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즘 어떠세요? [사람]

안부를 묻는다는 것
글 입력 2020.07.24 14: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IMG_9181.jpg

 

 

비가 온다.

 

그리 화창하지는 못한 마음에 차라리 비가 오는 것을 다행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원래 쓰고있던 전시에 관한 글을 잠시 미뤄두고 이런 장마철일수록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본다.

 

사실 핑계다. 내 마음은 자주 뇌를 지배한다. Mbti 검사가 유행하고 이런 나를 합리화하는데 더 강해졌다. 나의 mbti는 enfp인데, 이상에 살고 낭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니다가 죽을 성향이다.

 

굶어 죽지는 않는다. 마주치는 사람들 누구든 내게 새 모이 주듯 식량을 안겨 줄 것 같다. 동물로 치면 골든 리트리버라고 종종 들을 만큼 사람을 좋아한다. 지금은 미어캣처럼 카페에 들어오는 사람을 모조리 관찰하는 중이다.

 

어제는 그렇게 낭만과 사람을 좇아서 한 책방에 방문했다. 크지 않은 직사각형의 공간에 가지런히 진열된 책들이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동시에, 책이라는 사물이 주는 따뜻함은 공간 전체에 퍼진다. 삶이 담겨 있어서 그런 걸까? 도무지 책이라는 딱딱한 형태의 사물에 무슨 힘이 있는 걸까?

 

 

5CA94074-5E1B-4685-AD1D-5A3D6A139E5F.jpeg
일산 정발산동의 <라비브북스>

 

 

생각해보면 모든 책들에게서 그런 힘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제 책방의 책들은 책방 주인분이 고심해서 골라놓은 책들이다. 책들의 표지, 제목, 배치, 소품들, 그 모든 조화가 나에게 “반가워요! 잘 오셨습니다. 편하게 있다가 가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편안한 노래와 보기 좋고 맛도 있는 케이크, 커피와 함께 앉아있다가 일어났다. 눈에 띄는 종이를 발견했다.


how are you?


캐나다, 벤쿠버, 낯선 그곳에서 편의점에 갔습니다. 물을 한 병 사서 계산하려는데 바코드를 찍던 그가 묻습니다. “하우 -알-유?” 물 한 병 사려다 마주한 영어 질문에 당황해서 그를 보는데 몸이 불쑥 대답합니다. “아임 파인. 땡큐” 중학교 1학년 교과서 속 영어 문장이 이렇게 소환되다니. 계산을 마치고 얼른 밖으로 나와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힘을 체감하면서도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날 저는 ‘아임 파인’ 하지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웬일인가요? 가는 가게마다 사람들이 자꾸 제 안부를 묻는 것입니다, “하우- 알 유?”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였겠지만 외국인이었던 제게 그 말들은 모두 진지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낯선 사람들이 “오늘은 좀 어때?”라고 물으면, 저는 비로소 내 마음이나 감정을 살피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일한 답이었던 “아임 파인”은 그렇게 “아임 글루미, 프리티 굳” 같은 말들로 변주되기 시작했습니다.


“how are you?” 따뜻한 말 앞에 진솔히 마음과 감정을 살피고 다시금 가장 나다운 모습과 태도로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안녕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글을 마치는 라비브 서점의 큐레이터님.

 

내가 서점에 들어오자마자 느꼈던 따뜻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다.

 


8DF245DB-8CFE-481B-B5CD-5D91149A9456.jpeg

 

 

나는 책을 선물하고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한다. 받을 사람의 근황, 고민, 성격, 기분 등을 파악해 전하고 싶은 말을 책으로 전달한다.

 

어떤 선물이든 그렇지만 선물할 책을 고르는 일이란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내 상황에 딱 맞지 않는 책을 받았어도 기분이 좋다.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나의 안녕을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란 눈에 보이고 들리는 이상 무의식을 피할 수 없기에 재밌는 점이다.


결국 다시 오늘의 울적함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의 관계들이 보인다. 시간에 쫓기고 내 앞날만 생각하다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지 못하고, 안녕을 묻지 못하고, 그래서 삶이 빡빡해진 것은 아닐까?

 

나의 태도로부터 굴러간 돌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웅크리리게 된다. 오늘은 나를 위해 누군가 안부를 물어주기를 바라고 있기보다는 내가 먼저 묻기로 했다.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은 아니니까.


“요즘 어떠세요?”


날씨도 울적한데, 맛있는 거 먹고 푹 쉬어요.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08304493-3EC0-45CD-A4CA-350BB8AE03DF.jpeg

 

 



[박은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4859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