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영화 보러 갈래?] #8. Save Our Cinema

기억하고 나누며 독립예술영화관과 손 맞잡기
글 입력 2020.06.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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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영화 보러 갈래?

내일 당신의 영화 선택지가 더 다양해지길 바랍니다.

 

#8. Save Our Cinema

코로나19로부터 전국 독립예술영화관을 지켜요


 

독립예술영화관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상영 수입이 최저치를 찍은 것은 물론이고, 현재의 고용을 유지하기에도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2차 대유행이 예고되고 있는 요즘, 이 위기가 얼마나 더 오래 갈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이 불안 속에서도 찾아오는 관객들을 위해, 스크린에 걸릴 영화를 위해, 독립예술영화관 직원들은 매일 방역에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극장을 위해 관객은 무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발화와 행동이다. 영화계 스타들의 SNS에 #SaveOurCinema라는 해시태그가 줄을 잇고 있다. 관객으로서, 또 영화인으로서 극장을 찾았던 개개인이 영화관을 구하자고 외친다. 독립예술영화관을 잊지 말자고, 찾아가자고, 애호하자고 말한다. 이 캠페인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위기에 처한 독립예술영화관을 후원하는 ‘독립예술영화관 후원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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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페인에서는 간단한 챌린지 두 가지를 제안한다. ‘나의 독립예술영화관 챌린지’, 그리고 ‘인생 독립예술영화 챌린지’. ‘나의 독립예술영화관 챌린지’는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한 본인의 추억을 이미지들과 함께 게시하고 다른 사람을 태그해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챌린지다.

 

‘인생 독립예술영화 챌린지’는 게시자의 인생 독립예술영화를 세 편을 골라 마찬가지로 이미지와 함께 게시하고 다른 사람을 태그하는 챌린지다. 별로 어렵지 않다. 작은 참여로 극장을 응원할 수 있다. 기억하고 나누며 영화관과 손을 맞잡아보자.

 

 

 

#나의_독립예술영화관


 

내 지갑에는 언제 발급받았는지도 모르겠는 인디스페이스 쿠폰이 네 장이나 들어있다. 제멋대로 찍힌 도장과 낡은 가장자리가 인상적이다. 극장에서 본 티켓들을 주르륵 나열해보면 나도 모르게 선호해온 자리를 알게 된다. 나는 F열을 좋아하나보다. 곧 죽어도 중앙이구나. 같은 영화의 다른 티켓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시 봐도 좋은 영화, 다시 보면 또 다른 느낌의 영화. 종이 몇 장으로 극장에서의 추억에 빠져든다.

 

독립예술영화관을 알게 된지는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는 독립예술영화관이 없었기에 상경해서야 독립예술영화관이라는 영화관이 따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양한 영화, 새로운 영화들을 상영하는 낯선 영화관. 내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 알지 못했던 세계로의 횡단이었다. 이 놀라운 매개체를 스물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는 게 조금 억울할 정도였다. 존재만으로도 벅찬 보물 상자를 매일 정해진 시간대마다 열어보듯, 나는 영화관을 자주 들락거렸다.

 

영화를 사랑하고 나서부터 극장을 사랑하게 되었던 건가. 극장을 사랑하고 나서부터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나. 그 순서가 헷갈릴 만큼 극장과 영화는 내게 스며들 듯 소중해졌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매번 새로운 경험이 눈과 귀로 배어들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형용할 수 없는 경험들이 있다. 여러 명이서 함께 같은 장면을 목도하는, 공유의 경험. 영화 속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리는 충돌의 경험. 그 충돌 안에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찾아가는 소통의 경험. 이 모든 것에서 위로를 돌려받는 경험.

 

극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뽑자면, 아무래도 크레딧이 올라갈 때다. 여전히 어두운 극장에서 크레딧이 올라가고, 관객인 우리는 끝까지 그 크레딧을 지켜본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영화의 마지막에 깔리는 음악을 곱씹고, 두 시간 남짓의 여운을 즐긴다. 크레딧이 전부 올라가고 불이 탁 켜지는 순간도 참 좋다. 새로운 세계의 호불호에 상관없이 나는 다시 현실로 복귀한다. 기분 좋은 아쉬움이 감도는 순간이다.

 

 


#인생_독립예술영화


 

그 모든 경험과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렇기에, 영화 몇 편을 뽑아들고 ‘인생 영화’라는 이름을 붙여 호명하기가 참 곤란하다. 좋은 영화가 무수히 있었다. (그 무수한 좋음을 기록하기 위해 ‘내일 영화 보러 갈래?’를 시작했었다.) 고민하다가, 내 인생일뿐만 아니라 2019년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물결을 만든 두 작품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겠다. 맞다. <벌새>와 <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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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벌새>

 

 

이제 <벌새>가 몇 관왕인지 카운트하지 않는다.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수상이 훌륭한 영화의 조건은 아니지만) 그만큼 이 영화의 등장은 특별했다. 영화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를 마주한 14살 은희의 삶을 다룬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그 삶이 보편서사로 가닿으며 많은 관객들을 위로했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여성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발견하고 연대할 수 있는 영화였다. <벌새>는 ‘벌새단’이라는 이름의 다회차 관객을 이끌며 14만 명이라는 관객 수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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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기>

 

 

<메기>도 <벌새>와 마찬가지로 ‘메기떼’라는 다회차 관객을 이끈, 무척이나 매력적인 영화다. ‘마리아 사랑병원’이라는 독특한 배경 위, 엑스레이 한 장으로 의심이 시작된다. 영화 <메기>는 이 ‘의심’이라는 키워드가 가져오는 고민과 반성을 현 사회의 문제점들과 잘 포개놓았다. 고전적인 복장과 시스템, 이해할 수 없는 병원 풍경, 범상하지 않은 인물들, 알 수 없는 현상. 이옥섭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한국영화 산업에 새로운 흐름을 만든, 또 관객 개개인의 마음속에 위로와 생각을 들이부어준 소중한 영화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편 모두 여성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여성 감독 여성 주연 영화의 영화계 장악을 예고라도 하는 것 같다. 아직 보지 못했다면, 늦지 않게 챙겨보길 바란다. 새로운 흐름의 시작점을 놓치면 안 되니까.

 

 

 

#Save_Our_Cinema


 

티켓을 모아 끼워두는 티켓북만으로도 올해 상반기를 읽을 수 있다. 3월에는 새로운 티켓북을 장만하리라 생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역 영화관 두 곳이 3개월 간 잠정 휴관을 했다. 다행히 얼마 전에 다시 문을 열었다. 회차는 물론 상영 인원도 축소된 채였지만. 다시 줄지 않는 확진자 수에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이대로 가다가 작은 극장들이 사라질까봐 걱정이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독립예술영화를 전하던, 새로운 세계를 내게 안겨주던 극장들. 나는 그극장들을 잃고 싶지 않아 이 글을 썼다. 잔잔한 숨소리와 반짝이는 눈동자가 가득한 영화관, 공간 안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절로 생기는 묘한 연대감. 그 연대감 아래 울고 웃던 시간들. 그 시간들을 품어준 장소가 계속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언제나 우리를 반겨주기를, 작은 소망을 담아 적어 내려간 긴 응원의 글이다.

 

독립예술영화관들을 응원합니다. #SaveOurCinema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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