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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실수하고 부딪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레퍼런스


 

 

우리는 조금 더 분위기 파악을 못 할 필요가 있다. 눈치 보지 않을 필요가 있다. 모치즈키 기자처럼. 당연히 해야 할 나의 일을 잘해나가기 위해서.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변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세상이니까. - 임현주(MBC아나운서)

 

 

뉴욕타임즈와 가디언즈로 부터 '일본 언론 자유의 상징', '아베 정권의 골칫덩어리'라는 수식을 받은 여성 기자. 배우 심은경이 일본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영화 <신문기자>의 모델 모치즈키 이소코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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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동아시아, 2020)

 

 

권력이 감춘 한 줌의 진실의 좇으며, 단독특종 같은 달콤한 수식 보다 연대하는 저널리즘을 몸소 실천하는 기자. 실수하고 넘어지지만 곧 털고 일어나 불편한 질문을 거듭하는 모치즈키. '문서는 없고', '메모는 버렸고', '기억에 없다'는 총리 관저의 일관된 무시에도 손을 들고 목소리를 내는 모치즈키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일하는 여성은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의 책임 외에도 완벽하기를 '요구 당한다' 좋은 딸,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며느리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기자의 일까지 해내기엔 하루 24시간은 짧다.

 

두 아이의 엄마인 모치즈키는 기혼 여성들이 으레 고민하는 사안 앞에서 그만의 돌파구를 찾는다. 매일 있는 취재 대신, 한 주제를 파고드는 탐사보도로 우회하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룬다. 그의 타협은 여성에게만 부여된 과제의 산물이며, 결국 포기를 수반하므로 일견 착잡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모치즈키의 기록은 여성들에게 분명한 힘이 된다. 어떤 기로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이 드는 것은 그 문제가 간결하게 해결될 수 없음을 알기 떄문이다. 가족을 버리고,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다른 이에게 맡기라는 대답은 간단한 만큼 구체적인 맥락 속의 어떤 이를 도와줄 수 없다. 오히려 무력하게 만듦을 안다.

 

버무려진 고민과 주저함이 여과 없이 담긴 모치즈키의 기록은 가정과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금의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레퍼런스이자 그 자체의 용기가 될 것이다.

 

 

실체도 없는 두려움 때문에 눈앞에 있는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상대가 바라는 바다. 마에카와 씨와 시오리 씨는 사회적으로 고립될지도 모를 위험에 맞서 의혹을 고발하고 있다. 두 사람의 용기를 입 다물고 보고만 있어도 될까. 멀리서 응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긴 사이, 머릿속에 아베 총리와 스가 장관이 떠올랐다.

 

아베 총리는 정기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게는 질문할 기회가 있다. 기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묻는 것뿐이다. 뜨거운 생각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샘솟았다. (167~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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