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올여름은 물놀이 대신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어때요? [공연]

23번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글 입력 2020.07.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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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기본이 된 지 약 7개월. 어느새 반년이 넘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코로나 시대의 이전 모습과는 다르긴 해도 확산 방지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갔던 업종 대부분이 다시 운영 중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커다란 타격을 받았던 예술계도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다만 대면과 결집이 필수 요소인 예술은 완전히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선의 합의점은 찾았다. 미술관은 사전예약을 한 소수 인원에게만 실내 관람을 허용하거나 시간대별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뮤지컬은 공연이 끝난 뒤에 으레 하던 출연진과 관객 간의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등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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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에 발맞추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23번째 막을 연다. 물론 이전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페스티벌 특성상 수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이기 때문에 야외가 아닌 실내는 더욱이 위험하다. 따라서 이번 페스티벌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개최된다. 실내 공간에 전시된 작품은 온라인에서, 야외 공간에 전시된 작품은 오프라인, 즉 문화비축기지에서 만날 수 있다. 각각 23팀과 61팀, 총 84팀이 참여한 이번 페스티벌. 그 숫자에서부터 예술가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예술가들이 이끄는 자유 참가프로그램뿐 아니라 주최 측이 준비한 기획프로그램도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오늘 보고 듣고 즐겼던 축제를 나누고자 프린지 살롱에서 리뷰 나잇이 진행된다. 축제 오프라인 기간 내내 열리지만, 공연이 없는 월, 화, 수는 제외다. 그럼 공연이 진행되지 않는 날에는 즐길 거리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사흘 동안 소규모 예술 수다인 '올모스트프린지: 마이크로포럼'이 열린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직접 주제를 선정하여, 각자의 고민, 생각, 가치관을 나누며 공연의 관람자보다는 공연의 주체자로서 포럼을 꾸려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상설전시로 전시 기간 언제든 만나볼 수 있는 '프린지 블랙리스트 말하다'라는 프리뷰를 마련할 예정이다. 2015년경 처음 등장했던 '예술계 블랙리스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공판이 끝나지 않는 이상 지속해서 피해받는 이들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사건이라는 이름표가 금세 붙어, 이 이야기를 계속 나누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기획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바탕으로 블랙리스트가 아직도 진행 중임을 드러내며, 사실의 인지뿐 아니라 예술가를 비롯하여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동감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듯 프린지페스티벌은 독립예술축제라고 해서 즐거움, 유쾌함 등 행복한 감정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날카롭고 신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페스티벌이 표방하고 있는 가치를 보면 이 흐름이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깨닫는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나 작품을 심사하거나 선정하는 과정이나 자격요건이 없다. 예술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예술가의 도전을 지지한다. 한 예술가가 존중받음은 곧 다른 예술가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호 주고받음 없이는 존중이라는 가치가 실현될 수 없다. 즉 단순히 예술종사자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서로를 인식하며, 연대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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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술가의 고통과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하는 것. 프린지페스티벌이 표방하는 가치이자 추구하는 방향을 앞서 이야기한 블랙리스트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번 페스티벌의 이름이 '예술가들의________축제'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자유와 연대를 기반으로 각자 혹은 팀의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하고, 소통하고, 나누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축제를 즐기러 가기 전, 오프라인에서 진행될 공연 중에서 관람하고 싶은 흥미로운 작품 여섯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8월 16일 타임테이블을 기준으로 나열하자면, '넌 그게 문제야', '우주여행당', '세자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뿔소의 무처럼 가자서 혼라^', '살아, 숨쉬다', '그런 날' 순이다.

 

먼저 '넌 그게 문제야'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늘 문제라고 여기며 다투는데, 상담실에 들어선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간다는 내용이다. 이걸 낭독극으로 표현할 거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일상적인 소재라서 눈에 그려지는 듯하면서도 잘 그려지지 않는 느낌이라 직접 관람해보고 싶다. 낭독 기법을 사용한 또 다른 작품으로는 '살아, 숨쉬다'가 있다. 4일간 각각 질투심, 자기혐오, 우울함, 외로움을 주제로 이야기를 낭독하고, 명상하면서 감정을 해소하는 시간이 진행된다. 매일 참관하고 싶을 만큼 많은 이들이 다루기 어려워하는 감정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된다.

 

감정, 특히 모순된 감정을 이야기하는 '그런 날'도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하다. 최대 관극 인원수가 10명이라서 배우들이 표현하는 감정에 더욱 집중하기 좋으리라 생각한다. '세자매'는 두 배우의 소개가 흥미로웠다. 중학교 동창인 두 배우가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헤어졌다가 우연한 계기로 재회하여 함께 새로운 꿈을 꾼다니. 그들의 이야기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소재들과 달리 '^뿔소의 무처럼 가자서 혼라^'는 내가 담아둔 작품 중에서 가장 독특할 것 같다. 작품 소개 또한 특정한 스토리가 아닌 추상적인 개념을 풀이하였다. 게다가 연극의 3요소인 무대, 관객, 배우가 없는 실험연극이다. 자유로운 예술 축제이기에 접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마지막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앞서 언급한 프린지페스티벌의 핵심가치인 연대가 바탕으로 깔렸다. 과거 '위안부'의 고통이 현재까지 대물림된다고 보아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발화자가 가해자라는 점이다. 스피커를 가해자에게 주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이 생각을 바꿀 작품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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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면 휴가를 즐기는 것이 당연했던 터라 자유롭게 노닐 수 없는 지금이 안타깝기도, 답답하기도 하다. 미리 세웠던 계획을 취소한 경우도 많을 거다. 그렇다고 즐거움도 없이 더위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8월 13일부터 23일까지는 오프라인에서, 그 후 8월의 끝자락까지는 온라인에서 프린지페스티벌을 즐겨보시길 권한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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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오프라인 08.13~08.23
(월, 화, 수 공연 없음)
온라인 08.24~08.31
 
장소
문화비축기지

티켓가격
온라인/오프라인 티켓
각 25,000원
(티켓 모두 구매시 40,000원)
 
주최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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