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협하지 않음을 철없음이라 하는 그대들에게, 영화 '야구소녀'

글 입력 2020.06.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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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타협하지 않음을 철없음이라 하는 그대들에게

야구소녀


"앞으로가 더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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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

감독 최윤태

출연 이주영, 이준혁

개봉 2020. 06. 18.

 

 

 

우리 모두 타협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야구소녀>는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여자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본 영화를 보기 전까지 놀랍게도 프로 리그에 여자 선수가 없다는 사실을 캐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단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 없다를 떠나, 아예 존재 자체에 대한 생각조차 못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 첫 오프닝 자막도 그렇다. 1996년도 전까지 프로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한 조건에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러니 2000년생 주수인 학생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그 여학생이 걷는 길은 최초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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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의 이야기는 굉장히 단순하며, 기존의 스포츠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다. 꿈을 꾸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 또는 실력의 한계를 마주한 주인공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 어쩌면 결말이 정해져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공감했던 것은 바로 '꿈'이다. 본 영화는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기보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로 야구 선수를 꿈꾸는 수인과 프로 야구 선수를 꿈꿨던 코치 진태, 공인중개사를 꿈꾸는 수인의 아빠 귀남, 가수 지망생 수인의 친구 방글, 꿈꾸던 프로 야구 선수가 된 수인의 친구 정호,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꿈이 있었던 수인의 엄마 해숙까지. 알고 보면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꿈이 있었다.

 

그리고 성장하고, 어른이 되며 자신의 꿈을 타협하게 된다. 그 나이가 되면 꿈꾸는 것은 참으로 철없는 이상주의자의 모습처럼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실제로 본인의 앞가림조차 하지 못하며 꿈을 꾸는 것은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걸 다른 이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협할 용기, 포기할 용기는 주수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해보고 생각하겠다고.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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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타협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 순간에는 어느 누구의 말도 들려오지 않는다. 어쩌면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아야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 장점은 골 회전력이 높아서 타자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거예요.

 

앞서 꿈에 대한 타협에 대해 말했다면, 자기 자신의 장점을 찾는 일도 필요하다. 흔히 잘하는 투수의 기준은 구속, 공을 던지는 속도라고 한다. 빠른 공은 타자가 쉽게 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수인은 구속 130, 여자 선수 중에서는 최고에 속한다. 수인은 여자 선수 중에서가 아니라 야구 선수 중에서 잘하는 투수가 되고 싶었다. 여기서 본 영화는 자기 자신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느려도 이길 수 있다는 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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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장점, 그 기준이 같을 필요는 없다. 투수의 두드러지는 강점이 구속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타자가 공을 치지 못하게 함에 있다. 그렇다면 구속은 절대적인 장점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방법으로 타자가 공을 못 치게 만든다면, 그건 투수의 제일 큰 장점이 된다. 영화에서 수인은 그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를 당당히 말한다.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봐주지 않던 사람들에게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나의 장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말하는 장점의 기준을 벗어난 나의 장점이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나의 꿈과 함께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좋은 이야기의 기준은 다양하다. 관객들이 많이 찾을 이야기,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는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이 삼박자를 맞출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작가, 그런 작가가 된다면 좋겠다.

 

아직 사실 그런 재능,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치, 센스 같은 것들, 그것들을 나 스스로 찾진 못한 것 같지만 내 재능이라면 그래도 계속하는 것에 있을 것 같다. 그저 계속하는 것, 끝을 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언젠가 나도 주수인처럼 내 이야기의 장점, 내가 작가로서의 장점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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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약하다.


 

 

*

이 파트에는 아주 큰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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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그널>이라는 드라마에서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모든 사람들이 웃는 영화관에서 홀로 우는 장면이 있다. 나는 그 경험을 연극 <경남 창녕군 칠곡면>을 보면서 한 적이 있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했다. 사람들이 웃던 포인트에서 나는 많이 울었다. 수인은 끝내 프로 야구단의 2군 선수로 선발되어 계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단장은 수인의 엄마를 불러 계약을 하고자 한다.

 

수인의 엄마는 수인이 헛된 꿈을 꾼다며 프로 야구 선수가 되는 걸 멈추고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일하라며 수인을 다그쳐왔다. 그리고 단장이 계약금 6천만 원을 말하자, 수인의 엄마는 머뭇거리며 지금은 그렇게 큰돈이 없지만 조금의 말미를 주시면 꼭 구해보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금의 의미는 보통 프로야구선수단이 선수에게 지급하는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봉인데, 수인의 엄마는 그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관객석에 웃음이 나왔다. 근데 나는 눈물이 났다.

 

러닝타임 내내 수인의 엄마 해숙은 수인에게 참 모질다. 프로가 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며 야구를 그만두라고 한다. 19살, 딸에게 하기엔 너무도 무서운 현실 직시다. 화가 잔뜩 난 수인은 해숙에게 하고 싶었던 것이 있냐고 묻지만 해숙은 그 말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 그랬던 해숙이 제 딸이 원하는 것이니 6천만 원을 구해보겠다고 떨면서 단장에게 말한다.

 

여기서 나는 해숙이 가진 계약에 대한 무지함이 아니라, 해숙의 그 떨리던 손에서 눈물이 났다. 경제적으로 수인의 집은 넉넉하지 않다. 그래서 수인도 엄마의 말에 흔들렸을 것이고, 엄마도 수인에게 현실을 보라고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숙이 계약금 6천만 원을 받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긴장이 탁 풀린 듯 눈물을 흘리는 건 그 돈의 가치를 떠나 혹시나 자신의 현실 때문에 수인의 꿈이 이뤄지지 못할까 졸였던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계약금 이야기가 끝나자, 단장은 이야기한다. 앞으로가 더 힘들 거라고. 앞서 말했듯이 수인은 고등학교 야구 선수 중에 유일한 여자 선수였고, 프로 선수단에 들어간 유일한 여자 선수가 됐다. 수인은 앞으로 더 힘들 것이다. 늘 새로운 길을 만드는 건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현실의 주수인들에게 모두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주수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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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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