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이 흘러간 후, 나의 어린 시절 [도서]

알퐁스 도데의 소설 나의 어린 시절
글 입력 2020.07.10 12:3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요즘 들어 시간이 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가는 것은 살아있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실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해야 할 것은 늘어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늘어난다. 그런 것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쫓기다 보면 내 존재는 시계 소리 밖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시간에 쫓긴 적이 한 번도 없는 영상들로 가득 차 있는데 하루가 시간에 의해 게걸스럽게 잡아 먹혀버리는 지금 이 시점에 나는 그런 순수한 여유를 가질 자신도, 능력도 없다.

 

어린 시절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기 이전의 시간이므로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면 지금도 어린 시절의 연장일 수 있다. 알퐁스 도데의 자전적 소설 나의 어린 시절에서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크기변환]Alphonse_Daudet..jpg


 

알퐁스 도데의 자전적 소설 나의 어린 시절은 시간이 흘러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시점에서 그 시절을 풀어나간다. 이 소설을 통해 그가 어린 시절을 바라보는 태도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시절을 어른이 되기 전까지의 시간으로 책정한다. 그가 생각하는 어른은 현실을 수용하고 터무니없는 욕망을 자제하며 희생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주인공 다니엘은 철없이 방황하다가 형이 죽음을 맞게 된 이후부터 현실을 받아들이고 약혼된 여자와 결혼을 하면서 가게를 물려받는다.

 

그의 어린 시절은 결혼을 기점으로 끝이 나는 것 같고, 이야기도 거기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넌 도자기나 파는 게 어울려!"

 

알퐁스 도데, 나의 어린 시절, 행복한아침, 2008, p298.

 


아무도 주인공에게 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다니엘은 시를 낭송한 후 이 말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부정하며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러나 뒷부분에서는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형의 희생과 노동의 삶을 기억하며 철부지 시절에 종지부를 찍는다. 도자기 가게를 물려받은 것이다.

 

시를 쓰는 것과 도자기를 파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으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자신이 출판한 시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안정적인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마음먹은 대로가 결국 그의 철없는 행동들을 마감하게 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시간의 흐름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형이 일하러 가고 돌아오는 하루의 일정, 일주일에 한 번 지인의 집을 방문하는 일정을 통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드러낸다. 형의 일정은 동생 다니엘의 일정과 겹치기도 하고 다니엘은 형이 일하는 동안 전혀 다른 템포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니엘이 여배우와 어울리며 희극 배우 역할을 비참하게 수행하는 동안 그의 책은 팔리지 않았고 다니엘은 시간을 흥청망청 보낸다. 시간은 이 소설에서는 이원적으로 흘러간다. 형의 시간과 다니엘의 시간은 구분되고 두 갈래의 시간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시간은 쓰기 나름이라지만 어린 시절처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어린 시절이 지나고 나면 알 수 없다. 다니엘은 시간을 흘러가게 내버려둔 채 방황했고 어린 시절의 순수를 자꾸 회상함으로써 어린 시절과 철없던 시절은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계를 책임지는 형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그는 어린 시절 순수했던 그 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 책은 바쁜 시간 속에 느긋한 다른 시절 다른 누군가의 어릴 때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었고 지금은 또 어떤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수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