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해맑은 조롱의 비수 - 위대한 놀이 [공연]

“여기부턴 내 땅이야!” 찜, 꽁!
글 입력 2020.06.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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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위대한 놀이>는 밀란 쿤데라에 비견되는 세계적인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베스트셀러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원작을 ‘극단 하땅세’만의 ‘연극만들기’로 풀어낸 수작이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원작의 제목이 벌써, 흥미로운 호기심과 심상치 않음의 냄새를 풍겨온다.


급하게 어떤 작품인지를 찾아보았다. 원전은 총 3부 3권으로 이루어진 책이라고 한다. 1부 ‘비밀 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 이렇게 각각으로 출판된 책을 한데 모은 것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연극은 개중 제1부인 ‘비밀 노트’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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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통해 `잔혹한 소설쓰기`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극단 하땅세는 `연극 만들기`로 풀어낸다. <위대한 놀이>는 소설원작의 전체 이야기 중 쌍둥이 형제의 작문 노트에 주목했다.

 

소년들의 순수한 시선에 포착되는 전쟁의 맨얼굴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서 감정이나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 작문노트에 그대로 기록된다. 쌍둥이의 존재는 이 모든 현실과 반응을 증폭시키고 배가시키는 강력한 극적 장치가 된다.

 

 

연극 ‘위대한 놀이’는 원작의 전체 이야기 중, 쌍둥이 형제의 ‘작문 노트’에 주목했다. 그 ‘노트’에는 전쟁의 맨얼굴이 기록되었다고… 원전의 작가 크리스토프가 35년생, 2차 세계 대전이 39년에 발발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작품 속에는 자전적 요소가 들어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 자신이 겪은, 전쟁의 맨얼굴과 그 앞에서의 흔들리던 순수.

 

노트에 아무런 감정과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까닭은, 아마 순수한 어린아이가 이 막대한 현실 앞에서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보드랍고 유약한 어린아이의 내면, 보호받아야 할 그것에 무자비한 현실이 들이닥치면, 순수는 길 잃고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3자의 우리는 분명, 모종 비극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말이다.


즉, 몰입하고 이입하게끔 되리라는 말이다. 여기에 순수가 가지는 힘이 있는 게 아닐까.

 

 

쌍둥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테이프`를 사용한 놀이적 방식을 통해 가상의 구역을 만들어 내거나, 없앤다. 빈 무대 위 `테이프`로 만들어 낸 국경, 분리, 민족 등 구별 지음의 경계선이 상상적 공간을 구성하고 지워간다.

 

`거짓말`과 `놀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문명이 만들어놓은 경계선까지 멈추지 않고 돌진한다. 관객은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고통스러운 <위대한 놀이>를 만나게 된다.


 

우선, 제목은 여실히 말하고 있다. 이 안에는 어떤 ‘놀이’가 있으며, 그 놀이는 ‘위대’하다고. 지금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 놀이란 ‘테이프’를 통한 구획화와 해체에 있을 것이다.


소년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포착되어, 감정과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 기록되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극적인 장치’가 되어준다고 하였지. 소년들의 놀이는, 그 극적인 현실과 그 앞, 존재들이 이루는 극적인 몸짓을 형상화하거나 유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거짓말’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디서 태동하는 것일까. 아마, 그들의 앞에 놓인 거대한 거짓말에서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거짓 같은 현실은 순수의 눈동자에 들어오면, 이내 반사되게 마련이리니.


그들의 거짓말은, 분명 경계와 구획이라는 허상, 즉 세계의 거짓을 조망하여 찌르는 비수가 되리라 예상한다. 전쟁이 결국, 인위로 짜인 세계의 구획과 그 구획이 필연으로 이끄는 개개 고립과 각각의 타자화, 그 결과인 완벽한 타인에 대한 집단 이기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한다면.

 

사회가 이루어낸 구획의 허상과 그 허상이 극단까지 몰리어 발발하게 된 거짓 같은 비극. 그 앞에서 소년들은 어떤 놀이를 짜내고 있을까. 어떻게 구획을 조소하고 있을까. 테이프로 만드는 둘 만의 구획화. “여기부턴 내 땅이야!” 아무렴 으름장을 놓은들 그것이 제 땅이 되랴마는, 그 순수하고 터무니없는 ‘놀이’는 동시에, 세계의 구획이 안고 있는 허술함을 쿡 쿡 찌르고 있을 것이다. 일체 구획을 조롱으로써, 무화시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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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놀이>는 대도시의 공습을 피해 국경지역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이다. 국경지역 소도시 할머니 집에 남겨진 쌍둥이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매일매일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운다. 이미 학교는 문 닫았고 성당의 사제도 굶주리고 있다. 이 소도시에는 유태인 학살의 임시 수용소가 있으며 매일매일 거리에는 독일 군인과 끌려가는 유태인 행렬이 가득하다. 술집에는 팔과 다리가 잘린 군인들이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쌍둥이들은 자신들만의 생존법으로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군`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군인들이 들어오고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할머니의 집과 재산이 몰수된다. 쌍둥이들의 생존은 또다시 문제가 된다. 그리고 전쟁터에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온다. 그는 전쟁포로였다가 풀려났지만 해방된 조국에서도 여전히 쫓기는 몸이다. 아버지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고자 한다. 쌍둥이는 아버지를 돕기로 한다.


  

줄거리를 대강이나마 읽어두고 가기로 한다. 그래야만 연극의 큰 줄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떤 장면에는 깊이 몰입하는 한편으로도, 전체 서사의 흐름에서 발하는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도록 준비해야겠다. 그 안에는, 내가 살아가며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들이 풍자를 통해 조명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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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놀이
- 2020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 -


일자 : 2020.06.18 ~ 2020.06.28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극단 하땅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극단 하땅세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본다'는 공동체 작업을 통해 터득한 사유의 정신과 '하늘부터 땅끝까지 세게 간다'는 '맨몸'으로 연극에 임하는 용기와 땀, 창의성의 힘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극단이다.
 
<시간을 칠하는 사람>, <그때 변홍례>, <위대한 놀이>, <타이투스 앤드로니커스>, <천하제일 남가이>, <파리대왕>, <파우스트 I+II>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을 창작하며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로부터 호평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수의 연극제에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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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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