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도서]

글 입력 2020.07.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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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익은 타인' 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아무리 낯이 익더라도 내가 아닌 모든 사람은 필연적으로 타인이니까.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등 그 가까운 어느 누구라도. 가까운 사람에게 '타인'이라는 호칭을 부여하면 그 순간부터 담담해지고 쿨해진다.

 

어차피 타인인데 나에게 대하듯 그렇게까지 신경쓰고 마음쓰고 힘들어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남인데. 미워하겠다는 의지도, 멀리하겠다는 의지도 아닌 인정하고 받아들임 그뿐이다.

 

이렇듯 언어화가 중요하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정말정말 아주 작고 사소한 일성에서의 느낀점을 잘 정리했다. 가까운 타인에 관한 이야기와 감정들. 공감을 참 많이 한 책이다.

 

다양한 거리의 군상들을 보니, 나는 낯익은 타인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구사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문제 없이 사이 좋게 아주 원만하게 지내면 좋지만, 당연히 그럴 수가 없으니까. 가까운 사람들과 감정이 상하고, 속상하고, 상처받고, 화나고, 답답하고, 짜증나고, 때려치고(?) 싶을 떄 나는 어떻게 하는가. 내 방식은 이러하다.


*


나의 인간관계 상처 스트레스 풀이 방법

 

1. 친한 친구들에게 얘기한다. 속상했어, 그 사람 나빴어- 등 공감만으로 풀린다. 난 이 부당한 억울함을 같이 알아줄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 감정은 틀리지 않았어- 라고 확인 받는 작업. 어느 정도의 무게가 무겁지 않은 감정들은 이렇게 해서 풀리는 편이다.

 

2. 그래도 답답하면 속상하고 답답한 내 감정에 대해 파헤친다.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하나하나씩 따져본다. 내가 속상했던 포인트, 그 이유. 상대의 생각과 그 이면. 거기에 대한 감정.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 등 (엄청 피하고 싶었던 사항들을) 전투적으로 파고든다. 두루뭉실한 감정과 상황은 더 속이 터지니까, 마주할 거면 제대로 마주하자. 차라리 이게 낫다.

 

3. 생각과 기분의 파고 바닥을 치다보면 어느 순간 놓는다. 실컷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고 깊게 빠져드는 작업-은 드디어 끝이 난다. 이 모든 쓰라린 생각과 감정들을 모두 맛보았다. 나는 충분히 느꼈다. 그럼 이제 다른 환기할 것들을 찾는다.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들- 예를 들어 맛있는 걸 엄청 먹거나, 좋아하는 웹툰을 보거나.

 

4.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생각은 정리되어 있다. 나는 충분히 공감을 많이 받았고, 생각을 과하게 많이 했으며, 휴식까지 했기에 이제 갈피가 잡힌다. 그 사건/상대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내 태도는 어떻게 취할지. 말끔하고 개운해진 나는 선택만 하면 되는 일이다.

 

5. 이후 망각한다.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소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대게 이런 방식으로 흘러간다. 내가 신경과민이거나 예민해서 감정을 과하게 받아들이고 느낄 수는있다. 하지만 내 일에선 객관적이기 어려우니까, 항상 주관적이니까. 나는 이 방식이 맞다. 나는 그 감정의 골과 상황에 대해 충분히 많이 느꼈기 때문에 오히려 (덕분에) 이성적으로, 사적인 감정을 빼고서 바라보고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쉽게 잊는다. 내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이미 끝난 상황이 된 것이다.

 

1~5 스텝을 겪다보면 4번 항목에서 매 순간, 항상 '어차피 남인걸'이란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그렇게 바로 납득이 되나보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어차피 '타인'이다.

 

점차 겪다보면 '순간 화나다가, 체념하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되는' 이 일련의 과정이 점점 빨라진다. 여전히 서툴지만 전보다는 속도가 나아졌다. 각 스텝마다 하루 이틀씩 걸렸던 게, 지금은 30분~1시간씩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걸려서 하루 내에 감정의 해소,해결이 가능하게 되었다. 고슴도치들은 서로 상처 주다가 거리를 맞춰간다고 한다. 나도 엄마와 지내면서 무던히 싸우다가, 다시금 맞춰지고 잘 지낸다. 가까운 사이는 어쩔 수 없이 다툼이 생기며, 벗어날 수 없는 거리는 적당히 지내야만 한다.

 

내 방식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는 모르겠지만, 낯익은 타인에게 치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 내 구체적인 행동 사항들. 나도 작은 일에 지진부진하고 많이 치이지만, 쉽게 잊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아마 실제로 잊어버리고, 개운해져서가 아닐까. 건강한 마음가짐은 '나와 남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처럼. 혼자 잘 살자. 타인들과 적당한 어울림으로, 적당한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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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책 속 문장들


상대는 언제든지 완벽한 타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유를 갖고 있다.


친구는 낯익은 타인이다.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보험 같은 존재가 아니다. 각자의 삶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우정은 연인과의 사랑보다 힘든 것이다. 사랑처럼 끈끈하고 강력한 접착제도 없이 상대에 대한 호의만으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내가 알 수 있는 것과 영영 알 수 없는 것.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마으 뿐이다. 그리고 애써도 영영 알 수 없는 것은, 상대의 마음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단단히 오해하게 된다.


내가 겪어온 회사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곳이 아니었다. 뭔가 내 것을 일그러뜨리지 않으면 잘 맞춰지지 않았다.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아가 여러 개로 조각나는 경험을 훨씬 더 많이 하는 슬픈 공간이다.


조직 안에서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어떤 일 앞에서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나에겐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지만 다른 부서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일 수도 있다. 선량한 악인들이 넘쳐나느 곳, 당신이 있는 바로 그 자리다.


내 감정이 상했는데 늘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 것은 자신의 삶에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다. 당장의 트러블을 피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지만, 때론 그런 행동들이 더 큰 피해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태도를 공고하게 정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그런 단정들이 마지막에는 자신마저도 순응해버리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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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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