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죽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도서]

누구나 죽고 싶을 때가 있다 - 자살 토끼
글 입력 2020.07.2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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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토끼>라는 책을 아는가. 오랜만에 본가로 내려와 책장을 둘러보니, 고등학생 때 봤던 <자살 토끼>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글쓰기 과외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토끼에 대한 것이다. 글자는 없고 그림으로만 되어 있는 책이라 그런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나라 가운데 보편적인 생각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는 고등학생 땐 자살하는 토끼에 대해서만 눈살 찌푸리고 봤다 하면, 지금 다시 봤을 땐 그 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외의 것들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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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가리키는 건 누구


 

책 속에서 토끼를 가리키는 대상은 누굴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인간의 어떠한 면을 풍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토끼를 보고 자살 생각을 그만뒀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을 가리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첫 번째 시리즈 <자살 토끼>의 책 뒷면을 보면 이런 말이 적혀있다. "비염 환자나 코로 숨쉬기 어려운 분들은 꼭 보세요! 계속 코웃음이 납니다." 그 말을 몇 번씩 읽으며, 어느 부분이 재밌는 건지, 어느 부분에서 코웃음이 나는 건지 곰곰이 생각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토끼의 방법들이 웃긴 건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가라앉는 잠수함 위에 접착제를 붙이고 앉아있는 모습이나, 실연당한 여성 앞에 '운명적 사랑'이라는 비디오를 틀고 있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온다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때 나오는 웃음은 정말 웃겨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이없어서 나오는 웃음일 뿐이다. 이런 방법으로까지 해가면서 죽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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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 때 칼로 저글링하는 토끼 두 마리

 

 

또 어떤 이는 이 책을 보고 "힘드세요? 소중한 삶을 끝내고 싶을 만큼? 죽으려고 환장한 이 녀석들을 보면서, 그따위 생각은 저~ 멀리에 두시죠!"라고 말했다. 가지각색 방법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토끼의 모습을 보며 죽고 싶은 생각을 멀리 미뤄달라는 뜻을 책에서 잡아낸 말이다.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봐온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죽기 싫어한다는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어쩌면 이 <자살 토끼>의 의도도 그런 것이 아닐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죽음에 대한 방식을 던져놓고 보여줌으로써 '이렇게 죽을 바엔 살아라!'라고,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굳혀주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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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모습에서 풍자를 읽다


 

<자살 토끼>의 책 속에서 사회의 면모를 풍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세 번째 시리즈 <자살 토끼의 귀환>에는 토끼가 상자 안에 들어가 있고, 상자 레버와 연결되어 있는 전깃줄을 자신과 연결해놓은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상자 밖에는 '레버를 당기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쓰여 있고, 그것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남자가 서 있다.

 

남자가 레버를 당겼는지 아닌지는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 당겼으리라고 생각한다.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지는 남자의 표정이 재밌는 것을 발견한 모습이었으니까. 더구나 사람은 위험한 것에 더욱 자극을 느끼며, 하지 말라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충동을 느끼니까. 그렇게 섣부른 호기심이 토끼를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마치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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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남들과 다르구나' 하는 생각.

 

죽길 원하는 토끼니까 사람들이 상어가 무서워 도망칠 때도 죽기 위해 상어에게 다가가는 장면일 뿐이지만, 나는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어떤 풍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무슨 모습인지는 내 생각이지만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 눈엔 토끼가 영웅으로 비치고 있을 수도 있다. 영웅이란 사람들이 뒤로 뺄 때 혼자 앞서 나가는 사람이니까.

 

다시 읽어도 <자살 토끼>는 참으로 놀랍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죽음을 유쾌하게, 하지만 심도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담아낼 수 있을까. 어쩌면 이건 작가 앤디 라일리(Andy Riley)의 능력일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를 다 읽은 사람들은 <자살 토끼>가 그저 반복만 하는, 별 주제 없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자살 토끼>에 있는 작품이 갖는 의미는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토끼가 있고, 어딘가에서 죽게 되는 것. 그게 끝이다. 왜 죽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그게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왜'는 온전히 독자만의 것이 된다. '왜'라는 질문과 함께 독자는 작품이 보여주는 의도를 생각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니 안 읽어본 사람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도서로 추천하고, 읽어본 사람은 다시 한번 읽고 생각해보길 추천한다.

 

 



[김승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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