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서기록장을 찾아서 [도서]

글 입력 2020.06.09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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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독서기록을 SNS에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트위터에도 올려 보고, 인스타에도 올려 보고,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려보고,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도 올려 보고 블로그에도 올려보고 전부 올려봤지만 어딘가 허전했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1. 트위터 - 트위터는 익명의 사람들끼리 떠드는 데에 기능이 집중되어 있어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팔로워끼리의 경쟁심이 은근히 생겨서 그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됐다.

 

2. 인스타그램 - 인스타그램은 일방적인 소통에 더 가까운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스타는 정제된 이미지에 기능이 집중되어있는데 나는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걸 힘들어했다.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때면 어딘가 답답했다.

 

3. 인스타 스토리 -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게 조금 부끄러워 보여주면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식인 것 같아 선택했으나 하루 지나면 사라져 어딘가 허무했다. 쌓아가는 맛이 없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도 모아 보기 힘들었다.

 

4. 인터넷 서점 사이트 - 본격적인 독서기록을 쓰기 위해 선택했다. 그러나 독립책방에서 책을 사는 편인데 그 책의 후기를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올린다는 느낌이 이상해서 싫었다.

 

5. 블로그 -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의미깊은 구절 : 내 생각 = 1 : 1인데, 블로그에서는 왠지 25 : 75가 되어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다.

 

6. 독서기록앱 '북적북적' - 읽은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록해두거나 평가는 해둘 수 있지만 자세한 노트는 불가능하다.

 

7. 모바일 독서기록장 - 의미깊은 구절을 쓰고 아래에 내 생각을 쓸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한 가지 기능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물론 관련 메모를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그 구절이 내 손에 들어오는 느낌은 적었다.

 

8. 독서기록앱 '리더스' - 가장 내가 하고 싶었던 것에 부합했다. 의미깊은 구절에 그대로 내 생각을 메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되어있고 아래에 댓글로 다른 사람의 의견 또한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로 읽는 분야의 책도 분석해주고 책장 분류도 해준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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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했던 것은 이렇다.

 

[SNS 같은 소통 + 책 종류 정리 +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정리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쓰기]

 

한동안은 앱 리더스를 나름 만족하며 썼다. 내가 원하던 모든 기능이 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날로그가 주는 손맛은 덜했다. 구절을 구절끼리 선으로 자유롭게 연결하고, 논리의 과정에서 오류가 있으면 그대로 긋고 하는 그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독서노트를 쓰는 방법을 마땅히 몰랐다.

 

 

(유튜브 채널 miryo의 독서노트)

 

 

그러던 중 한 유튜브 채널에서 아날로그로 독서노트를 쓰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부터 한 검정색 노트에 독서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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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 속 모든 내용이 내게 맞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위에서 나열한 모든 방법들을 거절한 깐깐한 독서기록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형식을 맞춰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결국 기록되는 것은 나이지, 다른 무엇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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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자유롭지 않은 형식 때문에 내가 불편해하나 싶어 아이패드에서 굿노트를 활용해서도 독서노트를 작성해보았지만 역시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직접 펜으로 기록하는 손맛이 더 중요했다.

 

엄마께서는 내가 어릴 때 잠에 들 때면 마음에 드는 포즈로 잘 때까지 계속 뒤척인다고 하셨다. 그리고 한 번 마음에 드는 포즈가 취해지면 잠에 들어 잘 깨지 않게 된다고 하셨다. 내가 내게 맞는 독서노트를 찾는 과정은 그것과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거의 한 달을 독서 기록에 대해 고민하면서 보낸 것 같다. 그러니까 1 : 1 독서 기록 말이다. ('내용 : 생각'이 1 : 1인)

 

다음에는 25 : 75 독서 기록에 대해 고민해보아야겠다. 도서소개와 자아팽창간의 긴장에 대한 정치학 말이다.

 

 

[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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