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간지나게 특징을 잡아내는 센스쟁이 - 툴루즈 로트렉展

글 입력 2020.07.2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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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 그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건 파리의 한 미술관이었다. 평소에 좋아했던 에드가 드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림을 발견하여 자세히 들여다보다보니 드가와 굉장히 비슷하지만 또 다른 그만의 분위기와 색체감에 압도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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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주말 서울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내가 기대했던 건 그의 색체 유화 작품들이었다. 물랑루즈 화창가 여인들을 담담하게 그렸던 그의 시선 못지않게 내가 좋아하는 건 그가 쓰는 색감들이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붉은 계열의 색체들을 굉장히 세련되게 표현한 작가라 꼭 기억하고 방문했는데 사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아쉬움이 먼저 다가왔다. 그의 유화 작품들이 모두 디지털작품으로만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전시장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나처럼 실망했을 법했다. 다행인 점은 이번 방문에는 미술을 좋아하지 않는(미술관을 절대 먼저 가자고 말할 리 없는) 남편과 함께 방문을 했기에 일부러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방문을 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전시에 다소 실망을 할 차에 시작한 도슨트 투어는 우리 두 사람의 다소 따분할 뻔한 시간을 완전히 날려주었다.

 

이번 전시는 로트렉의 어찌보면 불행하지만 호탕했던 인생사를 소개하는 자리었고드가와 비슷한 인상주의 화가가 아닌 당대를 앞서 새로운 화풍을 선사한 그의 센스 있는 시선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이기도 했었다는 것을 설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시는 '연필로 자유를 사다'로 시작한다. 인간 로트렉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를 타고난 슈퍼 다이아몬드 금수저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문의 근친혼으로 인한 장애를 타고난 사람이기도 했다. 상체는 자라는데 다리는 자라지 않는 기형적인 몸의 형태로 자랐고 그로 인해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타고난 예술의 재능을 발견한 어머니의 끊임없는 지지 덕분에 그림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고 당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파리에 머물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예술가로 성장하게 된다. 성장스토리를 들으면서 생각난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피터 딘클리지가 연기한 난쟁이 왕자 역활이다.

 

재물을 타고났지만 작은 키로 가문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고,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당당하고 호탕한 성격이면서도 슬픔을 간직한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그의 삶을 들으며 아마 로트렉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을 해보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그린 석판화 작품이 다르게 다가왔다. 자신을 아무런 편견을 가지지 않고 바라봐주는 사창가의 사람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그의 흑백 작품들에서 대단한 멋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인간미가 느껴졌다. 상처받은 사람들, 사창가의 여인들, 동성애자, 거리의 부랑자들, 그의 주변에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불쌍함이나 연민이라긴 보다 차분함이었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선의 화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본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주 대충 그린 반면 정성스레 그린 어머니의 그림에서는 확연히 상반된 그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 화가이기 이전에 한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써의 로트렉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가 당대에 크게 유명해진 계기는 가장 핫했던 물랑루즈의 홍보 포스터를 그리면서라고 한다. 그를 모르더라도 아마 그가 그린 포스터 그림은 유럽의 흔한 술집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느낌을 풍긴다. 포스터의 목적이란 무엇인가를 알리는데 있다. 그리고 그의 위대함은 어찌보면 대규모 술집 홍보 마케팅이라는 대놓고 상업적인 분야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데 있었다. 아래의 포스터도 언뜻 보면 대충 그린 거 같지만 아주 철저한 의도를 가지고 그려진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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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개하고자 하는 공간, 당시 공연 무대에 섰던 스타들을 다른 작가와는 다르게 훨씬 단순화했지만 세련되게 표현했고 그 덕분에 그들은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했다.

 

100년도 전에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포스터이다. 요즘 말로 희귀템이 되어버린 그의 포스터들은 당대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가 되어버렸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지간했나보다. 아마 내가 그 당시 파리에 있었더라도 로트렉의 포스터를 떼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남긴 31점의 모든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아카데믹하게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 장의 포스터로 증면해 낸 인물 로트렉, 그는 비록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대중적인 인기와 다른 예술가들의 인정 또한 받은 위대한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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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만큼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있는 삶을 살았던 그의 전시를 서울에서 접할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접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꼭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노려 도슨트 투어를 듣기를 추천한다.

 

나에게도 그러했지만 누구라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의 삶과 이번 전시의 숨겨진 의도를 훨씬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6.06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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