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성수동을 거닐며 [문화 공간]

글 입력 2020.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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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 친구들’을 만났다. 같은 디자인과 전공생들이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멋진 친구들이다.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책을 읽는 그들을 ‘책 친구들’이라 자체적으로 명명하였다.

 

이번 주는 그들을 성수동에서 만난 주이다. 약속 전, 한 친구가 성수동에서 꼭 가보고 싶은 두 공간을 제안하였다. 그 친구는 성수동을 가는 김에 ‘잘 기획된 공간’을 체험하며 아카이빙하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던진 것이었다. 두 공간은 각각 아모레 성수와 오르에르 건물이었고, 같은 브랜딩 스튜디오가 기획에 참여한 공간이었다.


두 공간 모두 섬세함의 정점에 있었다. 아모레 성수는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공간의 딱딱함을 완화하기 위해 채광이나 정원을 사용하였다. 방문자의 동선 또한 철저히 계산하여 그들이 공간 내에서 부유하며 느긋이 즐기도록 유도하였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앉아서 화장해 볼 수 있으며, 화장품들은 충분히 다양하며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 또한, 2층 오설록 카페에는 자신만의 종이를 꾸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건물 오르에르에는 1층 카페 위에 2층의 ‘포인트 오브 뷰’라는 문구점과 3층 아카이빙 숍 ‘오르에르 아카이브’가 있다. 들렀던 공간인 2, 3층은, 마치 섬세함을 사랑하는 어느 분의 다락방을 엿보는 느낌을 주었다.

 

공간의 인테리어 자체도 예스러움이 묻어나며, 그 안의 소품들 또한 몰입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디테일한 물건들이었다. 이날 만큼은 기분 좋은 감각 체험을 잔뜩 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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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성수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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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에르 2층, 포인트 오브 뷰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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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에르 3층, 오르에르 아카이브의 공간

 

 

이후 언급되었던 스튜디오에 대해 찾아보았다. 이는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는 것이 목적인 ‘오르에르’였다. 오르에르는 2014년 성수동에 ‘자그마치’라는 카페이자 문화공간을 시작하여 성수동의 매력을 일찌감치 발견한, 일종의 스타터이다. 다음은 오르에르의 대표이자 공간 기획자인 김재원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재원 디렉터는 ‘덕후(마니아)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기획한 공간을 보면 이런 ‘덕후’ 기질이 잘 묻어있다. 어떤 한 가지에 정통한 깊이 있는 취향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빈티지 공예품 편집숍 오르에르 아카이브는 이런 김 디렉터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 공간이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모으는 데 열중했던 그의 소장품을 모아놓은 곳으로 유리 공예품부터 빈티지 커트러리, 심지어 돌멩이까지 세상에 하나뿐인 온갖 아름다운 물건들이 놓여있다.”


“좋은 취향은 어떻게 생길까”

 

“취향에 좋고 나쁨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얕거나 깊을 수는 있다. 깊이 있는 취향을 위해선 경험치도 중요하고 공부도 필요하다. 경험만으로는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하는 요즘 사람들이 의외로 취향이 없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예를 들어 좋은 디자인의 가구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가 누군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공부해야 디자인 가구에 취향이 생긴다.”


[출처: 중앙일보] 서울의 이스트 런던 꿈꾸다, 성수동 부흥 이끈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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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에르의 디테일

 

 

건물 오르에르의 공간들을 거닐며 추측하였던 섬세함의 원인이나 누군가의 소장품 같다는 느낌이 모두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오르에르는 방문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들 고유의 취향을 온전히 살리고자 철저히 공간을 설계하였다. 음악, 동선, 소품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기획했다.


나는 그들의 시선과 태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로 성수동에서 몇 시간 동안 친구와 토론을 하였던 내용이기도 하다. 예술이란 분야는 주관적이다. 수학처럼 정답이 있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잘 만든 공간, 디자인, 회화 등을 보고 매료된다. 우리는 이 힘과 기준이 ‘진정성’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정성은 곧 하나의 대상을 향한 애정과 몰입이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섬세함과 높은 완성도를 낳는다.

 

이를 위해서는 김재원 디렉터가 언급하였듯이,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하고 끊임없는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내 취향을 탐색하는 과정 중에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도 이 ‘진정성’을 찾길 희망한다.

 

 

[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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