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에게 다가가는 법 - 1일 1미술 1교양 [도서]

글 입력 2020.08.0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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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푹 빠졌다. 여러 시대를 걸친 그림들은 명화로 남아서 얽힌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이 좋았다. 미술과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책을 자유자재로 읽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렇게 미술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미술은 내게 항상 친해지고 싶은 애정을 듬뿍 주고 싶은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런 개념이 생겼다. 내가 작품을 바라볼 때는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무얼 말하고 싶은지, 작가의 생각도 같이 알아야 한다고. 작품으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었다. 때로는 그런 강박감에 시달려서 가까워지고 있던 미술이 저 멀리 달아나 버린 적도 있었다.

 

더 많이 알고 싶었다. 항상 목말랐다. 알면 알수록 나와 거리를 유지하는 미술 때문에 애가 탔다. 미술과 관련해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다른 사람에게 미술과의 친분을 얘기하자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술, 너에 대한 갈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살려줘. 누군가 나의 간절한 한 마디에 응답했다. 우선 안아줬다. 그의 따뜻한 품에 진정이 됐다. 내게 기분이 어떠하냐고, 편안한지, 혹시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물었다. 불안감을 부추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현재 느끼고 있는 이러한 감정들을 고대의 사람들도 똑같이 느꼈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살기 위해서 불안했다. 그 시대에 도래할 수 있는 수많은 위험성에 사람들은 걱정했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그게 미술이었다. 불안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승화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다. 삐뚤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그들은 신념을 가지고 상상도 하기 힘든 수많은 작품을 배출했다. 그 작품들이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 시대의 기술로 탄생하기 어려운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미술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원시부터 시작해서 이집트, 그리스와 로마로 넘어갈 때까지, 작품을 이해하는 건 작가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작업이 아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온전히 ‘인간’의 관점을 인식하기 전에 그들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건, 그 시대에 그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을 이해하는 것과 같았다.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고 그 시대의 작품을 바라보면 시각이 달라진다. 그들의 간절함과 염원이 시대를 관통해 현재의 나에게 닿았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좋아한다. 명화와 그리스와 로마 신화와의 상관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다. 신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건의 발단은 제우스의 못 말리는 바람기와 헤라의 질투다. (p.88) 디아나와 칼리스토 그리고 별자리 파트에서 칼리스토가 별자리가 된 이유도 칼리스토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유혹한 제우스(주피터) 때문이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도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단골 등장인물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파리스의 심판’이다. (p.4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한 파리스로 인해 트로이 전쟁은 인간의 전쟁을 넘어선 신들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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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485)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수많은 화가 중에도 난 보티첼리의 그림을 좋아한다. (p.115) 보티첼리는 신화적 상상력을 자신의 그림 안에 넣었다. 그녀가 바다에서 태어났음을 의미하는 조개껍데기와 그녀를 바람을 불어 육지로 보내려는 서풍의 신과 그녀에게 옷을 입히고자 하는 봄의 여신의 조화는 비너스의 탄생을 아름답고 신비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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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1819)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하다. 나라는 사람은 그렇다. 그래서 낭만주의가 끌렸는지도 모른다. (p.274)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에 따라 솔직하게 표현하는 작품이 좋았다. 작품에 보이는 작가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건 그들과 내가 교감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낭만주의 미술의 시작점은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으로 본다. 그때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처럼 격정적이고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의 부딪힘이 책을 뚫고 느껴진다.

 

시각을 넓혔다. 그로부터 너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유명한 작품을 보고 이 작품에 대해 다 안다고 자부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자꾸만 너를 맴돌았다. 손을 잡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너와 나 사이의 투명한 벽은 우리 사이를 자꾸만 갈랐다. 그렇게 영원히 너에게 다가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가 없었더라면, 그가 내게 너에게 다가가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항상 고맙다. 그를 만난 지 50일이 됐다. 앞으로의 50일이 기대된다. 그는 자꾸만 내게 설렘을 주는 책이었다. 너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모든 분께 그를 만나기를 고대한다. 그는 분명 반갑게 맞이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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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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