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치밀한 사랑의 분석,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도서]

글 입력 2020.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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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몹시 강렬한 감정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래서 수많은 이유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클로이라는 여자를 만나는 것부터 헤어지는 것까지, 스토리는 흔하지만 작가가 서술하는 사랑에 대한 분석은 절대 흔하지 않다.

 

‘나’는 사랑이라는 자신의 감정을 철학, 종교, 신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한다. 사랑과 그에 따른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논리와 어긋나는 자신의 행동을 보면서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냉소주의와 사랑이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가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습관화되다시피 한 맥 빠지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_p19

 

 

책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저자의 탁월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클로이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속에서 ‘나’의 고찰이다.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검열하고 분석하는 그 대목은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할 때, 좀처럼 이성을 찾거나 객관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제정신으로 보낼 수 없었던 그 시간들에 대해 놀라운 통찰력으로 해석한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들의 지난 행동이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_p26

 

곧 클로이를 알지 못하고 사랑하는 것이 훨씬 쉽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_p77

 

 

사랑을 시작할 때와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때는 일치하지 않는다.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사랑을 시작하기엔 어려워진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애먼 사랑을 시작했던 지난 시간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

 

_p191

 

 

우리는 사랑에 갖가지 이유를 댄다.

 

그런데 사랑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사랑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런 숱한 이유들 말고 나라는 이유 하나로 상대가 나를 사랑해 주길 바란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사랑하는 상대에게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아주 기초적인 욕망에 근거하는 말이다. 우리는 사랑받고 싶다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망설이고 있는 걸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 자신 내면 깊은 곳의 욕망과도 마주하게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것은 내 진짜 불만을 말했을 때 생길 위험 때문이었다. 클로이가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_p211

 

 

이별보다 아찔한 것은 이별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육감적으로 느끼는 때다. 이 책에서 ‘나’는 클로이와의 이별이 다가옴을 느끼고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통해 연인 관계의 불완전함과 끝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이별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상대방의 마음이 먼저 떠났다 하더라도 내 실수로 인해 그 이별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불안. 이 대목에서의 ‘나’에 대한 치밀한 감정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그 아찔함을 다시 느끼게 한다.

 

 

금욕주의의 핵심에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실망시킬 기회를 주기 전에 스스로 실망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_p271

 

 

우리는 남에 대한 실망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거듭하며 살아간다. 실망은 쌓이고 쌓여 그 어떤 기대도 놓아버리게 만들고, 결국 무언가를 누릴 기회마저 빼앗아간다.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과 꾸준하게 실망해온 시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더 사랑할 것인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스스로의 감정들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분석적으로 다룬다. ‘나’의 고찰을 통해서 유럽의 역사 깊은 철학이나 종교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한 잔잔한 분석들과 치밀한 묘사. 어쩌면 우리에겐 한 번 더 용기 내볼 마음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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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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