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대한 미국의 색깔은? - 블랙클랜스맨 [영화]

글 입력 2020.06.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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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LivesMatter


 

미국은 다양한 인종 화합의 장처럼 취급되지만, 여전히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위계가 있고 차별이 존재한다.

 

지난 25일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에 의해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국이 들끓고 있다.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블랙클랜스맨 BlacKkKlan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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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형사를 찾아보기 어렵던 1970년대, 론 스톨워스(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콜로라도 스프링스 최초의 흑인 경찰이 된다. 기록실에서 '두꺼비 경관'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근무하던 그는 잠입수사팀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의 임무는 급진적인 흑인 연설가 콰메 투레의 연설 현장 상황을 살피는 일이다. 콰메는 그들에게 혁명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론은 임무를 진행하며 콜로라도 대학 흑인 학생회의 회장인 패트리스(로라 해리어)와 가까워진다.

 

의욕적인 신입 형사 론은 신문을 보다 '큐 클럭스 클랜 Ku Klux Klan'(이하 KKK) 의 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KKK단과 접촉한다. 전화는 론이, 직접 대면할 때는 하얀 피부의 유대인 형사 플립 짐머맨(애덤 드라이버)이 나선다. 그렇게 흑인 한 명과 유대인 한 명이 한 사람의 론 스톨워스가 되어 KKK단의 회원 승인을 받는다. KKK단에 잠입해 정보를 캐던 론과 플립은 그들의 공격계획을 알게 된다.

 

 

 

피 위에 세운 나라


 

 

"미국은 원주민들에 대한 민족학살과

노예제도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게 바로 미국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듯 하얀 피부를 가진 인간들은 아메리카 대륙이 주인이 아니었다. 미국 원주민이 존재했고, 그 땅을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들의 손으로 일궈냈다. 백인들은 그들의 자본과 무기와 폭력성으로 이들을 제압했을 뿐이다.

 

KKK단은 순혈 아리아인 백인들이 가장 우월하고 미국에서 살아갈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인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백인의 손으로 일구어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백인들이 가진 권력은 잘못된 믿음을 현실로 포장하고 세뇌시킨다.

 

KKK단이 D.W 그리피스의 영화 <국가의 탄생>(1915)을 보는 장면은 그 영화의 영향으로 희생된 흑인의 이야기와 교차하여 나온다. 백인들의 만들어진 혐오는 흑인들을 실제로 공격하고, 목숨을 빼앗는다.

 

백인들을 정의의 사도로, 흑인들을 악당으로 그려낸 이 영화에서 시작한 수많은 미국 신화가 지금도 재생산되고 있다. 작품 속 1970년대 사람들이 60년 전의 영화에 환호하는 모습은 어리석지만 무섭다.

 

그들이 원하는 '위대한 미국'은 1910년대의 영화에서 진보하지 않는다. 백인들은 어떤 인종보다 혐오를 기반으로 그 권력을 공고히 다졌다. 타인종에 대한 혐오 없이는 우월함을 증명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위대한 미국'을 주창할수록 순결한 순백색은 검붉게 물들고 만다.

 

 

 

All Power to All th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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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이며 권위적인 펠릭스는 론 행세를 하는 플립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KKK단 단원이다. 론(=플립)을 유대인이라고 의심하는 펠릭스는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플립은 그로 인해 자신이 유대인과 유색인종을 얼마나 혐오하는지를 격렬하게 주장해야 했다.

 

하얀 피부 덕분에 여느 백인 소년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자란 플립은 유대인이지만 직접적인 차별을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았다. 하지만 KKK단의 생생한 혐오와 마주하고 유대인의 의식과 유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흑인 다음으로 혐오의 대상은 유대인이다. 유대인이 예수를 죽였고, 많은 자본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광범위한 혐오를 주도하는 KKK단의 전국 국장인 데이비드 듀크는 정치에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론과 경사가 주고받는 대화 중 이런 부분이 나온다. '데이비드 듀크 같은 자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흑인 출신 대통령이야말로 순진한 생각'이라고 맞받아친다. 다분히 트럼프와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한 대사다.

 

현재 미국 사회에 대한 감독의 비아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1970년대가 배경인 작품 속의 인종 갈등은 현재까지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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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종결된 후 패트리스와 론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총을 겨누며 현관으로 향한다. 현관의 창 밖으로 보이는 KKK단의 십자가 화형식은 현재의 혐오로 곧바로 이어진다. 극 후반에 10분가량 나오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실제 화면은 2017년의 버지니아 샬럿 빌 사건을 담고 있다.

 

극우파가 혐오 반대 시위를 공격한 사건에서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으며 착한 사람도 있다고 말하는 트럼프의 모습이 현재의 미국을 대변한다. 뒤이어 그를 지지하는 실제 데이비드 듀크의 영상은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혐오 반대 시위를 습격하는 차량의 영상은 영화보다 극적이고 충격적이다. 영화는 성조기가 거꾸로 매달린 채 흑백으로 변하며 마무리된다. 그 화면은 마치 이렇게 묻는 듯하다.

 

"지금 미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건가?

지금 미국은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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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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