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탈피를 위한 걸음, Dancing Queen [시각예술]

글 입력 2020.07.2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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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Queen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2020. 5. 19 ~ 2020.10.11


 세계는 동양과 서양으로 나뉘고

생물학적 성별은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된다.

그중에서도 나는 동양인 여성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종 차별과 젠더 권력에 의한 폭력,  사회면을 가득 채우는 이슈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 코로나 19로 인한 아시아인 혐오,하루가 멀다하고 연달아 헤드라인에 오르는 성폭력 사건들. 아시아의 여성, 우리는 우리만이 소통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같은 아시아인이기에 동감할 수 있고,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는 이야기들. 따라서 나는 스치듯 마주한 '아시아의 여성 작가들'이라는 문장 하나로 이 전시를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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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Queen의 작가들은 탈피를 이야기한다. 속속들이 숨어있어 미처 인식하지 못한 편견들을 정확하게 꼬집어 준다.

 

'아시아'와 '여성'이라는 교집합에 속해있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대체로 사회에 뿌리내린 수많은 편견에 맞선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 사회의 문제들을 작품으로써 승화한다. 변화를 촉구하고, 변화를 바라보는 작가 개인의 시선이 전시장 안에 녹아있어 관람객에게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우리는 고정관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직접적 체험이 아닌 간접적 전달을 통해 타인의 눈에 비친 현상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여 가치관을 생성해 왔다. 미디어에서 생산된 일부를 전체로 인식하고 아주 쉽게 선입견을 품던 나와 사람들이 생각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지를 무지로써 받아들일 줄 몰랐고, 우리의 일상에 무분별한 혐오가 섞여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모두가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 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출생국가, 인종, 성별 등으로 우등과 열등을 가르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자취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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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몬스터 드로잉,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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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 커, 아리오네의 여동생,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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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오사카의 페미니스트, 2004

 

 

여성 서사를 다룬 작가들은 성 고정관념을 조명한다. 그들이 다루고 있는 것은 도구화된 여성의 모습이 아닌 사람으로 존재하는 여성 그 자체임을 강조해 주며,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여성상에서 완전히 탈피하고자 한다.

 

이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온 건 채 5년도 되지 않았다. 나조차도 페미니즘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러나 이미 세상엔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을 뿐, 언제나 고착된 여성의 역할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존재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위 작품들의 제작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술계는 늘 더욱더 빠르게 세상을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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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주, 성북구 성북동,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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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 물지, 그녀의 교외의 꿈, 2009

 

 

변화하는 세상을 인식한 여성들의 탈피는 다양한 주제로서 표현된다. 여성 서사를 다룰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인식의 탈피를 담은 작품들도 여럿 보였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며, 인간의 내면을 특정한 공간으로 표현하며 기하학적인 작품으로 승화한 시도도 볼 수 있었다.

 

Dancing Queen은 탈피를 지향하는 목적성이 잘 드러난 전시이다. 그러나 동시에 탈피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추상을 해석하는 동시에 해체해 버리며 누구나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는 특정 대상의 이미지마저 고정관념일 수 있다는 새로운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끝없이 자문하게 되는 이 전시는 머물러있는 나를 앞으로 더욱 나아가게 해 주었다. 변화를 원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한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이 전시를 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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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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