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가 건네준 용기의 미학 [TV/드라마]

글 입력 2020.06.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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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위기와 두려움의 상황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직면하게 된다. 그때 필요한 건 바로 그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일말의 의지와 용기다. 사전에서는 용기를 '인간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 중의 하나'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는 기준점이 없어 한마디로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 매우 추상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는 어린 시절 만화 채널을 돌리면서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어릴 적 커리지를 보았던 나의 기억을 되짚어보니, 그는 마냥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였이자 겁쟁이의 대표명사로서 "멍청한 녀석!"이라는 말만 듣고 사는 안쓰러운 강아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에 그 캐릭터를 다시 보니 어렸을 때와 달리, 커리지는 결코 멍청한 캐릭터가 아니며 '용기'라는 추상명사를 우리의 눈앞에 실현해준 교훈적인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삶의 교훈을 간접적으로나마 선사해준 커리지는 다시금 반가운 존재로서 우리 앞에 마주했다. 몇 년 전, 혹은 몇십 년 전 즐거움을 얻기 위해 그를 마주한 경험이 있다면, 이제는 용기의 미학을 전달해주는 매개자로서 추억 속의 커리지를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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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강아지 커리지는 카툰 네트워크에서 1999년에 처음 방영되어 2002년에 종영한 미국의 옴니버스형 애니메이션이다. 이는 캔자스 주 허허벌판에 있는 외딴 가옥에서 살아가는 노부부 뮤리엘 할머니와 유스테스 할아버지, 그리고 겁 많은 반려견 커리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괴한 일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착하고 충성스럽지만 겁이 많은 커리지. 커리지는 일상을 위협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부터 뮤리엘 할머니와 유스테스 할아버지를 지켜내려 애쓴다. 애니메이션 속의 커리지는 매번 "할무니!"를 외치며 두려움과 우려의 감정을 나타내는 겁쟁이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사실 그는 '커리지'라는 이름의 뜻에 걸맞게 가장 용기 있고 책임감 있는 강아지다.

 

그렇다면 커리지, 즉 용기란 무엇일까? 독일의 유명 철학자 괴테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의 감정과 상황을 이겨내는 것을 바로 용기라 말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내면의 두려움을 고조시키게 하는 대상을 마음속에 하나쯤은 지니고 있다. 이처럼, 동물인 커리지 역시 본인의 마음속 두려움을 폭발시킨 고어스러운 상황을 직면하고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는 것과 동시에 놀람을 쉽게 감추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용기를 실현해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아지의 모습은 헌신적이며 희생을 불사한다. 그것은 자신의 두려움보다도 주인을 위한 사랑이 더 컸기에 표출된 행동이지 않을까. 사실 우리는 급박한 상황들이 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을 하게 되는데, 그때 가장 어려운 건 최소한의 판단에 입각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 옳다고 생각한 판단을 실천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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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 사람들은 본인에게 주어질 이익을 고려해 상대방을 도우기도 하고, 오직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판단한 뒤 타인에 대한 도움을 저버리기도 한다. 그게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으로부터 도출된 자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각은 쉽지, 막상 쉽지 않은 문제를 맞닥뜨리고 해결해야 할 때 순전히 우러나온 희생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란 가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커리지는 눈이 튀어나오고 충혈될 정도의 긴박하고 그로테스크한 현상을 맞닥뜨리는 데 있어 본인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오직 주인을 구하기 위한 목표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 커리지의 모습을 보며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고사성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타인이 보기에는 더없이 여리고 약하게만 보여도, 그의 진가는 누구나 맞서기 힘든 불의의 상황으로부터 발휘되어 빛난다.

 

실제 커리지는 항상 겉모습으로만 평가돼 멍청이, 겁쟁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실은 대단히 강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굴복하지 않는 영웅적인 캐릭터다. 한 마디로 그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상상 이상의 가치를 함유한 존재다.


 

 

용기를 상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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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지의 겉 속성과 같이, 사람들의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사람, 혹은 약해 보이지만 실은 굳건한 내면을 가진 사람 등, 여러 사람의 속성이 이 세상에 공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이처럼 다양한 속성을 지닌 사람들에게도 커리지의 모습을 적용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함부로 그들의 자질을 평가하거나, "이 사람은 못할 거야. 적극성이 결여돼있어. 얘는 여기까지가 한계야."라는 말을 내뱉는 행동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임을 스스로 깨닫기 위해.

 

모든 사람의 자질은 그 자체로 무궁무진하며 어떠한 형태로, 언제쯤 나타날지에 대해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람의 외면, 스펙, 재력 등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려 하는 데에 만연해져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필수 덕목 중 하나인 '용기'를 잃게 하거나 작아지도록 만들어버린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사회의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개개인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현상은 있을 수 없으며 이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만을 가지면서, 암울한 현실의 벽을 체감하기도 한다.

 

현실의 벽에 따라 사람들은 그냥 각자의 힘과 능력대로, 사회가 요구하는 톱니바퀴에 일률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용기는 상실된 지 오래지만, 애써 자신감을 회복한 것처럼 꿋꿋이 험난한 세상에 엑셀을 밟아보는 것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고귀하고 가치 있는 세상의 일원으로서 태어났고, 앞으로도 그런 존재로서 험난하기에 그지없는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나는 누가 뭐라든지 간에 본연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발전시켜나가 자신이 원하는 삶의 행복을 누리는 게 진정한 용기이자 세상의 이치에 적합한 결과라 생각한다. 그 누구도 억압된 사회로부터 용기를 상실하지 않기를, 용기를 상실했다면 다시 용기를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커리지를 통해 용기의 미학을 조금이나마 느껴보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의 미학을 내포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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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커리지로부터 일말의 용기를 건네받았다. 다시 말해, 초자연적인 상황을 매번 의도치 않게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 모든 걸 헤쳐나간 커리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존재 안에 잠재돼있으면서도 훗날 반드시 표출될 것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건네받은 것이다.

 

글을 작성하는 나 또한, 그러한 희망과 가능성을 커리지로부터 전해 받았다. 또 한편으로는 에디터로서 오피니언을 작성하고 다시금 고찰해보는 과정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설정한 '용기의 교훈'을 어릴 적 가볍게 보고 넘긴 추억으로부터 선사 받은 것인지라 무언가 감흥이 새롭기도 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독자들 또한, 그러한 맥락의 감정들을 느꼈을 거라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커리지가 구현해낸 용기의 미학을 통해 우리 역시, 초자연적인 현상에 비견될 만큼의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당당히, 온전한 자기 자신의 삶을 담대하게 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기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한 겁쟁이, 아니 용감한 커리지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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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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