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잠깐만>을 보러 간다.
연극 관람은 최근 새로 생긴 취미가 되었다. 더운 날의 피서는 카페에서도 물론 좋겠지만, 극장에서 더 좋았다. 대학로는 내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이제 휙 떠나게 된다.
273 버스를 잡아타고 환승 없이 쭈욱 가다가 보면, 바깥 구경에 정신 팔린 채 금방 혜화에 닿게 된다. 회기에서 홍릉수목원과 안암과 성신여대를 지나는 그 길은 분명 아름답다. 바깥은 무더운 빛으로 잔뜩 소독되어 있으니, 버스 에어컨을 맞으며 구경하는 그것만으로도 참 좋다.
<잠깐만>은 이달 말 29일부터 5일간, 혜화동 ‘알과핵 소극장’에서 상연된다. 어떤 극일까 알아보았다. 일단 마임 극이란다. 제대로 된 마임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기에, 궁금증을 안게 된다.
그리고 궁금증을 안게 되면 누구나 그렇듯, 나는 가만 앉아 상상을 해보게 된다. 어떤 연극을 나는 만나러 가게 될는지 하는.

연극에서 표현의 수단은 우선 마임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그 마임으로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 뒤, 이제 내 상상은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극, <잠깐만>은 우리도 익히 아는 여러 명화들을 마임으로 표현해 보일 것이라고 홍보물은 알린다. 그 곁에 클래식 음악들을 곁들인 채로 말이다.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오프닝
#1. 클로드 모네 - 양산을 쓴 여인
#2. 장 프라수아 밀레 - 이삭 줍는 사람들
#3. 구스타프 클림트 - 여성의 세 시기
#4. 에드바르트 뭉크 - 절규
#5. 빈센트 반 고흐 -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클로징

빈센트 반 고흐,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그림에는 색채와 형상, 그리고 그에서 비롯되는 무언가 오묘한 감상이랄 게 있지만, 그것은 영영 박제되어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여기 지금처럼 서서, 불변하는 형상으로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의 감상, 나아가 의미라는 것은 감각하는 내게 또한 달리어 있는 것이기에 생애의 진퇴에 따라 변화랄 게 있겠지만, 어땠든 그림은 저기 지금처럼 서서, 여남은 오랜 세대를 또 견뎌낼 것이다.
그래, 여기 그대로 있을 형상을 두고, 무언가 새로운 변모를 주는 일이란 그 어떠할까.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 이러한 변모는 분명 즐거울 일이다. 그 변모가 원전을 뒤틀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닌 한, 이러한 ‘덧댐’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추가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열고, 새로운 시점을 부여하며, 나아가 더욱 상상력을 뻗어 나가게끔 도울 것이다.
여기 멈춰 있는 것, 대가의 상상력이 박제된 이 캔버스 위로, 또 누군가가 그림을 그려보겠다니 참 기대가 된다. 마임으로 표현되는 하나의 그림은 어떠할지, 그것은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기에 대단히 설레이는 작업이다. 마임으로 표현되며 일시적인 생명을 부여받을, 박제된 대가를 고대한다.
전석 20,000원
제작
마임공작소 판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