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상념 드러내기

가장 개인적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공개적인 생각
글 입력 2020.06.2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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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은 온 지 오래고, 어느새 잊고 살던 장마철이 왔다. 뉴 노멀의 등장과 함께 올해 많은 사람의 생활이 달라졌을 것이다. 언택트 시대의 도래의 영향, 나 역시도 그랬다. 몇 시간이나 통학을 하던 이전과 달리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실제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런 생활의 연속 중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 기회는 나에게 너무나 시의적절한 경험이었다. 글을 쓰고 남들과 소통하는 것, 그것이 에디터 활동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었다.

 

나는 원래 블로그에서 소소하게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스터디 플래너를, 스무 살이 된 이후로는 일기를 열심히 써왔는데, 친구들이 하나 둘 블로그를 시작했고 나도 사진과 함께 그간의 여행과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영화, 드라마, 책을 보고 감상을 기록하고 짧은 감상평과 함께 여러 콘텐츠를 추천하는 글까지 쓰게 되었다. 단순히 나의 경험을 기록하던 블로그는 어느새 그렇게 일상과 함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렇게 자유롭게 정해진 주제 없이 나를 기록하던 공간에서 벗어나, '눈팅'만 하던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에 도전하게 되었고 에디터로서의 글은 이전에 내가 쓰던 글과 같지만 달랐다. 우선 정기적인 업로드의 규칙을 가지게 된 기록은 처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무조건 글을 업로드해야 했다. 그리고 남들과 함께하는 공간에 나의 글을 공유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렇게 매주 한 번 이상은 무조건 접속을 하고 남들의 글을 보는 횟수가 늘어났고, 내가 쓰는 글의 깊이는 이전에 블로그에 업로드하던 글과는 많이 달라졌다.

 

열다섯 편이 넘는 글을 쓰면서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이야기하고픈 주제가 넘쳐 선택을 하기도 했으며, 한 페이지를 빽빽이 채워내려갔지만 남들 앞에 내보이기에 부끄럽고 확신이 들지 않아 올리지 못한 글들도 있다.

 

블로그였다면 업로드를 미루거나 여러 편의 글을 떠올랐을 때 바로 올려버렸겠지만, '오피니언'은 그렇지 못했다. 주제를 정하기 힘들어도 매주 한 편의 글은 꼭 올려야 했고, 여러 주제의 글을 올리고 싶어도 가볍지 않은 글을 쓰려면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그렇게 가끔은 활동을 하며 고민을 할 때도 있었지만, 테마의 선정과 글의 기록이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점과 이것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 그런 고민을 잊고 열심히 하나의 기록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남들에게 내 생각과 느낌을 드러낸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고 낯설었다. 블로그의 글 역시 남들과 공유하는 것이긴 했지만, 소소하게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거나 비공개로 돌려버릴 수 있는 그 글들이었다. 그래서 기고하는 글은 쓰고도 몇 번이나 되짚어보며 수정을 했다. '이런 건 별로인가?', '남들이 이거 아닌데,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며 남들과 내 기록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나 역시도 남들의 글을 향유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어쩌면 아예 모르는 타인들과 나의 취향, 감성에 대한 기록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 더 좋은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나를 잘 아는 이들에게 나 혼자만 알던 취향과 개인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짧고 장난스러운 글을 쓰던 나에게는 어색한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을 통해, '문화'를 중심으로 한 서로 같거나 다른 주제로 나와 다른 이들의 기록을 공유하게 되며 나의 기록에 자신이 생겼다. 내가 글을 잘 쓰게 되었다는 자신이라기보다는, 나도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해 조금 깊은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었다. 갑작스럽게 나의 취향과 함께 '나도 진지할 줄 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 혼자 하던 일상의 행동보다는 조금 더 깊은 생각을 글로 표현하여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아주 효율적이었다.

 

나의 개인적이었던, 그렇지만 이제는 가장 공개적인 여러 문화에 관한 기록들을 보고 이상하다거나 별로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피했지만 나의 글을 본 가까운 이들은 나의 취향과 생각, 평상시와 다른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받아들였으며 존중해 주었다.

 

그동안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나 자신이 가볍고 장난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걸까. 그제서야 다른 이들이 남겨온 진지한 기록에 마음이 갔다. 그 다른 이들은 친구나 가족이 아닌 유명인들이었는데, 나는 그동안 그들의 평상시의 이미지만을 생각해 누군가 무겁고 진솔한 이야기를 할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곤 했다.

 

하지만 내가 드러내지 않았던 상념들을 글로써 표현하고 나서 다시 그들의 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당신도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생각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군요. 그렇게 기록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큰 역할이 되어준 것이다.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 활동이 마무리되어간다. 겨울의 끝자락부터 시작해 한 여름이 될 때까지, 활동을 하게 되면서 신체적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적었지만 그동안 내 머리는 어떤 글을 쓸까,라는 두려움 또는 설렘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나는 계속해서 나의 '진지한'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횟수는 이전보다 적어질 테지만 한 번 나를 드러내면서 나의 깊은 생각과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것에 나는 이미 익숙해졌고 그것을 즐기게 되었다. 플래너에서 일기로, 일기에서 취향으로. 기록은 기록을 낳는다. 그리고 기록은 나, 혹은 남을 되짚어볼 기회를 만들어준다. 기록은 그렇게 소통의 창을 열어주는 역할이 되어주었다.

 

 

 

에디터 홍혜민.jpg





[홍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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