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정은 유년기의 첫 번째 일상이다. [도서]

도서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고.
글 입력 2020.06.2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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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게 된 이탈리아 문학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박혀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던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나폴리의 어느 작은 동네에서 자란 레누와 릴라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마음을 나누는 특별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며 서로에게 필요한 감정을 공유하는 말 그대로 ‘베스트 프렌드’이다. 그럼에도 각자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더 나아 보이고, 더 좋아 보이는 면을 크게 부각시켜 생각하게 되면서 시기와 질투, 열등감의 감정으로 그들의 감정은 쉴 새 없이 요동친다.

 

60년이 흘러 릴라의 아들에게서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온다. 불현듯 사라져 버린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관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릴라는 태생적으로 똑똑하지만, 그가 놓인 불우한 환경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독학으로 어학을 공부한다. 그에 반해 노력하여 결과물을 이루려는 레누는 릴라를 보며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특유의 모범생답게 열심히 노력한다. 그렇지만 릴라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점차 커가면서 유년시절을 함께 보낼 땐 자신과 비교조차 될 수 없이 아름답게 변모하는 릴라의 모습을 보며 레누는 그녀보다 늘 뒤처지는 듯한 자신을 비관하며 마음 깊숙이 릴라에 대한 미움을 키운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커지는 릴라에 대한 미움에 괴로워하며 자책한다.

 

반면, 태생적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능과 외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릴라도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주어진 환경 탓에 자신의 꿈이 좌절되는 고통을 맛보며 인생의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둘도 없는 특별한 친구인 릴라와 레누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서로 부러워하고 질투하기도 하며, 미움과 사랑, 동정이 뒤섞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우정을 그려나간다.

 

어릴적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려보면,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을 크게 시기하거나 질투한 적은 없지만 레누와 릴라처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을 매력적인 장점으로 지니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했던 적은 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 나이 또래 여자들의 우정은 짐짓 레누와 릴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참 외모를 가꾸고 신경이 예민해질 무렵인 10대에 자신보다 예쁜 외모를 지닌 친구를 보면 당연히 질투가 나고 시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라면 그 친구가 슬픈 일이 있다면 온 마음 다해 위로해 주고 싶고, 기쁜 일이 있을 땐 진심으로 그 누구보다도 박수쳐주고 껴안아주며 함께 기뻐해 준다.

 

이 모습은 마치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면서도 릴라의 완전한 행복을 바라는 레누의 진심 어린 마음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레누를 곁에서 돕고자 하는 릴라의 애잔한 마음과도 같다. 그들의 우정은 불완전하면서도 예민하고, 공격적이지만 서로에 대한 진심 또한 함께 공존한다는 것, 미묘하고 불편한 감정을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내보이길 꺼리는 모습들이 현재의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다.

 

이들에겐 ‘구두’라는 매체가 무척 중요한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뼈아픈 성장통 속에 ‘구두’라는 상징적 모티브는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면서도 늘 서로에게 첫 번째 이길 바랐던 그 시절 그녀들의 대칭적 관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구두’에 관한 큰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좌절하게 된 릴라와 그런 그녀를 곁에서 바라보며 행복을 바라는 레누의 모습은 둘 중 누가 더 상대방에게 감정을 쏟고 있느냐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감정을 동일하게 나누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 속한 1950년대 이탈리아의 남부지방, 그때의 시대상은 여성으로서 살아가기엔 너무도 힘든 시기였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문제들로 빈부 격차가 심했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당연시되던 시대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감정이 더 메마르게 표현됐던 것은 아닐까.

 

책의 내용과 제목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제목이 그녀들 릴라와 레누의 유년시절을 가장 적절하게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릴라는 ‘눈부신 친구’라는 아름다운 표현을 빌려 레누에게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토록 미워했지만,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였고, 다른 누구도 아닌 서로가 인정해주는 기쁨 안에서 성장한 그 둘의 우정이 피폐한 시대상과 맞물려 측은하고 짠하게 그리고 무겁게 다가온다.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P. 29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났다. P. 40

 

강렬한 고통을 느꼈지만 릴라와 싸워서 얻게 될 고통은 이보다 더 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두가지 고통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없었다.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고통, 즉 인형을 잃어버려서 느끼는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고통, 즉 릴라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었다. P. 65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어.  여기서 변화란 단 한가지 부자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에서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P. 150 

 

나는 거칠게 변화하는 모든 것에 완전히 노출되겠지만 분명 승리할 터였다. 나는, 나와 릴라는, 오직 함께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색채와 소리와 사물과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취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힘을 부여했을 터였다. P. 178

 

사랑이 없으면 사람들의 인생만 황폐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삶도 황폐해지는 거야. P.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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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 My Brilliant Friend -


지은이 : 엘레나 페란테
 
옮긴이 : 김지우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이탈리아소설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456쪽

발행일
2016년 07월 07일

정가 : 14,500원

ISBN
978-89-356-6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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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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