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이 시국, 문화를 비축하다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전시]

‘프린지 Fringe’는 변두리와 비주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글 입력 2020.07.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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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 Fringe’는 변두리와 비주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는 8월 13~23일,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에서 개최하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장소는 ‘문화비축기지.’ 이름이 괜히 비장해 호기심이 인다. 문화를 비축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가 궁금해 찾아보았다.

 

문화비축기지는 월드컵경기장 바로 옆, 매봉산 일대에 위치해 있다. 본디 석유비축기지로 쓰이던 공간이었다. 1차 오일쇼크 이후, 향후 석유파동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건설된 이 기지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가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지금의 문화비축기지로 변신하였다.

 

그러니까 문화를 비축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기보단, 이전 건물의 네이밍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보아야겠다. 물론 거기에 은유적인 의미야 얼마든지 덧입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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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 페스티벌, 이름만 놓고 보자면 비주류 축제이다. 비주류 인들에 의한 축제인지, 비주류의 주제를 놓고 벌이는 축제인지, 즉 무엇을 비주류라 칭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본 페스티벌은 독립예술제를 전신으로 하는 축제, 상업적인 대중문화와 권위적인 순수예술의 대안을 근간 모토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비주류가 의미를 갖게끔 하는 데에 필요한 비교 항인 주류란, 여기서는 주류 문화, 상업적 대중문화와 권위적 순수예술을 칭한다고 보아도 무방할는지.

 

주류/비주류의 비교를 통한 문제의식을 여기다가 투영해볼 수는 없겠다. 무엇이 주류를 주류로 만들고, 비주류를 프레임 바깥으로 밀어내어 소외시키는가 하는 그런 문제의식 말이다. 여기선 그저,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유로운 표현의 향연을 기대하는 편이 적당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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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 페스티벌은 참가작을 심사하거나 선정하지 않고 예술가의 자유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장이라고, 매체는 전하고 있다. 예술인에 대한 자격요건과 장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니 그렇게 일궈지는 마당놀이가 그 어떠할지 일절 예상이 안 된다. 그러니 더욱 기대될밖에. 나는 지금 축제를 고대하며, 어떤 상상을 가져본다.

 

그 페스티벌에는 여러 크고 작은 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나는 그 옛날 동네 축제에서 그랬듯, 한 손에 츄러스를 들고 다른 한 손에 팜플렛을 든 채로, 어디부터 가보아야 할지 막연해 하면서도 즐거워하지 않을까. 시간은 한정적이고, 뭇 부스들은 저마다의 것들을 선보이고 있고, 나는 즐거운 기회비용과 어려운 선택 앞에서 묘하게 흥분되는 감상, 그래 그야말로 축제의 감상을 갖고 있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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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거기에는 익히 아는 것들이 외려 적으리라 예상한다. 주류로 일컬어지는 그 유명한 문화예술 양식들, 그 프레임 속이 아닌 스스로의 영감에 충실할 자신만의 양식들이 만연하지 않을까.

 

전위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좋다. 그것이 자신의 영감에 가장 걸맞은 옷이라면야. 누군가는 그 안에서 의아함을, 또 누군가는 그 안에서 희미한 자신의 꿈을 찾고, 어쩌면 일찍이 몰랐던 제 영감의 착상할 곳을 찾을 일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정형화된 창작과 형식, 내용의 틀을 벗어나 공간과 작품을 실험하고, 일상으로 예술을 확장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자 하는 예술가와 작품에 주목한다. 기성 예술계에서 시도하지 않거나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예술을 적극 지지하며 그 가운데에서 `다음`을 기대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차세대 예술가`를 발굴하고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공공 기금 및 재정 후원, 협력 채널과 연계를 통해 운영되며, 상업 자본 논리 속 예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작업을 지지한다.


 

그래, 나는 그곳에 다녀올 예정이다. 독립예술의 씨앗을 뿌린 텃밭에. 그 텃밭의 이름이 ‘문화비축기지’라니, 괜스레 고조된 마음은 스스로 은유를 떠올린다. 코로나로 만물이 숨죽인 이 시대, 이 시국 속을 우리는 조용하고 동그마니 지나 보내며 다음에 올 봄을 인내하고 있지 않았던가.

 

페스티벌이 참 송구스런 시기이지만, 그곳에도 하이얀 마스크는 가득 차 있을 것이고, 이제는 향기마저 익숙한 그 소독약이 있을 것이고, 익숙한 그 체온계의 측정하는 소리가 있을 것이다. 조심조심, 조용히 문화예술의 장은 마련되었고, 또한 우리 각자는 입에 베일을 두른 채 조용히 그곳을 다녀올 것이다.

 

 

"기성 예술계에서 시도하지 않거나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예술을 적극 지지하며 

그 가운데에서 `다음`을 기대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차세대 예술가`를 발굴하고 있다."

 

 

우리 모두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와 일상도 ‘다음’을 기대하고 있고, 여기 예술도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같은 ‘다음’이 아니지만, 모종 ‘다음’의 속성을 공유한다. ‘다음’에 가닿기 위해서는 지금을 밟아 건너야 한다는.

 

문화와 예술도 ‘다음’을 꿈꾸기 위해 지금이 있어야 하다. 축제가 송구스러운 시국이지만, 주최하는 이들과 향유하는 이들의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지금을 꾸리어 본다. 그런 와중에 축제는 꽃피고, 그 장에서 ‘다음’의 예술은 조금씩 피어나며 ‘비축’되고 있을 것이다.

 

이곳, 문화비축기지 안에서. 우리 사회와 일상과 삶도, 꼭 그렇게 다음을 향해 조심스런 몸짓으로 향해 가기를. 어수선한 지금, 예술을 밟아 건너며 다음의 봄을 인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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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0

- The 23rd Seoul Fringe Festival -

 

 

일자

오프라인 08.13~08.23

온라인 08.24~08.31

 

*

오프라인 월, 화, 수 공연 없음


장소 : 문화비축기지


티켓가격

온라인/오프라인 티켓

각 25,000원


주최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비축기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예술생태계의 대안을 제시하는 축제 -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립예술축제이자 축제공동체를 지향하는 민간단위 최대 규모의 예술축제이다. 1998년 "한국적 프린지의 실험과 모색"을 모토로 상업적인 대중문화와 권위적인 순수예술의 대안으로 시작한 `독립예술제`를 전신으로 하며, 새로운 문화예술로 활발히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자유로운 참여로 예술가와 작품을 독려하는 축제 -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참가작을 심사하거나 선정하지 않고 이를 통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시도를 장려해오고 있다. 또한, 예술인에 대한 자격요건과 장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프린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축제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모두가 `예술가`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고 있다.

 

경계가 없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축제 -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사무국의 주도로 이뤄지는 축제가 아닌, 스탭·아티스트·인디스트(자원활동가)·관객·지역사회가 함께 축제공동체를 조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단위의 역할은 어느 축제보다도 중요하고 모두가 소중한 구성원이다. 축제 안에서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예술로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끌어내고자 한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주목하고 지지하는 축제 -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정형화된 창작과 형식, 내용의 틀을 벗어나 공간과 작품을 실험하고, 일상으로 예술을 확장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자 하는 예술가와 작품에 주목한다. 기성 예술계에서 시도하지 않거나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예술을 적극 지지하며 그 가운데에서 `다음`을 기대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차세대 예술가`를 발굴하고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공공 기금 및 재정 후원, 협력 채널과 연계를 통해 운영되며, 상업 자본 논리 속 예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작업을 지지한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함께 만드는 독립예술축제"를 희망합니다. - 이러한 목표를 위해 창작활동에 제약을 두지 않고, 예술적 상상력 발현을 위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고 있다. 공간의 정형화 탈피를 통해, 주어진 창작 환경 및 무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각화하고, 예술 공간을 발굴하고 있다. 예술의 소통을 위해 축제에 참여한 작품 및 예술인(단체)의 품앗이, 협동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독립예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생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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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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