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예술적 얼굴책

글 입력 2020.06.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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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얼굴책
-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기 -
 

예술적 얼굴책(임상빈)_앞.jpg



 
심오한 얼굴을 손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활용하는 비법






<기획 노트>
 
 
2016년 봄, 딸이 태어났다. 말 그대로 얼굴이 빛났다. 그런데 그중에 제일은 단연 눈빛이었다. 그야말로 화살이나 총알과도 같이 내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 뚜렷이 꿰뚫어보는 듯했다. 마치 어둠을 밝히는 프로젝터나 이글거리는 태양인 양, 눈앞에 진한 잔상을 남기며 오래토록 어른거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 계속 보게 되는 그런 류의 매혹.
 
물론 당시에 내 딸이 내가 감정이입을 한 만큼 실제로 세상을 잘 본 건 아닐 거다. 우선 광학적으로, 신생아의 눈은 세상을 아직 조형적으로 또렷이 보지 못한다. 명암에 비해 색상은 구분도 못하고. 그리고 인지적으로, 신생아의 뇌는 세상을 아직 의미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한다. 받아들인 정보가 적고 이를 관념화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어른이라고 세상을 꼭 제대로 바라보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순수한 마음에 때가 한번 타기 시작하면 정말 걷잡을 수가 없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도 더불어 그렇게 되고. 물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객관적으로 다 맞는 건 결코 아니다. 내가 확신한다고 그게 남에게도 정답이 될 수는 없기에.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본다. 말 그대로 '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다들 '숨겨진 뇌'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해당 사회의 문화적 교육과 개인적 기질, 그리고 이해타산 등으로 버무려진 관념을 벗어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서 각자의 삶을 산다. 비유컨대, 뇌는 두개골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뇌는 고유의 개성이 넘친다. 인식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편으로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하나하나 차원이 다 다르다.
 
그러고 보니, '다중우주'가 따로 없다. 그런데 외롭다. 길거리에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누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줄까. 다들 각자의 방에서 어림잡아 짐작할 뿐, 사실은 나도 나를 잘 모른다. 그런데 잠깐, '나'는 누구지? 누구세요? 어, 이 소리는 또 누구?
 
그래도 뇌는 혼자가 아니다. 몸의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서 다양한 신호를 받는다. 이를테면 눈이 주는 시각적인 정보, 그야말로 휘황찬란하다. 그래서 그런지 남녀노소(男女老小) 불문하고 누구나 자신의 조건하에서 세상을 참 열심히도 바라본다.
 
눈앞에 나타난 세상은 나름대로 소중하다. 그게 바로 자신이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진정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설사 감옥의 창문일지라도. 잠깐, 이게 남향? 그러면 왜 밤에 더 잘 보이지? 아, 저게 햇빛이 아닌가?
 
자기 성격 어디 안 가듯이, 뇌도 마찬가지이다. 비유컨대, 이미 나 있는 창문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크기, 이중창 등의 구조나 디자인 장식 등, 바라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애초에 전등불 켜고 끄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 여기 황제감옥 아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만족스런 창문을 원한다. 비유컨대, 그래서 때 빼고 광낸다. 혹은 아예 교체하고자 백방으로 부단히도 노력한다. '명상팀'에 종종 연락도 해보며. 아, 오늘은 왜 이렇게 인터폰을 안 받지? 이런, 잘 안 보이네. 안경 어디 갔지? 음, 좀 살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색안경'이 되기를 바란다. 비유컨대, 내 눈도, 그리고 창문도 다 '색안경'이다. 그리고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우수한 품질에 뛰어난 미학이 갖춰져, 눈을 잘 보호해주고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해주면 좋겠다. 이를테면 세상을 납작하게 축약해버리는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면 어딜 봐도 참 납작하다. 반면에 세상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색안경'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이거 어떻게 업그레이드 하지?
 
그런데 다른 의복과 마찬가지로, '색안경'도 여러 개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알게 모르게. 비유컨대, 뇌는 프로그램 운영체제, 그리고 '색안경'은 개별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때로는 서로 충돌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물론 심각한 버그를 초래하면 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무탈하게 잘도 흘러간다. 프로그램마다 개념적으로는 상이한 가치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예컨대, 다니는 직장과 믿는 종교가 상충되는 데도 전혀 문제없이 사는 사람들, 부지기수이다. 말 그대로 낮 다르고 밤 다르다.
 
물론 '색안경'이 하나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사람에게는 '고차원의 미감'이 있다. 따라서 기왕이면 질 좋고 멋진 여러 '색안경'을 때에 따라 유연하게 바꿔 끼고 싶다. 그래서 한 번 사는 이 세상, 풍부한 의미를 누리며 미련 없이 삶을 음미하며 살고 싶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실상을 보면, 종종 싸움난다. 나와 너 사이에서, 혹은 내 안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고차원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선, 여러 '색안경'들을 깊이 이해하자.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능과 가치를 인정하며. 다음, 이들을 널리 활용해보자. 상황과 맥락에 맞게.
 
이와 같이 내 인식계의 깊이와 폭을 차근차근 넓혀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예술적 인문학'의 경지에 이르러 마침내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지는 않을까. 그러한 뜻깊은 여정에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잠깐, '색안경' 좀 닦고. 앗, 너무 셌나?
 




예술적 얼굴책
-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기 -


지은이 : 임상빈

출판사 : 박영사

분야
예술일반/예술사

규격
153*225

쪽 수 : 468쪽

발행일
2020년 05월 30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30309-79-8





저자 소개


임상빈
 
저자 임상빈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미술작가가 꿈이었다. 그래서 예원학교 미술과, 서울 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며 자신의 전공분야에 몰두했다. 그리고 풀브라이트 한미교육 위원단의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예일대학교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Painting & Printmaking)를 졸업한 후에는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티처스칼리지 미술과 미술교육과(Art & Art Education)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미술작품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술교육과 예술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나아가, 그동안 공부하고 터득한 자신만의 예술적인 통찰을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심화, 확장된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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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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