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 생각만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 1일 1미술 1교양

글 입력 2020.08.0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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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을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그림들은 다 비슷비슷하게만 보인다. 피카소나 달리처럼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작품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나는 금방 길을 잃는다.

 

미술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세계사와 철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당연히 르네상스니, 바로크니 하는 단어도 들어본 적이 있다. 들어보기만 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게 항상 대단한 열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양미술과 나의 관계는 그랬다. 미적지근하고, 얕았다.

 

교과서에는 늘 대단하다는 설명이 달린 작품이 등장하고, 그것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칭송받는다. 교과서에 작게 인쇄된 그림들을 보면서 나는 늘 ‘왜?’라고 질문했던 것 같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뭔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던 탓이다. 그러니까, 대체 무슨 기준이 수많은 작품 가운데 저 작품을 중요한 것으로 구분하는지 늘 궁금했다.

 

나는 그래서 예술을 판단하는 그 기준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예술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쉬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큰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넘쳐나는데, 예술은 조금 미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절대 찾아오지 않는 ‘적당한 때’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1일 1미술 1교양』을 만났다.

 

 


쉽게 읽는 서양미술사


 

『1일 1미술 1교양』은 서양미술사를 부담스럽지 않게 설명한다. 모든 페이지에 빠짐없이 작품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나처럼 미술에 대한 태도가 다소 가벼운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하루에 읽어야 하는 분량이 정해져 있고, 독자는 그저 매일매일 꾸준히 책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는 것 또한 의지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큰 장점이다.

 

『1일 1미술 1교양』 1편은 스톤헨지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등의 원시미술부터 신고전주의, 낭만주의까지의 미술을 다루고 있다. 교과서에서 너무 많이 마주쳐서 그런지 예술이라기보다는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할 정보라는 느낌이 더 강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 책이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눈으로 보고 지나갔던 예술작품의 형태와 특징에 어떤 가치관과 삶이 녹아 있는지를 간결하게 설명한 각 챕터는 머릿속에 납작하게만 들어있던 그림들을 점점 입체적으로 되살린다.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피라미드와 파르테논 신전, 노트르담 대성당을 건축했을까? 가끔 뉴스에 나오는 자료화면으로, 혹은 교양서적의 표지로 큰 감흥 없이 보았던 작품에 당연하게도 삶이 들어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스페인 미술사에 대해서는 조금 아는 바가 있어 읽다가 벨라스케스나 엘 그레코 등 들어본 스페인 화가들이 나오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반대로 대 피터르 브뤼헐, 알브레히트 뒤러 같은 화가들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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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 피터르 브뤼헐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 그의 작품이 스페인이 15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재정복하고 이후 가톨릭 국가로서 영토를 넓혀가고 있을 때, 스페인의 압박을 받던 네덜란드의 풍속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같은 시간과 역사 속에서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린 것이다. 스페인의 미술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때는 조각조각 떨어져 있던 감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유디트’를 다룬 세 그림에 관해 설명한 부분이었다. 나는 클림트의 유디트와 젠틸레스키의 유디트가 어떤 그림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두 그림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 사용한 색조부터, 적장의 목을 베고 있는 감정까지 화가의 의도에 따라 모든 게 다르게 표현되었지만, 주인공은 같은 유디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아닐까?

 

 

 

미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1일 1미술 1교양』은 이렇게 독자로 하여금 미술과 능동적으로 대화를 나누게 한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술의 경향을 정리하고, 입문자를 위해 쉽고 짧게 미술사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가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한 책이라는 의미이다.

 

어느 시대에 누구에 의해 그려진 그림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고, 그림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는 것 역시 감상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미술 감상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이야기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일 1미술 1교양』은 훌륭한 서양미술사 입문 도서이다.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층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과 독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와 예술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작품이 그려진 시대를 우선 이해하는 것이 작품을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미술 작품이 인간에게 전달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대단한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처럼 미술에 관심이 있는데도 더 본격적인 공부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미술 감상은 작품이 주는 감동과 위로를 느끼는 것이고, 두꺼운 이론서 없이도 우리 모두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끈기와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1일 1미술 1교양』과 같은 책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미술과 교감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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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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