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 장녀들 [도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글 입력 2020.07.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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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녀’라는 신조어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코리아(Korea)의 앞 글자 ‘K’와 맏딸을 뜻하는 ‘장녀’의 합성어다. 어떤 기사에서는 이 신조어를 ‘주로 ‘지옥의 가부장제’를 견디며 살아온 여성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지칭할 때 쓰인다. 쓸데없는 책임감, 심각한 겸손함, 습관화된 양보 등 “나 K-장녀야” 한 마디면 화자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상징적 수식어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한다.

 

두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있는 나도 K-장녀다. 하지만 누군가 ‘너도 지옥의 가부장제’를 견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여태껏 동생과 비교해 억울했던 점이라고는 통금시간이 유독 엄격했던 것뿐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학원에 다니지 않는 동생과 달리 밤늦게 마치는 학원으로 인해 귀가 시간이 늦은 딸을 아빠가 많이 걱정하셨구나라고 이해가 된다.

 

동생과 나는 여러모로 많이 달랐다. 나는 그래도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이었고 동생은 항상 간신히 유급 당하지 않는 정도였다. 동생과 반대로, 나는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였다. 미대를 가겠노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미술 학원을 다녔고, 부모님께 무시무시한 학원비를 요구했다. 부모님은 매달 고액의 학원비와 적지 않은 액수의 재료비를 보내주시며 말없이 나를 응원해 주셨다.

 

첫 수능을 더할 나위 없이 망친 나는 내 자존심 상 수험 기간 내내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하지만 지금 내 수능 성적에 적당한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재수를 선언했고, 그때도 부모님은 나의 학비를 대주셨다. 대학에 붙었고, 나는 거리상 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1학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봐도 넉넉한 용돈을 받으며, 스스로 학비나 생활비를 벌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끔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유는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의 한순간 때문이다. 아빠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엄마는 남동생에게 별로 기대가 없다. 이따금 동생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면, 동생에게는 그저 자기 좋다는 여자랑 결혼해서 본인 앞가림 잘하고 사는 정도만 바란다며 호호 웃으시다가 마지막엔 항상 나로 화제를 돌리신다. 혜정이는 뭘 해도 잘할 것 같은데 마침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 하니 혜정이랑 말년을 보내야겠다는 이야기. 전에는 그 가벼운 말을 주고받으며 웃었지만, 더 이상 나는 그 대화 속에서 웃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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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비혼 다짐 이후의 뚜렷한 인생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복지의 혜택에서 소외된 비혼 여성들의 삶을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택청약이나 의료법, 국민연금 등 여러 정책이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혼을 다짐한 많은 여성들은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노후에 굉장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비혼을 다짐한 여성이 K-장녀이기까지 하다면 부모님 부양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나오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모습에서 보다 빈곤하고 어쩌면 돌보는 가족이 없기에 더욱 비참할 자신의 노년을 엿본다. 이제 높은 학력, 엄격한 가정교육, 성곡적인 경력도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노년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그저 소설로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인 저자인 시노다 세츠코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20년간 간병한 경험이 있다. 픽션이 아닌 논픽션인 것이다. 소설 속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모든 감정묘사들은 모두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나왔을 터이다.

 

 
사회에서 자립하고 자유롭게 일하던 여성들은 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나이가 되자 예전의 가족관으로 끌려 들어간다.(…)모두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지옥’은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며 내일이면 자신에게 닥칠 법하다. 그래서 무섭고, 읽으면서 속이 싸늘해진다. – 아사히 신문
 

 

아사히 신문의 추천사가 이 이야기를 읽는 모든 여성의 심정을 대변해 준다. <장녀들> 속 세 이야기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법 하다. 나오미가 자기 기저귀를 갈게 하려고 딸을 곁에 계속 붙잡아 놓았다는 어머니의 속내를 알고 동반자살까지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나오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굉장히 몰입해 있던 나는 그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누군가는 패륜으로 볼 수 있는 그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가 나오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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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해제를 먼저 읽고 앞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옮긴이가 사회를 향해 제시한 질문에 몹시 공감했다. 돌봄 노동은 더이상 개인이나 가족단위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그의 말처럼 여태껏의 관행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늙고, 우리는 언젠가 시대에 뒤떨어져 반드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노인이 된다. 사회는 언제까지 이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만 치부할 것인가? 여태껏 배우자나 자녀, 가족이 지고 있던 돌봄 노동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이제는 밖으로 넓혀 나가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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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들

- 네가 시집가면 난 어쩌냐 -
 
 
지은이 : 시노다 세츠코

  

옮긴이 : 안지나


출판사 : 이음


분야

일본 단편소설


규격

135*200

  

쪽 수 : 340쪽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정가 : 14,800원

  

ISBN

978-89-93166-09-5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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