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바흐의 위대함을 목도하는: 장하얀 첼로 독주회

글 입력 2020.07.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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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8 장하얀 첼로 독주회.jpg

 

 

7월 18일 토요일, 완전한 솔로 현악기의 소리를 만끽할 수 있는 무대를 다녀왔다. 바로 바흐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장하얀 첼로 독주회였다. 대부분의 경우 리사이틀에서 반주 악기 없이 완전한 독주를 들을 수 있는 건 피아노밖에 없었다. 첼로 리사이틀의 경우에도 피아노 반주가 항상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반주 없이 온전히 첼로의 소리만으로 채워질 무대여서 기다려졌다. 프로그램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들을 생각을 하니 이번 리사이틀을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이번 장하얀의 무대는 다른 공연을 갈 때보다도 더 작품들을 숙지하고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돌이켜보니 개인적으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처음으로 음악당에서 듣게 되는 자리였기에 기대감이 더욱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공연 가기 전 시간이 되는대로 요요마의 연주를 들으며 이모저모로 프로그램에 들어간 작품들을 감상해보았다. 언제 들어도 너무나 아름다운 곡들이어서, 실제 소리를 울림과 함께 들으면 얼마나 더 크게 와닿을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떴다.

 

 


 

Program


J. S. Bach (1685-1750)

Cello Suite No. 3 in C Major, BWV 1009 

Prélude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Bourrée I & II 

Gigue 


Cello Suite No. 2 in d minor, BWV 1008 

Prélude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Minuets I & II 

Gigue 


Intermission


Cello Suite No. 6 in D Major, BWV 1012 

Prélude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Gavotte I & II 

Gigue

 


 

 

첼로의 성서와도 같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이번 무대에서 첼리스트 장하얀은 2번, 3번 그리고 6번을 선곡했다. 최초의 공연계획 상으로는 2번, 3번, 6번의 순서로 연주할 것이라 안내가 되어 있었는데 당일 프로그램을 확인하니 3번, 2번 그리고 6번 순으로 순서에 변화를 주었다. 왜였을까. 공연을 기다리기에 앞서 왜 프로그램 순서에 변화를 주었는지 고민해 보았지만 명쾌하게 답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순서를 바꾼 것도 정말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2번, 3번, 6번의 순서로 진행이 되었다면 깊은 단조로 시작해 장조와 장조로 연이어 진행한 후 끝나는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이 또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바꾼 3번, 2번 그리고 6번이 된다면 시작과 끝을 장조로 마무리하되 중간에 깊은 단조 선율을 곁들임으로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효과도 확실하고 수미상관으로 객석이 안정감 있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번 무대를 끝까지 듣고 나니 2번과 3번의 순서에 변화를 준 것이 굉장히 좋았다.


*

 

첼리스트 장하얀의 바흐 무반주 전곡 첼로 리사이틀의 포문을 연 작품은 첼로 모음곡 3번 C장조였다. 프렐류드는 다장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공연장에 오기에 앞서 음원으로 들을 때에도 아름다운 아르페지오와 더블 스토핑의 조화가 절묘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장하얀의 연주를 보면서 들으니 그 자극이 더욱 컸다. 듣기만 하던 때보다 이 작품이 얼마나 어려운 작품일지를 실감한 것이다. 실로 바흐다운 악장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리사이틀의 도입부로는 완벽했다.

 

이어지는 알르망드는 힘 있는 프렐류드와는 다르게 부드러운 선율이 느리게 전개되었다. 중후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의 중간 중간에 재치있는 리듬이 중간중간에 녹아 있는데, 스케르초 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세 번째 악장인 쿠랑트는 빠르고 경쾌하게 진행된다. 아르페지오와 레가토를 넘나들며 빠른 와중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는 이 악장은 빠르기와 진행에 있어 끝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바흐의 정신이 녹아 있어 현장에서 더욱 더 즐겁게 들은 대목이었다.

 

3번의 사라방드는 그 자체로 절경이었다. 느린 전개 속에 피어나는 선율과 화성의 아름다움은 앞선 쿠랑트와는 또다른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첼리스트 장하얀은 특히 이 악장의 풍부한 감성으로 격해지는 선율을 잘 그려내 주었다. 진지하고 동시에 신중하면서도 그 감정의 고조를 손끝으로 풀어내는 장하얀의 활에서 단순 기교 이상의 깊이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첼리스트 장하얀은 사라방드를 연주한 후 앞선 다른 악장들이 끝났을 때보다 텀을 좀 길게 두었다. 듣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사라방드의 여운이 참 길고 아름다웠다.

 

다섯번째 대목인 부레는 다시 한 번 빠르게 진행되는 춤곡이다. 부레는 17세기 후반에 이르러 도시와 궁중으로 들어오면서 빠르면서도 안정된 춤곡으로 정착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빠르지만 듣기에 즐겁고 편안한 선율이 가득했다. 마지막 지그는 앞선 프렐류드와 함께 다시 한 번 바흐를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빠른 리듬감과 폭넓은 음정 사이로 녹아든 푸가적인 요소로 인해 화성적으로 아주 화려한 느낌이 강렬했다.

 

 

0718 장하얀 첼로 독주회 - 보도사진.jpg

 

 

이어지는 두 번째 곡은 첼로 모음곡 2번 D단조였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유일하게 단조인 작품이다. 단조의 분위기와 함께 선율에서 애수어린 정서가 가득하다. 비극을 우아하게 그려낸다면 이 작품이 되지 않을까. 프렐류드는 화성보다는 선율이 주가 진행된다. 아르페지오 속에 녹아 있는 비애는 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엿보게 하는 중요한 키다. 왜냐하면 프렐류드의 기조를 이어받은 알르망드에서 프렐류드보다 다양한 전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프렐류드에서는 단선율 위주로 진행이 전개되었으나 알르망드에서 장하얀은 더블 스토핑을 구사하며 보다 화성적으로 화려한, 동시에 비극적인 감성도 고조되는 면을 보여준다.

 

쿠랑트는 여기서 전환점이 되었다. 프렐류드와 알르망드의 비극적 감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빠르고 경쾌한 선율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의 쿠랑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쿠랑트였다. 그리고 이를 뒤잇는 사라방드는 첼로 모음곡 2번의 절정이었다. 화려한 화성 없이 단순한 선율로, 이렇게까지 고독의 감정을 절절히 풀어낼 수 있는 음악이 또 있을까. 장하얀의 연주는 절제되었으나 그 고독의 끝을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깊은 연주였다. 장하얀의 활 끝이 느리게, 그러나 사무치게 노래한 그 모든 음표 하나하나가 가슴을 두드렸다.

 

2번의 5악장은 미뉴엣이었다. 미뉴엣 특유의 우아한 리듬감이 살아있는 이 악장은 기품있고 정중하게 느껴지는데, 장하얀의 연주는 특히 그 우아한 기품이 잘 살아 있었다. 미뉴엣의 장조도, 미뉴엣의 단조도 대비되면서도 너무나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지그는 열정적이고 화려했다. 듣기만 했을 때에도 빨랐던 악장이었는데, 첼리스트 장하얀의 손이 종횡무진하는 것을 보니 더더욱 이 지그의 휘몰아치는 속도감이 실감났다. 끝나는 순간,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이번 리사이틀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바로 첼로 모음곡 6번 D장조였다. 이 작품은 듣기에 너무나 아름답고 화려해서 현장에서 들으면 가장 좋을 작품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듣기에도 그렇게 비범한 곡이기 때문이었을까, 이 작품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나머지 연주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작품이라고 한다. 원래 첼로용이 아니라 비올라 폼포사를 위해 쓰였기 때문에 3옥타브 이상의 높은 음역대까지 소화해야 해서 첼로로 연주하기에 정말 어렵다고 한다. 이번 공연 중에 들은 세 가지 프렐류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바로 이 6번의 프렐류드도, 연주자에게는 엄청난 기교를 요하는 악장이다. 물론 관객이 듣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즐겁다.

 

6번의 알르망드는, 너무나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이번 무대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 속에 녹아있는 장식 요소들은 음원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조화롭고 또 아름다웠다. 장하얀의 연주도 이번 무대의 그 어느 악장을 연주할 때보다 자유로워보였다. 노래하듯 아름다운, 인상적인 알르망드였다. 느린 알르망드와는 다르게, 쿠랑트에서는 또다시 분위기를 전환한다.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음형 속에서 리드미컬한 전개를 보이며 활발한 느낌을 한껏 고조시켰다.

 

사라방드에 들어서자, 전개는 다시금 숨을 고르는 형세였다. 알르망드에서 느리게 전개되었던 것처럼 사라방드도 신중한 음색으로 느리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사라방드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더블 스토핑으로 선율이 아주 화려했다. 그리고 이 순간, 왜 6번이 어렵다는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완전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중음으로 진행해야 하다보니 첼리스트 장하얀의 손이 정말 쉴틈없이 핑거보드를 누벼야만 했기 때문이다. 쉽지 않았다. 정말로 어마어마한 악장이었다. 수많은 무대 경험을 가진 첼리스트 장하얀으로서도 손쉽게 연주하고 넘길 수 있는 그런 악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는 최선을 다해, 신중하게 전개되었다.

 

다섯번째 악장은 가보트였다. 가보트다운 리듬감이 살아났다. 리듬이 반복되지만 템포가 빨라 가보트마저도 연주하기가 마냥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라방드의 우아한 정서가 이어지는 악장이었기에, 듣기에는 너무 즐거웠다. 마지막인 지그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 전체를 마무리짓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선율이 가득했다. 장하얀의 비르투오소가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범상치 않은 선율을 화려하게 끝맺은 순간, 첼리스트 장하얀을 향한 박수가 우레와 같이 쏟아졌다.

 

 

curtaincall.jpg

 

 

본 무대가 끝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앵콜 연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장하얀 첼로 리사이틀에서는 앵콜곡 연주가 없었다. 그만큼 본 무대에 첼리스트 장하얀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커튼콜이 이어지자, 첼리스트 장하얀은 대기장소에 아예 첼로를 두고 나와 다시금 인사했다. 앵콜 연주가 없으리라는 것을 객석에 우회적으로 표현해준 것이었다.

 

바흐의 무반주 현악 작품들은 바흐의 위대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화성과 기교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고도로 요하는 데다가 선율의 아름다움 역시 뛰어나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의 성서라고도 불리는 작품인데, 첼리스트 장하얀은 이 위대한 바흐를 탐구하여 선보이는 기나긴 여정을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시작했다. 아름답고, 애달프기도 하고 그럼에도 변함없이 놀라운 이 작품들을 생생하게 전달해준 첼리스트 장하얀의 첫걸음에 함께 발을 맞출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한 자리였다.

 

남은 바흐의 첼로 모음곡을 연주할 다음 리사이틀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 때에는 또 얼마나 혼신을 다한 연주를 보여줄까.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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