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코로나 뉴노멀에 생각해보는 책과 글의 가치: 출판저널 517호

글 입력 2020.06.2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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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초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아직도 심각하게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지의 정부에서는 셧다운을 시행하거나 국경을 폐쇄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들을 시행하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직까지도 건재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만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2월에 신천지로 인해 확진자수의 급증을 목도한 뒤 전 국민이 노력한 끝에 골든크로스를 거쳐 한국은 확진자수 0명을 달성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금 매일같이 수도권에서 확진자수가 수십명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 중에 이번에 뼈저리게 와닿았던 것이 바로 도서관을 갈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그 책이 어떤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사버리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웠고, 서점에 가서 한 번 훑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굳이 유동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서점을 가기도 곤란했다. 동네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귀찮아도 멀리 있는 대학교 도서관을 매번 다녔다보니 인근 도서관의 회원증을 만들어두지 않은 상태라 책을 아예 빌릴 수가 없었다. 출입은 통제하더라도 책을 대출반납 하는 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게 회원증을 이미 가지고 있는 도서관 회원에 한해서 제공되는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코로나가 지속된다면, 사람들의 독서생활이 괜찮을까? 출판업계가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서 더욱 의문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오랜만에 만난 출판저널은 이런 의문에 대한 작은 해소가 되었다.

 

 


 

< 출판저널 517호 소개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독서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비대면 환경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문화가 확산되며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온라인강의로 전환되었고, 기업 현장에서는 재택근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서점은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온라인 매출이 늘어났으며, 공공도서관은 임시휴관 연장에 따른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도서대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출판저널> 통권 517호는 발행인칼럼 "코로나 시대, 당신의 독서생활은 안녕하십니까?"부터 이은호 이학박사의 전자종이(EDP) 단말기 혁신, 북큐레이터 김민주의 코로나 시대의 필수품인 마스크의 사회인류학 이야기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출판산업의 변화 및 관련 도서들을 소개한다.


한편 <출판저널>을 발행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주)는 2018년 책문화 신진연구자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하여 '책문화학술상' 제도를 도입했다. 책문화학술상 수상자에게는 300만원의 저작상금과 학술서로 출판한다. 제1회 책문화학술 수상작으로 선정된 장준호 씨의 박사논문이 《유성룡의 『징비록』연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번호 특집좌담에서는 장준호 박사와, 부길만 출판역사연구 회장을 모시고 책문화 학술 연구의 의미, 유성룡의 《징비록》 저술의 가치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출판역사 연구의 시사점, 건강한 책문화생태계를 모색하는 신진 연구자들의 발굴과 동기부여, 출판역사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출판저널> 통권 517호에서는 출판, 서점, 도서관의 책문화와 관련하여 현장 전문가들의 깊이 있고 진솔한 칼럼을 담았다. 아울러 <출판저널>은 생생한 책문화 현장을 담아 유튜브 공식채널 '정윤희TV'에 특집좌담, 인터뷰, 북큐레이션, 북오디오 등 다양한 영상 제공 및 오픈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발행인 칼럼은 제목부터 내 생각을 미리 읽은 것만 같았다. "코로나 시대, 당신의 독서생활은 안녕하십니까?"라는 타이틀이 정확히 내가 가졌던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언택트가 됨에 따라 사람들은 모두 서로 간에 거리를 두고, 접촉을 피하면서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프라인으로 하던 것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밖에서 하던 것들을 집에서 하게 되면서 혼자 그리고 실내에서 하는 것들에 우리는 집중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독서일 것이다. 물론 독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 중에, 즉각적인 재미를 바로바로 주는 행위는 아닐 수도 있다. 모바일 게임을 한다거나 유튜브를 보는 게 재미를 느끼기엔 오히려 더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결국 고독을 온전히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고독을 더욱 평온하게 향유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즉 독서생활은 이 코로나 시대에 고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인 동시에 인간성의 성숙을 도모할 수 있는 아주 깊은 성찰의 계기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보는 종이책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책과의 만남을 통해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지기를, 정부는 바랐던 것 같다. 이번 출판저널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출판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의 일환으로 지난 4월에 한 달 간 전 국민 누구나 1인당 2권까지 무료로 전자책(e-book)을 대여하는 사업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아주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이 시기에 처음으로 전자책으로 필요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책 단말기가 아니라 일반 액정으로 책을 보다보니 눈이 금방 피로해지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전자책이 편리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 한 번도 구매할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전자책 단말기를 사볼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을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랴.


*

 

전자책을 통해서 출판업계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면 그 역시 아주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전자책의 편리함을 재발견하는 것과는 별개로, 코로나 시대는 그간 아무 생각없이 드나들던 도서관이나 서점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도서관과 서점은 우리의 삶과 책을 연결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리고, 서점에서는 책을 산다는 차이는 있지만 책을 만나는 곳이라는 기본적인 목적은 같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도서관과 서점은, 책을 빌리고 사는 공간이라는 차원에서 끝나는가?

 

이번 출판저널 517호는 이에 대해 우리가 다시금 생각해보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먼저 해외통신에서는 네덜란드의 로칼 도서관을 소개하며, 도서관이 그저 책을 빌리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일상과 문화적 삶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거 기관차 창고였던 곳을 개조하여 도서관으로 만든 로칼 도서관은 그야말로 혁신의 집약체다.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이용객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방문한다.

 

그리고 로칼 도서관은 다양한 연구실을 마련해두어 세미나 및 회의 장소로 활용하기도 하고, 게임이나 요리와 같은 이벤트를 경험해보기도 하고, 미래 도시와 환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거기다 도시의 거실(Urban living)이라는 자신들의 모토에 맞게, 테마파크와 카페까지 구비하여 단순히 책 빌리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도서관 이야기 코너에서 울산동부도서관의 이기명 사서가 말하듯이 도서관은 이용자를 향한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서 대여공간 이상의 거대한 지식문화공간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서점은 또 어떤가. 서점이라고 하면 물론 손쉽게 대형서점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대형서점도 이제는 내부에 머물며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까지 하며 단순히 책을 사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서점의 매력은 이런 대형서점보다도 동네서점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출판저널 517호의 연중특별기획2에서 서점의 미래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본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동네서점 "책이는당나귀"가 바로 그 적절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는당나귀의 주인이자 부부인 골방작가와 쫄보사서는 대담 형식으로 자신들의 서점을 소개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고산지대에 인구가 적어 도서관을 만들기 힘든 마을들을 위해서, 당나귀에 책을 싣고 마을을 찾아다니는 이동도서관에서 서점의 이름을 착안했다는 그들은 문화적 혜택이 빈약한 동네에 문화의 발신지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실제로 여러가지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책이당 회원카드를 운영하고 책 소개글을 손글씨로 써서 붙이는 등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담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사는 공간을 넘어서, 책과 사람을 이어주고 디지털 시대에 찾기 어려운 옛 감성에 젖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코로나로 인해 독서의 소중함과 동시에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의 가치까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에 이번 출판저널 517호의 내용은 아주 풍성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출판저널은 이 코로나 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인 마스크에 대해서도 집중조명하는 대목을 가졌다. 꽃가루, 자동차 매연, 황사, 미세먼지에 시달려 마스크를 자주 착용하는 동양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것을 오히려 금기시 하여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마스크 무용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그 안일한 대처로 팬데믹 상황까지 벌어지자 그제서야 서양 국가들은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고대 그리스 시대에 연기를 사용한 화학전을 벌일 때부터 일종의 보호용 마스크가 존재했다고 한다. 현대와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마스크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광산 노동자들을 위해서, 역병을 다루는 의사들을 위해서도 오랜 옛날부터 마스크가 있었다고 하니 인류는 그 옛날부터 끝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듯하다. 특히 19세기 말에 과학자들이 박테리아의 존재를 확연히 알게 되면서 1897년에 수술용 마스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괄목할 만한 기록이다. 그러나 현재에 있어 가장 큰 변곡점이 되는 지점은 1910년 만주에서 페스트가 창궐하자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의사인 우롄더(Wu Lien-Teh)가 만든 최초의 필터 마스크다. 현재의 필터마스크와 다소 상이한 점은 있겠지만 이것이 현재 필터 마스크의 전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기술이 발달되면서 이제는 마스크에 필터도 달리고, 미니 선풍기도 달리고, 패션 용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마스크는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본의 아니게도 이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인류의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마스크 하나에 녹아 있는 사회인류학은 이토록 오래된 역사와 다양한 컨텍스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와는 너무도 달라진 사회상이 되어버렸으니, 앞으로는 코로나 같은 감염병 그리고 마스크를 소재로 한 다양한 출판물들이 쏟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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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오랫동안 인류의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글은 말보다도 정제되어 나오는 언어이기에, 글은 다양한 언어적 표현수단 중에서 가장 진솔하고 정갈하다.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언어적 기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가 단절되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가며 인간성이 풍요로워지기보다 메말라져가는 이 시기에, 코로나 뉴노멀로 이제는 과거와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류에게, 글은 이전보다도 더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언택트의 중요성이 부각되어가는 이 시점에, 출판업계는 비단 종이책의 출판뿐만이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의 출판에까지 범위를 넓히며 사업성을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이전처럼 종이책만으로는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같은 새로운 형태의 출판물들을 접한 이용자들이 점차 편의성을 좇아 시장에 변화를 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은 여전히 도서관, 서점 등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모든 공간에서 그 존재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글.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깊이 있으며 깨끗한 언어적 표현수단. 그러한 글이 갖는 잠재력, 다양한 출판의 가능성 그리고 갓 출판된 신선한 책들의 향연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출판저널 517호였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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