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화가, 타데우시 마코프스키가 그린 소상공인 <제화공>

화가가 바라본 일하는 노동자
글 입력 2020.06.1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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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1920년 경

 

 

폴란드 태생의 타데우시 마코프스키(Tadeusz Makowski, 1882~1932)는 대학에서 고전 철학을 공부하다가 동시에 크라쿠프 미술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배웠다. 이후 그는 파리로 이주해 활동했는데 당시 화조였던 입체파의 영향은 물론 기하학적 구성과 표현주의 화법이 혼합된 독특한 화풍을 구축했다. 그의 그림은 서민과 어린 아이의 모습을 잘 담곤 했다. 그래서인지 서정적이고 따뜻하며 정겨운 느낌이 베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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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화공(shoe maker), 1930년, 101x81cm

 

 
그의 작업 <제화공>은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폴란드, 천년의 예술 Polish Art: An Enduring Spirit》( 2015.6.15~8.30)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작은 골방에 앉아 정성스럽게 나막신을 깎는 수제화 장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벽에는 신을 깍을 때 쓰는 도구로 보이는 것들이 열을 지어 걸려있고, 작게 난 창문은 밝은 하늘색과 흰 구름이 언뜻 보인다. 장인의 머리와 수염은 구름처럼 하얗고 얼굴은 그가 만든 신발이 된 것만 같은 형태로 보인다. 입을 오 벌리고 거북목이 되어서 진지하게 작업하는 신발 장인의 모습은 유머러스하고 귀엽게 표현되었지만, 노동하는 사람에 대한 경건함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보는이의 가슴을 울린다. 이 그림은 폴란드 수도에 있는 바르샤바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직접 촬영한 이미지로 위 사진보다 원본 색감에 가깝다. 유화를 두껍게 칠해서 거친 표면감이 형성돼 시각적으로 개성있게 보여진다. 인물을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의 묘사는 세심히 한 것도 보인다. 창문과 테이블의 원근감으로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화면 구성에 깊이감을 심었고, 벽에 걸린 신발모형의 크기와 색을 다르게 함으로써 마치 음표가 움직이는 것 같은 율동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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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째 접어드는 코로나19 여파로 생계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과 자영업, 프리랜서의 걱정과 한탄이 들려온다. 지난 달 강북구에서는 묵묵히 자기 일을 했을 뿐인 경비원 한 분은 당연해야할 직업적 존중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한 가해 입주민의 협박과 폭력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화공>이 그려진 캔퍼스 중앙은 검은 눈 하나가 묘사된 자리다. 노인 제화공의 눈동자인데, 화가는 왜 그림의 정중앙에 사람의 외눈 하나만을 툭 그려놓았을까? 짐작하건대 시선이 가장 먼저 그리고 반복해 머무는 곳, 신발을 보는 제화공의 눈이자, 관람자인 우리 자신을 향해 꽂힌 그림의 눈이지 않을까? 그 눈을 대면하는 마음이 어딘지 저미는 오늘이다.
 

[오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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