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텅 빈 교실 속 공허한 표정들. 그곳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 <디태치먼트>는 폐교 위기에 놓인 미국의 한 공립학교를 바탕으로 소외된 개인들을 가장 현실적이고 처절하게 그려낸다. '무심한, 거리를 둠'을 뜻하는 제목이 시사하듯 영화는 무관심 속에 버림받은 사람들을 통해 고립된 현대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교사를 향해 욕을 내뱉는 학생들 그리고 증오와 경멸의 목소리로 화답하는 어른들의 모습. 부모는 자식을 방치하고 학교에 책임을 추궁할 뿐 그 누구도 서로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모두가 모두에게 단절된 상황 속에서 학교는 끝없는 나락을 향해 추락한다. 어떠한 희망도 없이 냉소와 비극이 반복되는 그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고독과 고립의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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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임시직 교사인 헨리 바스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학생들을 상대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밤에는 요양 병원으로 향하는 그는 치매 할아버지를 돌보며 숨 가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가출 소녀인 에리카를 만나게 되는 헨리. 길거리에서 매춘을 하며 방황하는 아이를 집으로 들이게 되고 그렇게 에리카의 임시 보호자가 된 그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들을 되돌아본다.
 
성적 학대를 당했던 어머니와 그녀의 죽음과 관련한 기억들이 현재의 삶에 끊임없이 떠오르며 그를 둘러싼다. 자신의 아픔을 버티며 사는 존재가 또 다른 상처 받은 존재를 감싸는 아이러니함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어린 소녀 에리카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준 존재에 대한 애착을 느끼며 조금씩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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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기댄 에리카와 헨리.
외발 서기로 서 있는 모습이
외롭고 위태로운 개인을 상징하는 듯 하다.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는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의 수업을 진심으로 들어줬던 유일한 학생, 메레디스는 헨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어떻게 할까?”라는 그의 대답에 앞으로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을 모르겠다며 호소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뻔한 위로는 그녀를 우울의 늪으로부터 구원하기엔 부족했다. 마침내 자살을 선택한 메레디스. 그녀의 절망적인 아우성을 감싸주지 못한 헨리도 결국엔 서툴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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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하는 메레디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뼈아픈 현실을 보여주기에 이 영화는 냉정하고도 슬픈 영화다. 개인의 고통은 오롯이 자신이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렇게 실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메레디스가 죽은 그날 모두가 실패했다.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는 한 소녀를 가정도, 학교도, 어느 누구도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여기 없어요.
난 텅 비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현실과 끝없는 절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이 영화는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암울한 교육 현실 속 말살된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사회에 고통받고 있는 존재들을 위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에 헨리는 에리카가 있는 청소년 보호소로 다시 향한다. 삶의 지난한 과정 속에서 서로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것이 인생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자신의 아픔을 혼자서만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중간중간 헨리의 방백을 통해  담담하게 위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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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마지막 수업 날,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을 읊으며 모든 장면이 흩어져 내린다. 텅 빈 복도, 텅 빈 교실, 텅 빈 시간이 무거운 마음의 무게들로 인해 무너져버린다.
 

 

지루하고 어둡고 조용한 그해 가을. 구름이 천국에서 우울하고 낮게 흐를 때 말을 타고 기묘하게 두려운 시골길을 지났다. 우울한 어셔 가의 저택을 보며 저녁 이슬의 그림자 같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저택을 보자 우울함이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곳의 피 흘리는 벽과 단순한 풍경을 보았다. 나의 우울한 영혼과 썩어버린 나무를 보았다.
 
그것은 구역질 나는 마음의 냉정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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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해 웃고 있는 헨리와 에리카

 
고통과 상실 그리고 '사랑'. 각자의 이유로 자기만의 혼돈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에게 손 내밀고 아픔을 보듬어줘야 하는 이유를 남기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나의 상처 혹은 당신의 상처가 누군가의 상처를 향한 마지막 위로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슬픔, 두려움, 절망의 순간들로 가득한 삶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이유다.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내편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살아지는 게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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