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극의 끝을 보다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6.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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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첫 번째 회전문 극이었던 프랑켄슈타인. 2018년에 공연되었던 삼연에서 나는 10회의 관람을 했다. 다른 뮤지컬 회전 관객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횟수이지만, 나에게는 굉장 의미 있고 소중하다. 나에게 2018년 여름은 프랑켄슈타인으로 남았다.

 

에디터 활동을 하며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글을 꼭 쓰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쓸지 항상 고민이 됐다. 10번의 관람에 대해 다 쓸 수는 없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관람할 때마다 바뀌었기 때문에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프랑켄슈타인에서 가장 사랑했던 세 인물에 대한 글을 써본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괴물, 그리고 까뜨린느.



 

빅터 프랑켄슈타인


 

빅터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병으로 여의고 그녀를 다시 살리기 위해 생명 창조의 꿈을 꾸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불길한 아이로 여겼고, 결국 그의 숙부는 빅터가 고향에서 떠나 독일로 유학을 가도록 만든다. 빅터는 평생을 어두운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인물이다.

 

자신의 연구를 돕던 친구 앙리가 자신을 대신해서 누명을 쓰고 죽게 되자, 빅터는 앙리의 머리와 다른 시체의 몸을 이용해서 생명을 창조해낸다. 자신을 지켜보라는 듯 신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빅터는 생명 창조 그 이후를 준비하지 못했다. 차가운 철 침대에서 낯선 세상을 마주한 창조물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빅터의 집사 룽게를 죽이자 빅터는 그를 괴물이라 부르며 죽이려 한다.

 

괴물은 도망가고, 몇 년 후 자신을 무책임하게 창조한 후 버려서 비참한 삶을 살게 만든 빅터에게 복수를 하러 돌아온다.

 

빅터는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잃고 나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후회한다. 빅터는 자신의 야망에 잡아먹힌 캐릭터이다. 그 야망이 어머니를 살리고 싶은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자라났다는 생각을 하면 그의 삶이 한없이 가여워진다.



 

괴물


 

빅터의 친구 앙리의 머리로 만들어진 창조물. ‘괴물’은 인간들이 그를 부르는 단어일 뿐이다. 그의 이름은 사실 없다.

 

빅터에게서 도망친 후 괴물은 격투장에서 돈벌이로 이용되며 짐승 같은 삶을 산다. 격투 중 ‘살려달라’는 말에 혼란을 느끼며 끝내 상대방을 죽이지 못한 괴물은 격투장 주인에게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유일한 친구 까뜨린느에게 배신을 당한 괴물은 격투장을 불태우고 자신의 창조주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사실 괴물이 처음 빅터를 찾아갈 때부터 잔혹한 복수를 계획했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돌아온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왜 돌아왔어? 원하는 게 뭐야?’라고 말하는 빅터의 모습에 분노를 느끼고 복수를 마음먹지 않았을까. 자신에게 비참한 삶을 주고는 전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지 않는 빅터의 모습에.

 

배우마다 연기 노선이 다른데, 나는 박은태 배우의 연기를 가장 좋아했다. 박은태 괴물은 괴물의 메인 넘버 ‘난 괴물’을 부르는 도중 앙리의 기억이 되돌아온 듯한 표현을 확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대신해서 누명을 써서 죽을 만큼 빅터와 빅터의 꿈을 사랑했던 앙리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그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빅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인 괴물의 마지막 복수는, 빅터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북극에서, 괴물은 오히려 빅터에게 총을 건네주며 자신을 쏘도록 한다. 다리를 다친 상태로 북극에 홀로 남은 빅터. 괴물의 복수는 빅터에게 혼자가 된다는 슬픔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또한, 빅터가 앙리의 머리로 만든, 앙리의 기억을 가진 괴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도록 하는 것도 복수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을 스스로 세상에서 지워버린 채 완전한 혼자가 된 빅터. 빅터와 괴물의 관계성은 참 비극적이다.

 

 

 

까뜨린느


 

까뜨린느는 괴물이 있는 격투장에서 학대받으며 노예처럼 일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고문에 지친 괴물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준다. 자신이 무섭지 않느냐는 괴물의 질문에 까뜨린느는 대답한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라고.

 

살면서 인간에게 숱한 상처를 받아야 했던 까뜨린느는 인간이 없는 북극으로 가는 것을 꿈꾼다. 괴물에게도 북극의 존재를 알려주며, 그곳에는 인간이 없기 때문에 아픔, 슬픔, 고통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후에 까뜨린느는 잠시나마 같은 꿈을 꿨던 괴물을 배신해서라도 자유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까뜨린느가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오히려 자유를 얻을 인생의 첫 기회를 향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고도 안타까웠다.


 

더 뭘 고민해야 해?

내일이면 벗어날 텐데

내일이면 자유를 찾아

내일이면 다른 사람처럼

산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질지 몰라

이런 날 누가 침 뱉나?

난 단지 살고 싶어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산다는 거’

 

 

그녀의 노래 가사처럼, 누가 그녀에게 침을 뱉을 수 있나? 단지 살고 싶었던 그녀의 몸부림을, 누가 감히 욕할 수 있을까?


*

 

나는 영화나 공연을 보고 거의 울지 않는다. 그런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재연 첫 관람 때는, 너무 많이 울어서 지친 상태로 공연장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인물들의 서사가 너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삼연에서 회전문이라는 것도 돌아보고, 또 다음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배우들이 정말 많이 빛났던 공연이다. 고난이도의 넘버, 엄청난 감정 소모, 3시간이라는 공연 시간. 여름의 무더웠던 기온 만큼이나 뜨거웠던 배우들의 열정이 다시금 그립다.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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