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꼭 불안이 동력일 필요는 없다. [사람]

글 입력 2020.05.3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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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니 불안하다.


 

뛰어나고, 잘하고, 뭐든 해내는 모습이 당연한 것만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뒤처지면 불안하고 어떤 곳에서든 잘 해내는 것이 좋았다. 인정받는 것은 나의 주된 욕구 중 하나다. 한 번도 안간힘을 쓰며 사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멋진 인생을 살려면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늘 언제나 곤두서있었구나.’

 

지금껏 치열하게 살며 늘 초조하고 불안해야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안일하게 사는 것 같아 내가 싫었다. 그러다 올해는 인생에서 직업을 가지는 큰 성취를 했다. 그리고는 요즘 처음 마주하는 마음 상태를 겪고 있다. 바로 안정과 성취에 대한 낯섦과 어색함이다.

 

청소년 시절에는 주말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공부의 왕도’에 출연하는 친구들은 쉼 없이 공부하니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대에는 할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내가 싫어 아르바이트로 주말의 공백을 채웠다. 평일에는 항상 걱정에 차 있었다. 주로 ‘해야 할 일’과 ‘나의 부족한 점’을 떠올리며 생기는 조급함이었다.

 

‘영어’, ‘다이어트’, ‘학점’, ‘취업 준비’… 20대의 내가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이 많아 쉴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보채고 채우며 숨 가쁜 일생을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안정’이라는 단어 안에 내가 있었다. 내게 안정이란 성장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할 분야가 명확한 것, 노동으로 정당한 나만의 소득이 생긴 것, 불확실한 미래에 떨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날들이다. 바로 요즘이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다. 주말에 나를 쉬게 해주는 것도 신기했고, 월급을 받는 생활도 신기했다. 하지만 마음의 관성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조금 더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악착같이 살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고민을 쉼 없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오늘은 내일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렇게 몇 개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마주한 나를 돌아보고 있다.

 

 

 

조금 느슨해져볼까?


  

쉽게 성취한 것은 내 것이 될 수 없단 것이 인생의 모토인 것처럼 살았기에 1번만 봐도 외울 수 있는 것을 5번은 봐야 불안하지 않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정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았다. 내 눈에 멋진 사람들은 5시에 일어나니까, 영어를 잘 하니까, 하루를 치열하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기를 원했다. 마치 슈퍼맨처럼.

 

그러다 요즘 조금 느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 나를 더 아끼자는, 조금 더 이 순간을 누려보자는 말이다. 내게는 꽤 오랜 세월 현재가 없었다. ‘이것만 해내면 행복할 거야’, ‘이것만 다 하면 그땐 괜찮을 거야’라는 명제를 세워놓고, 앞의 성취를 위해 오늘을 소진하듯 살아왔다. 그러다 가끔 녹초가 되어 며칠 집에 머물고, 계획된 일들은 뒤로 미룬 채 에너지를 충전하고는 했다. 그렇게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일들은 늘었고 거기에 또 자극을 받아 다시 일어서곤 했다.

 

이렇게 불안을 동력으로 삼는 것은 원하는 성취를 꽤 많이 가져다줬지만, 행복하게 살지는 못하게 했다. 지금껏 시속 200km로 달리다 금방 고장이 나버리는 차였다면, 이제는 조금 천천히 달리더라도 주변 풍경을 찬찬히 살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감사함을 휘발시키고 싶지 않아졌다.

 

이렇게 마음을 고치게 된 이유는 안정됨을 낯설게 느끼는 내 마음을 알아채고 난 뒤다. 분명 행복한데, 행복하니 불안했다.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는 걸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이 행복을 다 누려도 될까? 나는 늘 모자라고, 결핍되고, 불안하다고 느끼며 살았고 지금껏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많은 결핍들이 해소되니 붕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를 고치지 않으면 미래에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이 뻔했다. 이렇게 걱정만 하다가 언젠가 생활이 조금만 삐걱거려도 거기에 자극을 쉽게 받고, 자책을 할 것이 눈에 선명했다. 지금 현재를 살 것. 이 말이 너무나 귀감이 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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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을 잘 보내는 방법은

흘러가는 계절을 포착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렇게 마음은 먹었는데,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마음의 결핍이 없이 평온하기 때문이다. 내면에 결핍이 많으면 심연의 상태로 자주 들어가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글을 써야만 해소가 되는 날들이 많았다. 마음을 해소시키는 글쓰기가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상태를 뛰어넘었다.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다.

 

안간힘을 쓰지 않고 나를 존중하면서도 성장하는 삶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예민하고 싶지 않지만, 잘 해내고는 싶다, 그런 나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처음 도전해보는 일이라 과도기처럼 방황을 했는데 최근 몇 가지 방법들을 찾았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작은 행위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이때의 건강은 몸과 마음 모두에 해당한다. 숙면을 마음 편히 취하고, 몸 상태를 돌보고, 햇살 아래 걷고, 영양제도 챙겨 먹는 사소한 일들이 나를 활기차고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무언가 나를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하고 있고, 그것이 내 상태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니 보람차고 좋았다.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쉽게 받으면서도 악착같이 노력하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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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식단이 아닌 개선된 습관을 위해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둘째, 일기를 매일 쓰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요즘 다시 아침마다 일기를 쓰고 있다. 아침에 글을 쓰면 외부의 자극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마음의 소리만 글로 열거할 수 있다. 이때 진심으로 감사한 일들을 적어보며 내가 누리고 있는 ‘현재’에 대해 다시 음미할 수 있다. 행복이 휘발될까 걱정되던 마음도 볼펜으로 꾹 눌러쓰면 명확해지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이렇게 결핍을 채우는 상태를 넘어서, 지금 존재하는 바라보고 가꾸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상을 잘 가꾸면 생각이 가지런해지고 마음이 안정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새로운 공부도, 글쓰기도 가뿐히 해낼 수 있다. 2020년에는 내 인생에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며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바뀌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 나의 좋은 점과 노력해야 할 점을 주변 사람들 덕분에 깨닫고 더욱 발전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변하고 있다. 내년의 나, 십 년 뒤의 나보다 이제는 지금 존재하는 나와 잘 지내보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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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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