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오랫동안 사랑받은 음악들의 향연: 다이나믹 클래식 Masterpiece Series I

글 입력 2020.06.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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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음악가, 그리고 작품이 있다. 라흐마니노프 하면 피아노 협주곡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베토벤 하면 교향곡(번호는 개인의 취향 차이이니 생략한다)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다렸을 무대가 지난 27일 토요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바로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다이나믹 클래식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첫번째 무대였다.

 

이번 무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2번을 무대의 시작으로 열면서 오페라 아리아와 베토벤의 교향곡까지 선보이는 자리였다. 최초 예고되었던 프로그램과 당일 실제로 연주된 프로그램에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오랫동안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악가의 작품들을 선곡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영역의 음악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자부심이 반영된 선곡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음악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음악은 그 자체로 항상 사람의 마음을 환기시킨다. 때로는 번민으로, 때로는 사색으로 그리고 분노를 넘어 환희와 열정으로 이끄는 음악의 힘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다이나믹 클래식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첫번째 무대로 선곡한 작품들 역시 그렇다. 그 어느 작품 하나 빠지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이나믹이 그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PROGRAM


S.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피아니스트 문지영)


G.Puccini Si, Mi chiamano Mimi from Opera "La Boheme" (소프라노 이다미)

오페라 "라보엠" 중 내 이름은 미미


A. Dvořák Měsíčku na nebi hlubokém from Opera “Rusalka” (소프라노 이다미)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 부치는 노래 


F. Lehár Dein ist mein ganzes Herz from Operetta “Land des Lächelns” (테너 신상근)

오페렛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A. Catalani Ebben ne andrò lontana from Opera “La Wally”  (소프라노 이다미)

오페라 “라왈리” 중 그렇다면 멀리 떠나겠어요


G. Puccini Vissi d'arte, vissi d'amore from Opera “Tosca”  (소프라노 이다미)

오페라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G.Puccini Nessun Dorma from Opera "Turandot" (테너 신상근)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INTERMISSION


L.v. Beethoven Symphony No.4 in B Flat Major Op.60

 


 

 

첫 곡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오랜만에 라흐마니노프 2번을 들으려니 너무나 기다려졌다. 문지영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는 것은 또 처음인지라 기대가 컸다. 특히나 원래대로였다면 4월에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을 봤어야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기 때문에, 이번 무대에서 협연자로 나서준 것이 가뭄에 만난 단비처럼 소중했다. 그런 긴장감을 안고 1악장의 그 설레는 첫 음을 기다리는데,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손끝이 피아노 건반을 타건하려 하는 순간 콘서트홀 1층에서 눈치 없는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다른 곡도 아니고 첫 터치가 중요한 이 작품을 하는데, 큰 휴대폰 벨소리가. 순간적으로 짜증이 치솟았는데, 문지영은 개의치 않고 첫 음을 펼쳤다.

 

아니, 그건 첫 타건을 했다는 수준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오케스트라가 들어오기 직전의 그 순간까지 부드러운 첫 타건에서부터 조금씩 빌드업을 해 나가는데,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좀전의 휴대폰 벨소리로 인한 여파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점점 심장이 조여들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공기를 환기시키는 문지영의 독주에 전율이 일었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그 완벽한 독주에 이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자 그저 마음을 풀고 감상만 하면 되는 순간이 이어졌다. 1악장의 대미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강하게 주제를 연주하며 얽혀드는 절정의 순간에는 다시금 소름이 돋고 말았다. 강렬하지만 과하지 않았다.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았고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객석을 압도하는 절정이었다.

 

2악장은 어쩌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많은 피아노 협주곡의 노래 악장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다운 이 악장을 연주하는 문지영의 아르페지오는 정말로 발군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부드러운 서주에 이어 무언의 선율로 모든 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 타건은 문지영의 손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2악장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플룻, 클라리넷이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클라리넷 솔로 선율에서 미스가 났던 점은 조금 아쉬웠다. 잠시간 몰입이 깨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받쳐주는, 현악의 낙관적이면서도 흐드러지는 사운드와 이를 더욱 원숙하고도 빛나게 감싸 안는 피아노의 선율로 2악장 역시 너무나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3악장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까지, 피아노의 당당하고도 힘찬 선율이 도드라진다. 문지영이 힘있게 건반을 내리칠 때 오케스트라도 동시에 크고 풍성하게 선율을 연주하며 서로의 선율이 용호상박처럼 얽혀들었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답게, 주된 드라이브는 항상 피아노에게 있다. 악장 내에서 선율이 변하고 완급이 조절되는 순간을 보면, 그 키는 항상 문지영의 손끝에 있었다. 3악장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빌드업을 거쳐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 순간, 끝을 예감해서 아쉬우면서도 이 아름다운 순간에 자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마음이 더 컸다. 끝나는 순간, 아쉬움 없이 온 마음을 다해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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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영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협연이 끝난 뒤,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소프라노 이다미와 테너 신상근과 함께 오페라 아리아들을 선보였다. 티켓팅이 가능해진 시점에 예고되었던 프로그램으로는 오페라 아리아 7곡을 선보일 예정이었는데 당일 무대에서는 변동이 있었다. 우선 작품이 6곡으로 줄어들었다. 소프라노 이다미가 5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4곡으로 줄였다. 비단 곡의 수를 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작품 내용도 달라졌다. 소프라노 이다미의 프로그램에서는 사전 공지되었던 곡이 아닌 라보엠의 '내 이름은 미미'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테너 신상근의 프로그램도 '그라나다'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바뀌었다. 어찌 보면 더 대중적인 선곡으로 완성한 셈이다.

 

아리아의 향연은 소프라노 이다미의 '내 이름은 미미'로 시작되었다. 소프라노 이다미의 부드럽고도 강한, 동시에 풍부한 목소리와 함께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조심스럽게 콘서트홀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달에 부치는 노래'까지, 소프라노 이다미는 부드러우나 힘 있는 목소리로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주었다. 사랑을 노래하며 느낄 수밖에 없는 달콤함과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 후에 이어지는 '그렇다면 멀리 떠나겠어요'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사랑으로 인해 느끼게 되는 고뇌와 아픔이, 소프라노 이다미의 호소력 짙은 노래로 절절히 와닿았다.

 

테너 신상근의 선곡은 굉장히 유명한 두 곡이다. 테너의 단단하고 힘 있으면서도 맑은 목소리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리아들이다.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은 어쩌면 소프라노 이다미가 처음에 불렀던 두 아리아와 맞닿아 있어 더욱 작품의 매력이 극대화되었던 듯하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더군다나 이 모든 아리아의 마지막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끝맺으면서, 객석의 환호는 극에 달했다. 이만큼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언제 들어도 벅차는 아리아가 또 어디 있을까. 1부의 마지막으로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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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아름다운 베토벤 교향곡이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이 작품도 최초에 공개되었던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예고되었던 프로그램은 교향곡 2번이었는데, 당일 프로그램으로 변경된 작품은 교향곡 4번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예정이었던 4월 공연에선 3번을 선택했었고, 이번 6월 무대의 처음 예정은 2번이었는데 공연 당일에는 4번으로 변경이 된 셈이다.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 구성을 두고 여러모로 고심이 많았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프로그램이 바뀌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베토벤 4번은 예전에 베토벤 교향곡을 혼자 쭉 들어볼 때 한 번 들었던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베토벤 4번을 들은 기억도 없다. 그래서 아주 옛날에 들은 적은 있어도 인상조차 희미한 작품을 무대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감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1악장이 시작되는 순간, 처음 이 작품을 들었을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분명 장조 작품인데 도입부가 마이너여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가 아주 조심스럽게 선율을 열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되다가 갑작스레 현악의 강렬한 선율과 함께 팀파니와 관악 소리로 장조로 전환된다.

 

2악장은 아다지오로 느리게 진행되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했다. 특히 2악장에서는 목관의 아름다움이 부각되는 앚강이었다. 현악의 잔잔한 반주 사이로 부드럽게 공백을 메우는 플룻과 클라리넷의 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고전주의적인 낭만이 충만한 악장이라고 느꼈다. 이어지는 3악장은 좀더 빠르고 익살스러운 느낌이 살아있는 알레그로 비바체였다. 속도감 있는 리듬과 함께 위트 있는 전개가 느껴져 1, 2악장과는 또 다른 감상의 즐거움이 있었다.

 

4악장은 시작부터 빠르게 질주했다. 시종일관 현악기들이 음표들을 끊임없이 연주해야 해서 현악기 연주자들에게는 굉장히 힘든 악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듣는 입장에서는 귀가 즐거워지는 피날레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지막 즈음에 가서 바이올린과 바순이 서로 선율을 주고 받는 대목이었다. '곧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갑자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멀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부분이 있은 뒤 다시금 빠른 질주로 음악이 마무리되었다. 뭔가 베토벤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의 음악적인 유머가 생생하게 와닿는 무대였다. 오히려 프로그램이 바뀌어서 현장에서 거의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로 감상했기 때문에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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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다이나믹 클래식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가 화려하게 끝났다. 피아니스트 문지영, 소프라노 이다미 그리고 테너 신상근까지 함께 무대를 꾸미며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 이번 무대는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페라 아리아 반주건, 협주곡이건, 관현악곡이건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무대는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였던 만큼, 대중적인 작곡가의 작품들을 선곡함으로써 관객들 역시 친숙하고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그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역동성을 자연스럽게 풀어서 전달해주었다.

 

마스터피스 시리즈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들의 향연이어서 더욱 즐거운 무대였다. 인상적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오랜만에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도 너무 좋았고, 아름다운 아리아들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았다. 베토벤의 교향곡 4번 역시도 홀수 번호 교향곡들만큼 자주 무대에 오르는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뭔가 하나의 감상으로 정의되지 않는, 나름의 업앤다운과 반전이 가득한 교향곡 4번을 언제 이만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을까.

 

과연 이후에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를 준비할 때,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어느 작곡가의 어떤 작품을 선곡할까? 그 때에는 또 얼마나 새로운 연주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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