에 대한 사람들의 담화를 읽히며 자연스럽게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잡지다. 물론 그들은 매우 칱절하기 때문에 해당 호 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곳곳에 실마리를 숨겨준다.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며 읽기보단 ‘왜 그래야 하는 건지’ 촉을 세우고 읽으니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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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18호
- 2020년 7+8호 -


출간 : 책문화네트워크(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82*257mm

쪽 수 : 224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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