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릇 액션 스릴러 영화는 이래야지 : 딥워터 [영화]

영화 '딥워터'에서 느껴보는 물의 묘미
글 입력 2020.06.2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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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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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81분. 요즘 영화치고는 꽤 짧은 시간이다. 게다가 액션•스릴러 장르라는 점을 생각하면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액션 영화가 90분도 안 되는 시간에 기승전결까지 끝난단 말인가? 물론 액션이라 함은 때리고, 부수고, 부딪치는 게 주된 특성이니까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르에선 인물의 이야기가 더욱 섬세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화려한 몸놀림을 주거니 받거니 해도 그 행동의 동기와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면 관객이 느낄 재미가 반감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영화 [딥워터]의 줄거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영화는 꽤 단순하다. 주인공 자매, 물, 산소통. 두 인물과 두 사물이 영화의 주요 키워드이다. 이게 전부라고 해도 심한 과장은 아니다. 단순함은 다른 말로 직관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눈으로 보이는 실체들이 영화의 주축이 되기 때문에 관객은 한 번에 상황을 이해한다. 이 사실은 81분이라는 압축된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주요 소재가 적고 직관적일수록 관객이 스토리의 전개 속도를 따라가기 쉽다. 스토리를 빠르게 진행해도 어려움 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영화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앞서 말한 두 인물과 두 사물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풀어보겠다. 어린 시절부터 다이빙을 즐기던 주인공 자매. 언니는 결혼 이후 물과 뜸해지지만, 동생은 물속에 머무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만큼 여전히 물과 가까이 지낸다. 둘은 간만에 추억이 깃든 장소로 가서 겨울 다이빙을 즐긴다. 아니, 즐기려고 했다. 커다란 바위 아래에 동생 투바가 깔리지만 않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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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냉정해 보이던 언니 이다는 이때부터 패닉 상태에 빠진다. 투바의 말은 듣지도 않고 무작정 바위를 들려고 기를 쓴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다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어릴 때 투바와 다이빙을 하다가 엄마에게 크게 혼난 기억. 거의 죽을 뻔한 투바를 감싸 안으며 이다를 탓하던 엄마. 이다도 똑같이 어린애인데 '네 책임'이라는 말이 가당키는 할까. 세상의 첫째들은 어릴 때부터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이고 다니는가. '동생은 네가 챙겼어야지', 어린애에게 조금 더 어린애를 당연하게 맡기는 보호자 아래서.

 

당황한 이다를 진정시켜준 건 투바였다. 물 밖에서 장난기 넘쳐 보이던 모습과 달리 침착한 어조로 이다에게 할 일을 읊어준다. 나가서 구조 신고하고, 산소통 가져오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 밖으로 나선 이다는 절망을 마주한다. 바위 아래에 깔린 그들의 짐. 손을 뻗어도 산소통을 끄집어낼 수 없었다.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다가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다 산소통을 놓치고, 투바의 지시를 따르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자기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그러다 위협을 당하고, 애타게 찾던 물건이 없음을 깨닫고. 수심 33m에 갇힌 동생을 살리겠다는 의무감 하나로 여러 번 물속과 물 밖을 오간 이다. 몸이 멀쩡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 어떻게서든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한창 애쓸 때 기묘한 수가 떠오르면 좋으련만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한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이다의 머리를 스친다. 어쩌면 트라우마에 대한 강박 때문에 이다의 시야가 너무 좁아졌었는지도 모른다. 몸을 늘어뜨리고서야 달라졌다. 투바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방향으로. 희망과 자신감이 이다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빠르고 정확하게 투바에게 내려가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완성한다. 그렇게 투바를 구했다.

 

커다란 고비 뒤엔 또 다른 고비가 있었다. 이다는 바로 물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잠수병에 걸려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호흡할 때 산소뿐 아니라 질소, 이산화탄소 등 다른 기체들도 들이마신다. 산소는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진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다른 기체들은 몸 밖으로 배출된다. 배출되는 기체 중 약 80%를 질소 기체가 차지한다. 문제는 수심이 깊은 곳은 수압이 높고, 수압이 높은 곳에서는 기체의 용해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몸속으로 들어간 질소 기체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오히려 혈액 안에서 녹는다. 이 상황에서 빠르게 수면 위를 향하면 갑자기 수압이 낮아지면서 기체의 용해도 또한 낮아지고, 혈액 속에서 녹은 질소 기체에 기포가 생기며 몸에 이상 증상을 만든다. 이게 잠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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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대로 이다는 몇 번이나 수면 위와 아래를 오갔고, 이미 구토나 피 같은 이상 증상을 겪은 터라 아주 천천히 쉬면서 올라가야 했다. 얼마나 답답할까. 빨리 나가서 쉬고 싶은데 급한 마음을 달래며 물속에 있어야 한다니.

 

투바를 위해 갖은 고생을 하던 이다는 결국 수면 위에서 기절했다. -기절인지 죽음인지 확실치 않지만, 기절이라고 생각한다.- 비행기가 드디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온다. 살았다.

 

영화는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만한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우선 이다가 생존 여부가 사건을 만들 출발점이겠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생존해야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투바 혼자, 혹은 투바가 누군가를 만나며 극을 이끌 수도 있다. 투바가 물속에서 하던 일을 이번 계기로 관둔다면 또 다른 일들이 펼쳐지겠지.

 

이다에게 맏이의 의무를 강압적으로 부여하던 엄마는 다 큰 성인 둘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이다를 탓하려 들까? 선의를 베풀다가 타이어 잭을 잊은 것도, 위험한 바위 아래에 짐을 두자고 한 것도 투바. 고의 없는 행동이 만든 결과만 따지고 보면 원인은 투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알고도 '동생을 챙기지 않은, 할 일을 해내지 못한 언니' 취급을 할지 궁금하다.

 

아니면 산전수전 다 겪고 서로를 지킨 자매를 따스하게 안아주려나. 그 포옹으로 이다의 상처가 치유될지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 남은 생채기는 특히 낫기 어렵다. 제 딴에는 열심히 애쓴 것을 모조리 무시하고 힐난의 말을 들은 경우엔 더더욱.

 

영화 [딥워터]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며 인물의 관계성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단순한 소재 4가지로 이런 액션•스릴러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누가 알았을까. 무더운 공기를 싹 날려 준 이 영화의 시원함이 다시금 그리워진다.

 

 


 

 

딥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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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요아힘 헤덴

 

주연

모아 감멜, 매들린 마틴

 

장르

극한 탈출 액션

 

러닝 타임

81분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7월 2일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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